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고종황제가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로 캐딜락을 도입한지 근 100년을 훌쩍 지나고 있는 지금 9일 국토해양부는 올해 6월말 현재 자동차 등록대수는 1765만대로, 자동차 1대당 인구수는 약 2.83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자동차의 증가는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조만 간에 인간이 거주할 공간마저도 자동차 전용도로와 주자장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이러한 기하급수적인 자동차의 증가는 현재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동차공해에 의한 대기오염, 또한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 자동차 폐기물에 의한 토양 및 수질 오염 등, 석유사용에 따른 연료란 심화 등.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최근 등장한 바이오 에너지 마저 이제는 또 다른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국제원유가 상승으로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시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각 국가들 및 거대 기업들은 앞다투어 바이오 에너지의 원료인 사탕수수의 재배면적을 늘리기 위하여 기존의 옥수수 및 밀과 같은 농작물의 경작지에 경쟁적으로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곡물의 경작지의 축소에 의한 국제 곡물가 상승, 그리고 이로 인한 가난한 나라들의 기아확대 등을 연쇄적으로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즉 인간 문명의 발달의 동력인 자동차의 존재는 그 동안의 역할에 있어서 존경 받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마땅하지만, 반면에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환경파괴에서 기아확대의 원인 제공자로서 우리에게 낯설기까지 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는 지구와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그 한계점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조차 들고 있습니다.

이 책 『자동차 바이러스』의 저자 ‘헤르만 크노플라허’는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 교통계획과 교수로서 수년간 자동차 문화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이 책에서 생각하는 자동차 문화의 해악은 범지구적인 환경문제와는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역시 위에서 다룬 보편적 자동차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고 있지만,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자동차문화의 문제점은 다름 아닌 도시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탐구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동의 편의를 위해 자동차를 발명했지만, 지금은 자동차의 이동성을 위하여 법과 사회시설을 바꾸고 있다.”
“도시에서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모든 문제점을 왜 우리는 눈을 감아줄까?”
“왜 우리는 자동차에 우리의 삶의 공간을 내어줄까?”

’자동차가 없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끊임없는 교통사고.’
  -흉기를 든 살인에 대해서는 엄벌하는 법규도 자동차사고에 의한 사망은 사고로 처리하는 자동차에는 너무나 관대한 법규
’인간의 활동반경을 빼앗아 가는 자동차 전용도로와 주차시설.’
  -인간의 활동은 자동차를 위한 법규에 의해서 끊임없이 제약을 받으면서도 자동차를 위해서는 단순히 지역발전을 명분으로 포장되는

   각종 도로와 주차시설.

이젠 인간 스스로 자신의 피조물인 자동차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행동양식 및 도덕적 규범까지 수정되해야만 하는 부조리를 저자는 통렬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는 자동차 문화에 대한 비판만 이 책에서 쏟아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자동차 문화를 필요악으로 보고 있는 저자는 자동차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인간을 위한 보다 나은 환경 건설을 위하여 자동차도로 대신 인간의 두 다리를 사용하는 도보 및 자전거 도로 건설 및 공평한 주차비 책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보다 자동차라는 바이러스에서 해당된 인간 본연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이 책을 통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