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그래서 이미 친숙해져버린 이름 하나, 스타벅스. 솔직히 세계 최고의 커피 체인으로서, 그리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회사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문화를 그다지 이해하지 못 했다. 개인적인 취향의 커피전문점과 좀 다른 노선이기도 했고.
하지만 지난 번 필리핀에 들렀을 때, 그리고 미국, 싱가폴, 일본 등에 들렀다가 스타벅스를 가보면서 조금씩 '아, 이런 것이 스타벅스구나'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세계 어디에서나, 생판 모르는 처음 가본 곳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익숙함 속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분명 편안함이었다. 특히 다른 나라보다 얼마 전 필리핀에 갔을 때, 스타벅스를 발견했던 순간에 얼마나 기뻤는지.....
분명 그 순간의 스타벅스 경험(Starbucks Experience)은 각별한 것이었다.


그런 '스타벅스 경험'을 한 사람들,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험들 속에서 통찰력을 찾아낸 책이 바로 이 '스타벅스 사람들'이다.
18개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자료 조사를 통해서 만들어진 이 책 안에 담긴 내용들은 참 값진 것으로 가득 차 있다. 18개월만에 20여년의 스타벅스의 역사를 모두 담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겠지만, 저자 조셉 미첼리에게 그 기간은 스타벅스의 역사 속에 담겨진 사건들을 살펴보며 그 안에 숨겨진 통찰력을 발견하는 것에는 부족하지 않았나보다. 이 책 속에 담겨진 다양한 스타벅스 사람들의 경험들은 가끔은 대단히 놀랍고 가끔은 감동적이며(특히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야기는 순간 울컥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또 가끔은 머리를 찡 하고 울리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저자는 그 안에서 스타벅스의 다섯 가지 원칙을 발견했다. 그 다섯가지 원칙이 이 책 전체를 구성하고 있고.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첫번째 원칙인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Make it your own)과 그의 세부 법칙이었던 5Be 부분이었다. 마치 얼마 전에 읽었던 마루한이즘을 떠올리게 하는 인재경영. 스타벅스에서는 자사의 사원들을 직원이라 부르지 않고 '파트너'라 부른다 한다(아르바이트생까지도). 그 호칭 하나만 보더라도 그들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갖는 마인드, 그리고 각 파트너들이 가질 마인드가 느껴졌다. 사실 서비스업이라는 것이 잘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고객들을 만나서 서비스를 펼칠 사람들의 마인드가 아닐까 한다. 서비스업체의 얼굴인 그들의 마인드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입지가 조금씩 쌓여가거나 혹은 무너지거나 하겠지. 스타벅스의 파트너들은 그들의 서비스 원칙인 5Be가 적힌 그린 에이프런 북을 각자의 녹색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스타벅스식으로 손님을 맞는다. 파트너로서, 그리고 전세계의 모든 파트너들에게 450불이라는 보너스를 동일하게 지급할 줄 아는 스타벅스의 일원으로서.

 

 

특히, 이 책의 통찰력이 돋보였던 것은 그런 스타벅스의 정책, 혹은 법칙들을 독자의 입장에 맞추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독자가 자신의 입장, 혹은 회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다양한 배려들이다. 그저 '아, 스타벅스가 이래서 성장했구나'라는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고 그것을 적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책 속의 배려들은 다른 비슷한 시도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또 체계화되어 있다. 이런 점이 이 책을 그렇게나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개인적으로도 그런 식으로 나름대로의 적용을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이 페이지들은 스타벅스의 원칙들을 다시 한 번 독자의 머리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해 주는 친절한 도구들이다. 생각보다 사고의 흐름이 너무 자연스럽게 그런 적용으로 움직이는 것에 놀랐을 정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또한, 함께 제공되는 실천노트도 마찬가지. 마치 스타벅스의 파트너들이 하나씩 갖고 다닌다는 그린 에이프런북을 몰래 소유한 느낌이랄까. 책의 중요한 부분들, 그리고 5Be 법칙 등을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시애틀의 작은 커피전문점이었던 스타벅스. 그리고 50센트 정도에 마시는 싸구려 음료였던 커피. 그런 커피 문화가 하워드 슐츠의 '즐기는 커피 문화를 만들어낸다면 3달러에도 팔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세계 42개국, 1만 4천여개의 매장에서 매주 3천 500만명의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 스타벅스의 성공 이유를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어느 정도 끄덕일 수 있게 되었다. 스타벅스의 내부인이 아니기에 이 책이 정말 그렇게나 스타벅스를 꿰뚫는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런 '스타벅스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던 곳이라면 충분히 그랬을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한국의 이야기다. 분명 한국도 그리 진출하기 녹록한 시장은 아니었을 듯 하고, 그런 시장에서의 스타벅스 경험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인사동에 있는 한글 간판의 스타벅스 이야기라든지). 이 책의 사진들은 대부분 한국의 스타벅스 사진들로 바뀌어 있다. 하지만 그 것을 벗어나 한국의 Starbucks Experience도 어느 정도는 담아주었었다면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역자가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장이었다는 것을 보면 더 그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하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이 책 속의 '스타벅스 경험'들은 참 멋지고 짜릿하다. 나 자신도 그런 스타벅스 경험을 하고 또 한 명의 '스타벅스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한국의 스타벅스는 이런 부분에서 조금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얼른 그런 경험을 하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스타벅스 코리아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스타벅스 좋아하면 된장녀'같은 그런 이미지를 꺠고 말이다.

얼마전 해외 토픽으로 중국제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한 한 작가가 방송되었다. 가격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세계의 기업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중국행을 선택하고 있는 지금 made in China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해 보일정도까지이다.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우리의 먹거리 또한 중국제 아닌 것을 찾아 보기 힘든 현실이지 아닌가! 그럼 이와 반대라고도 할수있고 똑같을수도 있는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갈수 있을까? 명품 옷부터 시작해 가전제품 심지여 비누, 치약까지 브랜드 제품 아닌 것이 없는 지금. 한 때 브랜드 중독자인 저자는 당당히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하겠다고 선언한다.

저자는 학창시절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고자 브랜드 제품을 찾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이 입지 못하는 고가의 제품일수록 더욱더 열등감, 소외감, 불안감은 충족감, 만족감, 행복감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저자는 더욱더 브랜드 제품에 집착하게 되고 심지어 타인을 판단할때 그가 입고 걸치고 있는 브랜드만으로 그의 모든것을 판단하게 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사람이 브랜드에 집착하고 모든 사람이 브랜드를 구입하는 현실에서 브랜드가 나만의 개성을 나타내 줄수 있는지 의심하게 되고 자신이 자아의식을 잃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만의 개성과 자아의식을 되찾고자 이때까지 모은 브랜드 제품을 모두 불태워 버리는 화형식을 갖게된다.

Brand라는 말은 불로 지진다는 의미의 스칸디나비아 말인 brandr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주 먼 옛날 자신의 노예라는 것을 증명하기위해 가슴위치 쯤에 글자나 기호로 찍은 낙인이 지금의 물건으로 옮겨와 브랜드가 된 것이다. 사회적으로 문제화 되고 있는 명품족의 소비 형태를 보면 자신의 수입은 생각치도 않고 무분별하게 물건들을 사들이고 실제로 모두 사용하지도 못한다. 단지 구입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때문에 명품 중독자가 되어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브랜드의 노예처럼 생각되 브랜드라는 어원의 의미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우리같은 일반사람은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위해 광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광고에 나오는 연예인처럼 멋진 옷에 멋진 장신구를 걸치고 으리으리한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을 다하며 살수도 없을 뿐더러 다 구입한다고 해서 그들처럼 되는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광고는 우리를 매혹적인 세계로 이끌어 줄것 같지만 실제로는 현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또한 광고는 이것을 사면 더욱더 풍족한 삶을 살수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을 구입하는데 돈을 쓰면 쓸수록 우리는 더욱더 가난해 질 뿐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슬픈 현실이다.

유행은 끝임없이 변한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을까? 이 현상에 대해 저자는 상류층 사람들은 하류층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취향을 바꾸었고, 하류층 사람들은 그들을 따라 잡기 위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됨으로써 유행은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유행과 광고의 숨은 이면을 알면 알수록 현실은 평범한 서민을 더욱더 슬퍼지게 하는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을 21세기의 런던을 살아가는 원시인이라고 표현했다. 제목만으로는 이 책이 브랜드 제품을 불태운 사실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이 화형식 자체보다는 화형식 전, 후의 저자 심리와 실제 생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래서 내용자체가 제목이 주는 무거움과는 많이 다르다. 30대 남자가 브랜드 제품을 쓰지 않기 위해 직접 비누를 만들고 브랜드 아닌 제품을 찾아 다니는 과정이 21세기의 원시인이라 불릴만 하다. 그 자신은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읽는 독자에게는 그래서 웃음을 주는 것 같다.

저자는 소비를 위해 노동하고, 노동의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소비하는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리라고 조언한다. 소비를 줄여 노동에 투여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그 시간적 여유로움을 자신의 행복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한다. 당신이 걸치고 있는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당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좀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패턴이 절실히 필요한 때인것 같다.

일본 드라마에 "기묘한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극장판으로 상영하기도 해 아시는 분들도 계실것이다. 평범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다가도 마지막에 반전을 가하기도 하고, 완전히 현재의 세상과 다른 상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이갸기를 전개해 나가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오싹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냈을까? 참 감탄스럽다. 바로 이 책이 이런 드라마에 소스를 제공한다.

이 책은 10분 내외로 읽을수 있는 분량의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분량만으로 내용을 과소 평가한다면 다음의 문구로 인식을 바꿔보았으면 좋겠다. "한편의 소트-쇼트와 한편의 단편이나 중편, 혹은 장편소설을 비교해 볼 때 분량이라는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같을 것일지도 모른다."라는 문구. 책의 뒷편 해설부분에 있는 문구인데,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자신의 마을을 구하기 위한 제물이였던 여인을 구해준 남자가 다시 그 여인 마을의 제물이 되고, 아내를 살해해 주겠다고 메일 걸려오던 전화를 뿌리치자 이번에는 그 전화가 아내에게 걸려온다든지, 경찰이 폭력조직에 위장해 들어가 1인자가 되지만 1인자가 되는 순간 마음이 바뀐다든지 하는 등등의 내용은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 보는것 같았다.

판타지 기사를 쓰는 우리의 메이저 언론에서 요즘 젊은층들이 가벼운 일본소설에만 빠져있다고 비판한다. 어떠한 특정 부류의 책들이 많이 읽힌다는 것이 비판받아야 하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이러한 문제해결 방식이 한국문학에 도움은 되지 않을것 같다. 21권짜리 대하소설과 한권짜리 인터넷 소설을 비교할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문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식의 문학이 모두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분량이 짧고 내용이 가벼워 보인다고 책이 말하는 궁극적인 내용 자체까지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