1. 기욤 뮈소"

기욤 뮈소라고 불리는 신드롬 서점 곳곳이 아니, 엄밀히 말하면 마케팅 되고 있는 책들은 봄날에 한창 피어나는 꽃들처럼 피고 진다. 알록달록한 책 표지, 북디자인의 영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소설류 디자인의 화려한 경향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폴 오스터에 대해 읽어 본 적이 없는 이유는 표지가 날 거부 했다는, 진심인 변명을 하게 된다. 일련의 일본 소설들 사이에 요즘 비슷하게 눈에 띄는 이름이 바로 기욤 뮈소 이다.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를 향한 수식어들은 대단하다. 긴장감 넘치는 내용과 영상을 보는 것 처럼 감각적인 전개, 사랑의 마에스트로! 베스트셀러로서 당당한 면모를 볼 수 있는 문구들이 아닌가. 일단 내 생각부터 말하자면, 별로다. 영상세대를 이끌어간다는 그의 전개는 탄탄한 짜임새와 그리고 강한 캐릭터와 그들의 크고 작은 에피소들들이 있는 미드에 익숙하고, 발랄하고 때론 황당하지만 소소한 감정들이 느껴지는 일드에 익숙한 우리 세대들에게는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물론 그것을 활자화시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겠지만). 프랑스 문단에서의 활약은 프랑스 자국의 소설에 익숙한 그들의 신선함의 문제는 아닐까. 예를 들어 너무 진중하거나 개인의 독백, 미적인 것에 탐닉하지 않고 여러 등장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의 이야기를 각자 진행시키는 모습 같은 것들 말이다. 챕터들의 초입에 인상적인, 그리고 유명한 작가들의 격언을 올려두고 그것과 비슷한 감정의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것도 현대 소설의 패러다임처럼 우리들에게는 익숙한 것이 아닌가. 물론 기욤 뮈소라는 작가를 만나본 첫 책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얘기할 순 없겠지만, 사랑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 생과 사 사이에 결부된 사랑이야기는 조금 실망이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합목적적인가 혹은 생태학적인가 라는 철학적인 질문들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감정과 삶의 양식에 대해 실제의 삶과 더욱 가까운 방식으로 설명 가능한 장르로서의 소설의 강점을 살리기 보다는 너무 직접적으로 묻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21세기 소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혹시 그건, 원소스멀티유즈를 계산 한 것일까, 실제로 동명의 영화제 제작 중이라는-을 제시한다는 이 작가의 평가보다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작가의 말 때문에 그의 다른 소설들을 다시 읽어 보고 싶다 

2. 생과 사, 그리고 사랑 

운명적인 사랑, 사랑의 아픔, 현대인의 고뇌, 짝사랑, 마약 중독이 된 아이, 가학적인 폭력 등 곳곳에 현대적이거나 익숙한 이야기들로 소설은 진행된다. 하지만 '구해줘'가 달라지는 지점은 결정된 죽음의 운명, 그리고 그것을 행해야하는 사명을 가진 사자의 등장과 고뇌로서 달라진다. 초반부의 설정과 내용은 영화 '이프온리'가 생각났다. 이프온리가 좀 더 사랑에 집중적으로, 하지만 달콤하기 때문에 슬픈 것이라면 구해줘는 좀 더 운명적인 구조들이 선명해지면서 애닲은 감정을 절제하고 그래도 사랑은, 이라고 묻는다. 긴장감 넘치는 미스테리,라고 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 지점에서 지쳐버릴 것만 같은 연애소설의 경계에서 나와 여러 가지 감정들을 함께 느끼고 고민해볼 수 있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처음의 진부함과 다르게 후반부의 집적되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은 살아지는 것과 죽는 것을 포함한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게 삶은 살아있는 것만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누구나 살아있는 동안에 있는 익숙한 것들 혹은 소중한 것들 대해서는 무뎌진다. 죽음이 없었다면 철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나, 죽음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유한함은 인간의 오만과도 같은 무한함에 대한 착각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한정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진부함을 알면서도 여지 없이 눈물을 부른다. 또, 나의 사랑에 대해 반추하게 된다. 사랑은 영원하고 싶어하고 사람은 영원할 수 없다. 이프온리가 보여줬던 것처럼 그 유한함을 알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면, 이라는 전제를 구해줘도 동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영화보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것들은 좀 더 자세하여 현실적이기도 하고 감정적이기도 한다. '구해줘'라는 이 소설의 제목의 이유는 책을 읽는 내내 찾기는 힘들었다. 몇몇 리뷰들을 읽어보니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모두 '구해 달라'로 요청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 한다. 응, 삶에서 구해달라고 말하고 싶지. 그게 사는 거 아니겠어요.라면 또 모르는 삶에 애늙은이인 척

 0. 

과연 인간의 삶은 하나의 합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삶이란 단지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불과한 것일까? [p.382] 

“…신은 슈퍼맨이 아니라네. 자네는 자유를 사랑하겠지? 자네는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네. 만약 어떤 절대적인 힘이 자네의 삶에 개입해 자유의지를 억압하고 행동반경을 제약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나? (…) 인간은 자유의지에 따라 최고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이 될 수도 있어. 자유를 많이 가질수록 선택은 더 복잡해지는 게 사실이지. 하지만 인간은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을 신에게 떠넘겨서는 안 돼.” [pp. 415-416]

#1.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7살 때 부터 소설을 써왔다고 한다. 하지만, 난 그가 천재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인간에 대한 엄청난 호기심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버릴 만한 작가 또한 아니다. '나무'의 단편 소설이에서 보여주는 미래에 대한 유쾌하고 음울한 상상 - 특히나 어린 신들의 학교를 무척 좋아한다. 인간은 단지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 의한 조작된 우주일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애완 동물을 기르는 것 마냥 이나, '상대적이면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쥐의 똥구멍을 꿰멘 여공'의 엄청난 수집력은 인정해줄 만하다. 그의 대부분의 소설이, 평소의 그의 지식욕이나 수집욕에서 나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그의 소설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몇개의 소설들 처럼 타나토노트 또한 세계의 창조라기 보다는 인류의 이야기 혹은 숨겨진 진실 혹은 이미 전해내려지는 상상의 조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소설이 재미있게 읽혀지는 것은, 어설픈 관심이 아닌 맹렬한 욕구 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소설 안의 저널리스트가 그의 모습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발신기로서가 아니라 수신기로서 밖에 존재할 수 없는 사람. 어쩌면 그 자신을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가 저널리스트라는 소극적이면서 영향력있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처럼 베르나르 또한 자신이 수신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 엮어서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창조하는 작가만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손을, 평범한 인간으로써 들어주고 싶다. 

#2. 사후 

세계 난 윤회를 기초로 하는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을 즐긴다. 그리고 결국 모든 종교는, 인간에게 유일하게 불변의 진리인 죽음에 대한 각자의 해석일 뿐 아니겠는가. 어떤 것도 답은 없다. 나의 상상 또한 답은 아니며, 나도 어떤 파편들을 수집한 조악한 상상일 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의 시작은 나와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각각의 종교 혹은 무속 신앙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들도 시작을 하였으나, 재미있는 것은 지금이라는(물론 미래 시공간의 이야기 이지만) 현실의 변수에 대해서 잘 적용하여 실감이 난다는 것이다. 특히나, 사후 차원의 문에 불법적으로 새워지는 광고나, 관련된 상품의 개발, 경쟁 구도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자본의 세계이고, 자본의 수명은 긴 듯하다. 전생과 현생과 후생의 구도. '업'으로 연결되는 인간의 환상은 어쩌면 진정한 불사의 환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흔히 '해탈'이라는 마지막 단계에 대해서는 조금 모호한 것이 아닐까. 이 흥미로운 주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_ -;) 선행과 악행이라는 인간의 크고 작은 행동들로 결정되는 다음의 생은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베르나르베르베르는 과감히 점수제를 도용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점이 있다. 여러가지 항목의 점수표들은 과연 어떤 기준을 인용하는가, 과연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 기준 또한 한 쪽의 폭력이 되진 않을까. 모든 도덕의 모든 기준이라는 것은 때로는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렵다. 나의 전생과 후생에 대해서 종종 생각을 하곤 한다. 어떤 사주 아저씨가 말하길, 나는 중국의 세도 높은 남자였으며 많은 여자를 울렸고 아이를 버렸으며, 그 업을 이번 생에서 치뤄야 한다고 말씀하셨드랬다. 또 어떤 이는 나를 벙어리 기사라고 눙을 친적도 있고, 그가 서경덕을 논하기도 했다. 뭐든 전생에 대한 환상은 현생의 나를 미화하거나, 거짓으로 숨겨 쉽게 포기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 인연에 대해서 표현할 수 없는 관계들을 이루어 갈 때 어떤 시작점과 종결점에 대한 사건의 자신의 모습이 불분명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전생과 현생, 혹은 후생을 운운하게 만들기도 한다. 글쎄다, 내가 느낄 수 있는 한가지는 아직은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타나토노트에서도 인연에 대해서 짧게 언급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모호하기만 하다 

#3. 선과 악 

천사와 악마는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설명이 대세 이지만, 그저 선과 악의 현현체라고 보았을 때 타나토노트의 설명은 마음에 든다. (어디의 어떤 이의 다른 생각의 인용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악은 선의 그늘일 뿐이다. 그리고 악은 선을 위해 필요하며, 선도 악이 있기에 존재한다. 선한 것이 따로 있고, 악한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은 모두 하나의 주체에서 나온다.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이다. 모두가 선한 세상이 오자, 악은 긍정적인 것이라면 악의 군대를 만든 스테파니의 노력은 그래서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다소의 악은 필요하다. 그것은 선과 맞물려가는 하나의 고리 같은 것이다. 

#4. 이상세계 

이 세상의 대안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보면 늘 이상주의적으로 빠질 수 밖에는 없으리라, 모든 인간은 선임과 동시에 악이기도 하다는 전제를 미리 했을 경우에도 말이다. 타나토노트의 세상, 모두가 좋은 후생을 얻기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절대 선의 세상에서도 그들의 그러한 행동은 악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생존의 욕구는 때로 악이 되기도 한다. 모든 인구가 어떤 선에 동의 하고, 어떤 기준에 동의하여 그렇게 살아간다고 했을 때. 내가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것이다. 유토피아는 유토피아 그대로 존재할 것인가. 대부분의 혁명이 빠른 변화만큼이나 빠르게 퇴색되어 갔던 것처럼, 유토피아 또한 그러지 않겠는가. 이상세계에 대한 나의 여러가지 공상이, 결과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가질 수 없는 어떤 세계에 대한 정의가 유토피아라면 결국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지만 역시나 모두에게 옳은 것을 찾아내기란 너무나 어렵다. 그것이야 말로 절대적 환상이다. 그렇다면, 모두에게 적당히 타협할 만한, 인간으로서의 선과 악을 모두 적절하게 융해시킬만한 해법조차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본성은 블랙홀과 화이트홀보다도 거대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무엇도 가능하지 않고, 자생적인 파괴와 자생적인 정화만이 그렇게 쉬지 않는 변화만이 인간을 살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