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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론에 보면 원래 이 책의 프랑스 어판 제목은 '가능성의 나무'란다. 처음에는 왜인지 잘 몰랐는데 읽다보니까 이해가 갔다. 지금 현재에는 우리가 불가능 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의 '가능성'들이 모여 나무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가능성'들의 모임인 것이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

 

 

그녀는 그의 살 속에 적갈색 털로 살짝 덮인 채 감춰져 있던 뚜껑을 열고 인공 심장을 끄집어냈다. 

<살아 움직일 수 없는 물건들이여, 그대들에게 영혼이 있는가?>라고 혼잣말처럼 물었어. 하지만 내가 진짜 묻고 싶은 건 이거야. 살아 움직이는 인간들이여, 그대들에게 진정 영혼이 있는가? 

AI가 넘치는 세상이다. 아침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AI의 관리 속에 내가 조절이되고 살아간다. 심지어 나를 이루고 있는 장기들 또한 기계이다. AI와 인간의 구분이 크지 않은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독서토론을 하면서는 이런 질문이 나왔다. "AI에게 지성체를 인정해줘야할까?"

질문을 듣자마자 당연히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AI는 결국 기계이고 인간이 인간의 사고를 프로그래밍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AI가 생각을 한다 해도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사고 내에서는 복잡하든 정확하게든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사고는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얘기를 나누면서 그러면 AI의 지성이 학습된 것이기에 인정할 수 없는거라면, 자폐와 같은 장애를 가진 인간도 결국 학습된 지성으로만 사는 인간인데 그런 사람의 지성도 인정할 수 없지 않냐는 말이 나왔다.

역시 어느하나 진리와 참정답을 찾기란 어렵고, 그런 완벽한 참이 있는 의제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이 '무조건'이라는 말을 조심해야하는 것 같다. 뭐 깊게 들어간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난 AI를 인정하기 싫다. 개인적으로 AI의 영향이 커지는 시대적 변화가 싫은 마음에서 나오는 고집이기도 하다.

 

우리가 AI에게 너네들에게 영혼이 있니? 라고 묻기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우리는 영혼이 있니?라고 질문을 해 보자.

당당하게 난 영혼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야. AI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살고 있지.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요즘같이 '혐오'가 넘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AI와 같은 모습으로 많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

 

AI같이 그저 자기가 해야하는 일만 한다.

연애도 하기 싫고, 사랑도 하기 싫고, 뭐랄까... 물론 알록달록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회색빛의 인생을 사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마치 AI처럼..

 

<냄새>

줄거리요약 : 지구에 냄새가 고약한 엄청 큰 운석이 떨어졌다. 사람들은 악취를 없애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한다. 결국 운석을 유리로 코팅하여 냄새를 막게 되는데 어느날 그 운석이 사라진다. 그리고 또 다른 악취나는 운석이 더 떨어진다. 

"굉장하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양식 진주는 본 적이 없어요. 이런 걸 어떻게 만드셨어요?

"나는 동물을 이용하고 있어요. 진주조개보다 진주를 더 잘 만들 줄 아는 아주 작은 동물이죠."

태양계의 그 작은 행성에서만 1년에 50에서 1백 개의 진주를 거두어들이게 될 터였다. 생산비는 거의 들지 않았다. 그저 짓궂은 장난에 쓰이는 물건들을 파는 가게에 가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공을 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또 다른 작품은 '인간'에서도 작가는 다른 외계의 존재를 끌어와서 인간을 객관적으로, 제 3자의 눈으로 보게끔 한다. <냄새>도 그렇다.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어쩌면 우리는 지금 외계의 존재에 의해서 길러지고 이용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그만큼 인간이란 지구에 있는 생물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로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참 나약한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해 봐야한다.

 

우리가 진주를 만들기 위해 조개를 수술하고 조개가 산고의 고통을 겪어 만든 진주를 꺼내면 조개는 바로 죽게된다.

 

다른 존재를 착취해서 얻게 되는 무언가를 가지려 할 때, 이런 측면을 고려해봐야하는 것 같다.

<냄새> 속 인간은, 지금 이 세상 속 조개와 같은 처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냄새> 속 외계인은, 지금 이 세상 속 인간이겠지.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에 다른 존재들과 생명들을 아껴주고 베풀어야하는 것 같다. 

 

 

<취급주의 : 부서지기 쉬움>

<이것은 조물주에게 버림받은 신생의 우주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이것을 지배해도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 어딘가에 쥐들이 인간의 신이 되어 버린 우주 하나가 존재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위와 비슷한 맥락이다. 인간중심주의에서 탈피하는 시각.

 

<달착지근한 전체주의>

처음엔 진짜 전혀 문맥을 파악하지 못했다. 의미도 찾지 못했다. 

독서토론을 하면서 깨달았는데,

"자극적인 내용들로 사람들의 시선을 돌려서 기득권에 대한 도전을 방지하고자하는 전체주의의 전략"

 

우리가 유흥을 좇거나, 연예인들의 스캔들에 관심을 가지는 등.. 

달짝지근한 무언가를 행하고 있다면 중심이 무엇인지, 이 유흥이 무엇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닐 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인간의 어리석음

신부님이 우리보고 증기탕에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선량한 기독교인이 지옥의 분위기와 비슷한 그런 뜨겁고 습한 곳에 가는 건 옳지 않다고 하셨지요. - p.44

맹목은 어리석음을 낳는구나.

 

 

 

 

 

 

베르나르베르베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거야.

 

세상 어떤 일이든 도전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 아닙니까.

 

"그런 훌륭한 말은 뭔가 한 가지라도 성공한 다음에 해야지. 너, 지금까지 음악 하면서 뭐든 하나라도 성과를 냈어? 아직 아무것도 못 했지? 부모 말을 무시하면서까지 한 가지에 몰두하기로 결심을 했으면 그만한 것을 남기라는 말이야, 내 말은. 그것도 제대로 못 한 사람이 생선 가게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거야말로 크게 실례되는 소리다." -139p

 

"어떻든 너만의 발자취를 남기고 와." -140p

 

생선 가게 뮤지션 님께

다만 한 가지,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음악 외길을 걸어간 것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음악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143p

 

그렇다면 아버지, 나는 발자취를 남긴거지? 실패한 싸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발자취는 남긴거지? - 148p

 

아버지는 심각한 표정인 채로 말했다. "그럼 신세 좀 져야겠다."

다카유키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마침내 이런 날이 왔구나. 하지만 그런 마음을 겉에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했다. -179p

 

그러고는 친구에게서 뺨을 얻어맞았습니다. 소중한 목숨을 그렇게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면서 엉엉 울더군요. 삼 년 전의 화재를 잊었느냐고 소리치면서요.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이 결코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살아 있어서 비로소 느끼는 아픔도 있다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극복해왔습니다. - 207p

 

폴 레논 님께

가족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좋은 일로 잠시 헤어져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싫어져서, 그만 지겨워져서, 라는 이유로 서로 뿔뿔이 헤어진다는 것은 가족의 참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버님은 엄청난 각오를 하셨을 것입니다. 그건 다름 아닌 가족을 지키기 위한 일념 때문입니다. 그런 아버님을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폴 레논 님이나 어머님이 할 일입니다. -259p

 

어린 시절 야반도주를 계획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크게 실망한 폴 레논은 도쿄에서 비틀스의 마지막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다. 영화 속 마지막으로 연주하는 비틀스의 모습을 보며 폴 레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며,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나 바라볼 뿐임을 생각한다. 지 마음과 생각이 반영되어 이별에 공허함과 허무함만을 본 것 같다. 이별은 끝이고 또 다른 시작임은 바라보지 못한다.

하지만 훗날 부모님의 희생을 다시금 깨달으며 그때 보았던 영화 속 비틀스의 연주를 회상한다.

네 명의 멤버는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설령 해체를 앞두고 있더라도 넷이서 연주할 때만은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일까.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판타지인데도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소설이었다. 또한 소설 속 모든 등장인물들이 미묘하게 서로서로 연이 되어 이어져있다. 참 사람 인연이란게 알다가도 모르고 나의 어떤 행동이, 나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이, 누군가에게 큰 선택이 되고 다른사람의 인생을 만들 수 있음을 느낀 것 같다.

모든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다 감동적인 '기적'이다.

그리고 다들 하나씩 갈등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정신간호학에서 배웠던 '보편성'의 치유인 것 같다.

 

오랜만에 두꺼운 책을 읽느라 좀 오래 걸리긴 했는데 재밌게 읽었다.

단편소설인데 엄청 술술술술 읽히는 책이다.

 

인생이란 돈을 버는 것이 전부는 아니잖냐고 아릴드는 생각한다. - 10

 

후미히코는 리에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만이 진정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49

 

저 행자들의 기도를 길잡이 삼아 떠나려네.

내세에도 내내 함께 있기를. - 116

 

나는 같은 사물을 같이 본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로 다른 사고가 서로 다른 육체에 갇혀있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물을 본다는 것을. - 153

 

내가 생각하기에 같은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아무리 서로 살을 맞대는 사이라 해도 별개의 인격일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이 날마다 똑같은 음식을 똑같이 몸속에 집어 넣는다는 행위는. - 176

 

 

대부분 사랑에 관한 얘기이다. 마지막엔 게이커플도 나온다.

시간이 없어서 아오 잘 못쓰겠다. ㅠㅠㅠㅠㅠ 다음에 또 보게 되면 내용을 더 추가해야지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