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나와는 너무도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몇 십억, 몇 백억 짜리 집에서 살며, 몇 억짜리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그에 뒤지지 않는 옷과 신발, 가방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나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의 이야기가 언제까지나 그들만의 이야기로 남겨질 수 있을까?! 물론 그들처럼 그런 삶을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을 따라가려고 발버둥 치는 삶을 살아가지는 않을까?!

 

 우리는 오늘날 사치 열병을 앓고 있다. 나를 포함한 우리라기보다는, 앞서 말한 대로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들, 소위 말하는 슈퍼리치의 소비가 그런 열병을 낳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오로지 부(富)로만 따져서- 상위층 중에서도 최상위층에 속하는 이들의 소비 패턴을 가지고 감히 내가 뭐라고 할 이유는-물론, 그럴 자격도…- 없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소비 증가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히 말해서 사치 열병이라는 것이 그 시작, 그리고 능력에 상관없이 다양한 계층으로 옮겨가면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위쪽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삶의 기준 마저도 나 자신이 아닌 내 주위, 내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맞춰진다. 자연스럽게 그들과 비교하고, 부족하다 싶은 것들에는 그들만큼 따라가기를 원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이 사회적 맥락과 지위에 따르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소득은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지만, 나의 소득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뒤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은 자신의 삶을 빚 속으로 몰아넣으며 점점 파괴되어만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사치재 소비의 증가가 문제가 되는가?!, 즉 내가 내 돈 벌어서 내 맘대로 쓴다는 것인데 문제 될 것이 있느냐?!,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도 사치 소비 붐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강조한다. 다만 그로인해 줄어지는 자원-다른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의 소비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과시적 소비와 비과시적 소비의 균형 잡기(혹은 과시적 소비에서 비과시적 소비로의 이동)이다.

 

  ‘과시적 소비’는 말 그대로 누군가에게 드러내보이고자 하는 심리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보다 좋은 것들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나 서열 따위를 과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다른 누군가에게 기준으로 작용하어 또 다른 파장을 끼치게 된다. 반면, ‘비과시적 소비’는 사치재가 아닌 보다 필요에 따른 소비로, 사치를 한다면 치러야 하는 대가들을 이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만족도로 따진다면, 전자는 일시적인 만족, 후자는 지속적인 만족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곧 행복도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저자는 사치 소비로 인해 문제가 되는 과시적 소비를 비과시적 소비로 돌려놓는다면 더 나은 사회를 꿈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해결책으로 “누진 소비세”를 이야기한다.

 

 간단하고 쉽게 실현 가능한 소비 인센티브의 수정만으로 우리 모두가 더 오랫동안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삶-그것도 다른 중요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서 말이다-을 살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내놓은 것이 바로 “누진 소비세”이다. “누진 소비세”는 지출하는 소비 총액에 근거해 과세를 하자는 것인데, 이를 통해서 과시적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불황과 실업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한다. 오히려 돈은 은행으로 흘러들어가 투자가 늘어나게 되고 그로인해 보다 나은 경제 흐름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치 열병』의 결론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누진 소비세”를 통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H. 프랭크’는 이런 간단한-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결론을 위해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위해 다양한 학문, 다양한 연구 결과를 활용한다. 심리학, 행동학 등의 연구를 경제학과 접목시키는 놀라움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단 하나의 학문에서 정체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게끔 한다. 여전히 소득과 소비, 그리고 만족이나 행복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심리적 측면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경제관련 책이라 조금 낯설게도 느껴졌지만, 인간의 심리나 행동,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보다 깊은 생각들과 이 동반되는 내용들이라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새로운 것은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점점 양극화로만 치닫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보다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경제학의 기본을 바탕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제를 살리겠다며 자꾸 뭔가를 파헤치기만 하는 그 누군가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하면서…

사치열병, 로버트H프랭크, 미지북스

 ‘제노비스 신드롬’, 혹은 ‘방관자 효과’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음… 용어가 낯설게 느껴진다면, 이 이야기는 어떨까?! 1964년 어느 새벽, 뉴욕에서는 28세의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인이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살해당한다. 살해당하기 전, 그녀의 살려달라는 소리에 누군가가 소리를 질러 범인을 도망가게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온 범인에게 키티는 목숨을 잃게 되고, 심지어 강간까지 당하게 된다. 문제는 그녀가 고통 받으며 목숨을 잃어 가는 동안 밖으로 나와서 그녀를 도와주거나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사건 현장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목격자가 38명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TV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이 이야기를 접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제야 알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뭐, 어느 쪽이건 상관없이 이 이야기에 분명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미국 사회 내에서 이 사건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앞서 언급했던 ‘제노비스 신드롬’, 혹은 ‘방관자 효과’라는 용어까지 탄생시켰다.

 

 『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는 이 살인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230여 페이지라는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어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곁에 계속 두고 있었지만, 책을 펼친 채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내용이 어렵다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전해져오는 불편함 -이미 짐작하고 있듯이 이 책은 키티 제노비스를 죽인 범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방관자가 되어버린 38명의 이웃들에게 맞춰져 있다-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위험에 놓인 사람이 남이 아니라 나의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혹은 나와 가까운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그렇게 놔두지는 않았을 텐데, 라는…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불편함이라고 느껴졌던 감정들이 역겹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다고 할 정도로 바뀌어갔다. 제노비스를 그렇게 끔찍하게 살해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범인, 모즐리가 역겨웠고, 그런 범행 현장을 모른 척 넘겨버리는 사람들도 역겹게 느껴졌지만, 그것보다 정말 결정적으로 역겹게 느껴졌던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저 쉽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이라고 과연 저 38명과 달랐을까?! 나였다면, 그리고 당신이었다면 그 상황은 달라졌을까!? 물론 누군가는 실제로 그렇게 가만히 있지 않고, 다른 상황으로 바꿔놓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쎄… 과연… 이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그렇기에 그들의 그런 모습이 더 역겹게만 느껴진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요즘은 불의를 보면 ‘꾹! 참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한다.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불의에 당당하게 맞서는 일이 당연한 것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괜히 좋은 일하려다 나쁜 일에 휘말리게 되는 꼴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일까, 그저 농담으로만 여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맞는 말인 것만 같아서 씁쓸하게 느껴진다. 이런 사회이니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라는 것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자신에게 특별한 위험을 발생시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 주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다. 뭐, 의도는 좋지만, 그런 법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 안타깝고, 그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른 집행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인간의 본성마저도 법으로 규정짓고, 측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뭐 그런 생각에 말이다.

 

 개인적으로 법이란 최소한만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고, 그 위험 또한 크겠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제노비스 사건을 이렇게 직접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는 인간이지 않은가?! 아픈 경험을 통해서 반성도 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조금씩 변화해가는… 나 그리고 내 주위의 사람과 너무나도 뚜렷한 타인과의 경계를 조금씩 지워갈 수도 있는… 음… 너무 낙관적으로 인간을,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지금 상황에서 “당신이었다면 정말 내려가 봤을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한 번 답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이런 질문 따위가 나오지 않는, 혹은 “그런 상황에서 내려가 보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말이 당연한 말이 될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그리고 『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라는 이 책의 제목이자, 또 다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누군가를 이야기하며 불편해하기보다는, 제2, 제3의 제노비스가 나타나지 않는 사회를 먼저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꿈에 불과할지 몰라도 말이다….

누가제노비스를죽였는가, 디디에드쿠앵, 황금가지

 가끔씩, 나에게 타임머신이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상상들을 해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그 ‘가끔씩’이라는 것이 뭔가가 후회될 때 더 많이 생긴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바로잡고 싶다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 결국에는 뭔가를 후회할 때이다. 근데 여기,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등장하는 타임머신은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그런 타임머신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우겨도 보지만 소용없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타임머신이라고 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가령, 자신이 또 다른 시간의 자신을 만나는 것이라든지 하는, 그런 사고 말이다.

 

그 일이 일어날 때,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다 : 나는 나 자신을 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책의 시작부터 조금 혼란스러웠다. (모듈 α)를 시작으로 TM-31 라는 재창조 시간 여행 기구라든지,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로봇 개, 그리고 TM-31의 컴퓨터 인격-그것도 소심하고, 모든 것을 자기 탓이라고 하며, 심지어 울기까지 하는…-의 존재라든지,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서’ 라는 이름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글들 등 뭐든 익숙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더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주인공이라도 사람이라서 얼마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던지… 물론, 이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첫 만남을 가졌을 때의 생각이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등장하는 우리 주인공의 이름은 -이 책의 저자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찰스 유’이다. 그는 시간 여행 산업에 종사한다. 시간 여행 산업 이라고 말해서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타임머신 수리공일 뿐이다. 타임머신 이용자들에게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고, 고장 난 타임머신을 수리해서 이용자들을 그 세계에서 구출해오는 오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와 동시에 타임머신을 만들고, 어느 날 시간 속으로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고 있는 일-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가?! 아무튼…-도 하고 있다. 그런 ‘찰스 유’에게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늦잠을 잔 탓에 계획이 어긋나 버리고, 급기야 미래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미래의 자신을 죽이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총으로 쏘고, 당황한 나머지 미래의 그가 타온 타임머신에 현재의 자신이 올라타게 된다. 미래의 내가 타고 온 타임머신 속에는 내가 쓰게 될-혹은 이미 썼거나, 그것이 이미 쓰인 시점으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한 권의 책이 놓여있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이름의 책. 죽어가던 자신이 하던, ‘책이 바로 열쇠’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그는 자신의 사고를 바로잡기 위해 그 책과 함께 또 다른 시간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로 한 영화 〈터미네이터〉나 〈백 투 더 퓨처〉, 그리고 -타임머신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게 시간의 교차를 통한 이야기를 했던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떠올렸다. 특히나 그 시작은 〈백 투 더 퓨처〉의 느낌을 많이 풍겼다. 그럼에도 그와는 다르게 신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뭔가 낯선, 묘하게 대조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단순히 SF 라는 장르적인 속성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성장 소설이나, 가족 소설의 느낌과 함께,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철학적 요소까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소설. 즉, SF 라는 뭔가 차가운 듯 한 느낌에 인간이라는 따뜻함으로 무장되어 결국에는 -그 시공간에 상관없이-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런 느낌들이 자칫 어렵게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책이 그렇게 딱딱하지 만은 않다는 사실은 책의 시작에서부터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작부분에서 낯설게만 다가오는 것들이 마지막에는 다른 어떤 것들보다 친숙한 느낌이 날 것이고, 그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숨어있는 유머나 재치들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그럼에도 전혀 가볍지않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중심 축이 잘 잡혀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온갖 혼란에도 흔들리지 않는…

 

너는 역설이야.
나는 역설이야.
네 삶은 하나의 커다란 역설이지.

  

 내가 나에게 말하지만, 그것은 또 내가 아닐 수도 있다. 미래의 내가 있고, 현재의 내가 있다.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다. 이것도 내가 아닐 수가 있고, 저것도 내가 아닐 수가 있다.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결국, 이 말도 저 말도 다 맞지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은 딱 한 사람,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충분히 혼란스럽지만, 그럼에도 나는 단 하나의 존재인 것이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이렇게 하고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면 적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렇듯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서는 시간과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자신이 존재하는 시간, 혹은 자신의 존재 자체조차도 정확하게 느끼지 못할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보여주지만, 결국에는 그 어떤 것들보다 오히려 앞뒤가 잘 맞아떨어지는 한 편의 깔끔한 소설로 완성된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을 설명하지?, 싶은 이야기들은 이야기의 마지막부분에 가서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 마지막부분의 뭔지 모를 아쉬움-이 책 자체의 아쉬움은 결코 아니다…-은 책을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게 만든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꾸준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면서,
언제나 과거만을 돌이켜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이들이 타임머신을 원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처음으로 향하게 되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 그곳은 삶에서 가장 불행했던 순간이라고 한다. 어떤가, 그 생각에 동의하는가?!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위해서 살아간다고 하면서 우리가 고개 돌려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과거이며, 그것도 큰 불행 속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과거에 빠져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은 내가 뭘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며,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책의 마지막 부분,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의 부록에서는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현재를,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적든 많든 원하는 만큼 수용 할 수 있는 현재를 만끽할 것. 현재를 늘이고, 그 안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현재를 만끽할 것인지,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그 속에서 나 자신도 모르던 사실들을 만나며 또다시 그것들을 한없이 그리워할 것인지… 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여전히 망설여진다면, 우선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한 번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명확한 답은 아니더라도, 그것에 가까운 답들은 충분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SF세계에서안전하게살아가는방법, 찰스유, 시공사, NewFaceofFiction-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