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내가 쓰러져서 식물인간으로 지낸지 이제 9년(2010년 책 출간시는 6년)이 되어가는 한 목사님(김병년)의 인생 스토리다.
난 이 분을 facebook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김동호목사님급 '좋아요'와 '받아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친구를 맺고 글을 받아보았다.
그러면서 이 분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분은 세 아이의 아빠이자, 개척교회의 담임목사이자, 식물인간이 되어 하루종일 누워만 있는 한 여인의 남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팔로워들에게 '인정'과 '감사'를 깨닫게 해주는 분이셨다.
설교 중 이 분을 잠시 언급했었는데, 한 동역자가 이 책을 선물해 주었다. 사실 책을 낸 분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한줄 한줄 읽어나가며… 정말 내가 얼마나 편안한 삶을 사는지, 얼마나 아내에게 잘못했는지, 그리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어떤 것인지 등을 생각해 보았다.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대다수는 삶이 깨지는 경험을 한 이들이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나를 만나러 온다. 그들이 나를 찾아오는 이유를 나는 안다. 내 말이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아파하는 나를 보고 싶어서 온다. 고통의 이유를 알고 싶은 게 아니라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오는 것이다. 자기 삶이 특이한 게 아니라 평범한 또 하나의 삶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서 온다. ……… 교회를 개척하고 나서 쓰러진 아내는 자신의 연약함으로 교회를 하나 되게 했다. 온 성도들이 하나 되어 아내의 회복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교회의 기초를 쌓았다. 연약한 아내를 중심으로 우는 자들이 모인다.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은혜를 받는다. 낮아짐은 이렇듯 깊은 위로를 준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경계의 빗장을 풀어 주고 쉬도록 한다. 연약한 자가 강한 자를 안아 주는 것이다" (133쪽~137쪽)
아내의 호전되지 않는 상태는 목사마저도 의심을 갖게 했다…
"믿음에는 반드시 치유가 뒤따르는가? 이 문제는 나를 계속 혼란스럽게 한다. 내가 믿음이 없어서, 간절함이 부족해서, 그만큼 절박하게 기도하지 않아서 아내가 못 일어나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아내를 덜 사랑해서 그런가. ……… '의심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는 타락한 분위기인 동시에 죄악'이라고 말한다. 결국 회의를 허용하지 않는 맹신이 죄악인 셈이다. ……… 삶은 결코 어떤 하나의 공식으로 살아낼 수 없다. ……… 정직한 기도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너무 쉽게 단정해 버린다.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자연스런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것이 바른 신앙이라 착각하고 있다"(140쪽~149쪽)
난 당신이 좋아…
병들어 누워 있는 아내가 내게 사랑을 가르치고 있다. 일보다 아내를 사랑하는 다정다감한 남편으로 다시 태어나라고, 우리 둘이 맺은 사랑의 열매인 아이들을 부드럽게 인내하며 가르치는 아빠가 되라고, 성격이 다르고 믿임의 분량이 다른 부모님께 순종하는 자녀가 되라고, 무엇보다 아파 울고 있는 성도들에게 밥 한 그릇 더 먹이라고, 극단적인 양극화 속에서 신음하는 가난한 자들을 먹이고, 풍요 속에서도 자유를 맛보지 못한 이들에게 단순한 삶의 신비를 가르치라고"(192~193쪽)
이 책을 보며 나도 남편으로, 아빠로, 자녀로, 목사로… 나를 비우고 하나님의 방식을 채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facebook에서 김병년목사는 이런 류의 말을 했다.
이제 "왜 입니까?"라는 기도는 안 한다고… 그런데 "언제까지입니까?"라는 기도를 하면 아직도 너무 힘들다고… 그는 책에서 "기도란, 현재의 아픔을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 기도는 인정이다. 내 연약함의 인정.
김병년목사 역시 인정하기가 너무 힘들었고, 그래서 계속 하나님께 (지금까지도)투정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솔직한 투정이 오히려 우리의 연약함을 일깨워준다.
목사로서, 자녀로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광야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185쪽) "폴 투르니에가 말한대로 고난을 이기는 과정이 축복이지 고난 자체가 축복은 아니다"(179쪽) "삶은 결코 어떤 하나의 공식으로 살아낼 수 없다"(143쪽)
그렇다…!
김병년,
사랑,
인정,
고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