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집에 가만히 앉아서 여기저기 정보를 모아모아 책을 선택하고, 인터넷으로 그 책을 주문을 하고, 가만히 집안에 들어앉아 그 책을 받아본다. 내가 기다렸던 책이 나오면 집 앞에 있는 서점으로 바로 달려 나가서 책을 사가지고 오던 기억 속의 일은 이젠 정말 추억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젠 기다리던 새로운 책이 나오면, 책이 나온 첫날을 기다려 서점으로 달려갈 필요도 없다. 출간 전에 미리 예약구매를 해두면 그만이다. 책은 출간이 되자마자 바로 고이 포장된 채 나의 집으로, 나의 품속으로 들어오니까 ㅡ. 내가 그렇듯, 많이 사람들의 시선이 인터넷 서점으로 옮겨가면서 집 앞에 있던 동네 책방들은 어느새 하나, 둘 사라져 갔다. 결국, -번화가에나 자리 잡은- 대형서점들만이 그 자리를 겨우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편의를 선택하면서 인터넷을 선호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점이란 곳은 날 설레게 한다. 그래도 아직은 컴퓨터 앞에서 책을 구경하는 것 보단, 책 냄새를 맡으며, 직접 손으로 전해지는 종이의 감촉을 느끼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ㅡ. 그런 멋진 공간인 서점에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생겨난다 ㅡ.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의 세후도 서점에서 말이다. 그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우리의 ‘교코’와 ‘다에’는 과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ㅡ. ‘서점 미스터리 연작소설’이라는 말에, 미스터리 소설을 워낙에 좋아하던 터라, 상당히 궁금했다. 하지만 표지가 너무 발랄하다고 해야 할까, 유아틱하다고 해야 할까?!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일단은 읽어봤다. 웬걸?!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은 세후도 서점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담은 각기 다른 다섯 편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암호 같은 말로 찾아내야 하는 책들과 그 책의 제목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일들을 담은 「판다는 속삭인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것 같은 히로미가 등장하는 「배달 빨간 모자」, 미스터리보다는 사랑이 더 많이 담긴 「여섯 번째 메시지」, 정성들여 만든 디스플레이에 뿌려진 검은색 스프레이의 진실을 찾아가는 「디스플레이 리플레이」ㅡ. 그리고 이 다양한 사건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교코’와 ‘다에’ㅡ.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일상 퍼즐 추리 극이라 불리는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을 완성한다 ㅡ.
우리는 무엇보다 이 작품의 작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사키 고즈에’라는 이 작가는 오랫동안 서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서점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글로 옮겼다. 그냥 심심한 글이 아닌 미스터리의 형식까지 더해서 말이다. 역시 자신의 경험이 묻어나는 공간이라 서점에 대해서 정말 디테일하게 알려준다. 그래서인지 더없이 사실적으로-물론 우리와 일본이라는 차이로 인해 그렇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다가온다. 그 사실들을 바탕으로 재미있게-때로는 약간 어둡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나를 세후도 서점으로 자꾸만 끌어당긴다 ㅡ.
세후도 서점에서 ‘교코’와 ‘다에’를 만나면서 내 주변, 혹은 내가 찾는 서점에서, 그녀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가끔씩 가는 대형서점의 직원에게 가서, 책의 내용과 대충의 느낌만 던져주고 책을 찾아달라고 하면 과연 찾아줄까?! 교코와 다에에게 던져진 미스터리한 사건은 아니더라고, 내가 원하는 책 정도는 찾아줄 수 있는 서점과 그 직원들을 만날 수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ㅡ. 혹시나 현실에서 그런 재미를 못 만나게 된다면, 주저 없이 다시 세후도 서점으로 달려가 ‘교코’와 ‘다에’를 찾으시길 ㅡ.
명탐정홈즈걸의책장,
오사키고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