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가는데 답은 생각 안 나고, 답답하셨겠어요? (웃음)”
“네. 며칠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지금 읽고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그 답을 얻었어요. ‘개인주의자’ 이게 절 설명할 수 있는 다섯 글자인 것 같아요. 딱 들으니 감이 오시죠? 개인주의자라는 게 어감이 좀 차가워서 그렇지 절대 나쁜 사람 아니에요. (웃음)”
“그렇죠.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왠지 북 마스터라는 직업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북 마스터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계기라 음.. 대학 다닐 때 온라인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 때 제대로 온라인 서점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책이 정말 많았거든요. 보통 신간이 나오면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는데요. 그 양이 상당했어요. 신간들이 나올 때마다 ‘이 책은 어떤 책일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더라고요. 그 설레는 느낌이 좋았어요. 매일매일 책이 그렇게 많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았죠.”
“그 당시에 느꼈던 설렘으로 지금의 일을 시작하셨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출판사였어요. 처음엔 아는 분의 소개로 입사하게 됐는데 거기서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판매되는 지 배울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좋은 분들을 많이 뵙게 돼서 좋았고요. 그 경험이 지금, 온라인 서점에서 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네요. 음 그 출판사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가 2005년도에 인터파크도서에 입사했어요.”
“인문이라는 분야는 본인이 선택한 분야인가요? 인문학 하면 일단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분들이 많잖아요.”
“제가 선택한 건 아니에요. 간혹 비정기적으로 회사에서 개편이 있을 때 담당하는 분야가 바뀌기도 해요. 인문학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 들이 많으신데요. ‘인문’이라는 게 무조건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처음부터 쉬운 건 없잖아요. 중요한 건 ‘관심과 호기심’이라고 생각해요.”
“관심과 호기심, 뭔가 심오해요. (웃음)”
“거창한 건 아니고요. (웃음)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를 떠올리면 ‘악법도 법이다’리는 말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근데 어느 날 소크라테스가 그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어떡하시겠어요? 당연히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궁금해지겠죠?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한 모든 시도가 곧 인문의 숲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문은 절대! 어렵지 않아요.”
“멋진 비유에요. 명쾌한 해답이네요. 책에 대한 철학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책은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원천’ 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웃음)”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유난히 마음이 가는 책, 어떤 책이 있을까요?”
“음 가끔 힘들거나 지독한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읽는 책이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 1>라는 책인데요. <양을 쫓는 모험>에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에요. 도입 부분에 주인공이 세상과 단절한 삶을 살다가 결국에는 세상 속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이상하게도 딱 그 부분을 읽으면 힘이 나요. 저에겐 아주 특별한 책이죠.”
“얘기를 나눌수록 궁금해요.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기억도 없고요. 근데 아주 가끔 엉뚱한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엉뚱한 추억담 하나 들려주세요.”
“제가 남고를 다녔거든요. 그 때가 2학년 때였을 거에요. 저랑 제일 친했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빡빡 밀고 온 거에요. 집에 있는 이발기로 자기가 밀었대요. 근데 그게 왠지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날 친구보다 더 짧게 밀었어요. 친구한테 빌린 이발기로 들고 화장실에서 신문지 뒤집어 쓰고(웃음) 그렇게 빡빡이 두 녀석이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었어요. 근데 또 그게 재미있어 보였는지 그 날 이후로 한 두 명씩 머리를 빡빡 밀고 오더니, 결국 저희 반 애들 절반이상이 빡빡 머리로 변했던 기억이 나요.”
“재미있는 추억이네요. (웃음) 학창시절 하면 사춘기가 생각나요. 사춘기를 생각하면 왠지 고양이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학창시절 추억담을 들으니까 북피니언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고양이 사진이 생각나는데요.”
“좀 비슷할 수도 있겠네요. 가족들이 다 동물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항상 동물을 키웠어요. 고양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키우기 시작했고요. 제가 머리를 빡빡 밀었을 무렵에도 같이 살았는지는 가물가물 하네요. (웃음) 지금은 고양이 네 마리랑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만약 램프의 요정이 단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어떤 소원을 빌 것 같아요?”
“단 한 가지 소원이라.. 가장 시급한 문제죠. 지구온난화를 해결해달라고 할 것 같아요.”
"소원이 참 인상적이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여섯 권 부탁드릴게요."
"첫 번째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의 책인데요.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은 종종 길에 비유되곤 하잖아요.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줘요.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랑’에 대한 글은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두 번째 추천할 책은 <오래된 미래>라는 책인데요. 현대화’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개발들이 과연 실제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셨을 거에요. 그 물음에 답이 될 책이에요. 세 번째 추천도서는 <죽음의 밥상>이에요.”
“이 책은 제목에서도 확 끌리네요."
"제목에서도 감이 오시죠? 요즘 갈수록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우리의 식탁에 관한 이야기에요. 저자 피터 싱어의 주장이 좀 과격하게 받아들여 질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네 번째 추천도서는 <침묵의 봄>이라는 책인데요. 필요 없는 환경 문제를 다룬 고전이죠. 다섯 번째는 <권력을 이긴 사람들>이라고, 권력의 역사가 아닌 민중의 역사를 담은 하워드 진의 신간이에요. 거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마지막 추천 책은 <강의>라는 책이에요.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에요. 책 읽기의 즐거움과 고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해요. "
[이주철 북 마스터 북피니언 다시보기]
이주철 북 마스터와의 인터뷰는 특유의 진지함과 보일 듯 말 듯 감춰진 천진난만한 모습이 인상적이엇다. 다섯 글자로 자신을 소개하라는 질문을 두고 몇 날 며칠을 어쩔 줄 몰라 하고, 새로운 책을 대할 때면 늘 애인을 대하듯 설렘이 가득하고, 때로는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와 그를 괴롭히기도 한다. 특히 마지막 램프의 요정에게 바라는 소원에서 지구온난화의 해결을 말하는 모습 역시 조금은 엉뚱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본받아야 할 자세이기도 했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을 두루두루 사랑할 줄 아는 그가 추천해주는 책, 왠지 믿음이 간다.
언제부턴가 현대인들에게 인문학이란 다분히 어렵고 따분한 학문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주철 북 마스터의 말처럼 작은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다면 인문의 숲으로 향하는 길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그는 인문학의 숲으로 향하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오솔길로 안내해 줄 것 이다. 앞으로도 인문학의 숲 속에서 넘치는 열정으로 독자들이 관심과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보배로운 책들을 발굴해내길 바란다.
이번 주 역시 이주철 북 마스터의 인터뷰를 읽고 댓글을 남겨주길 바란다. 댓글을 남겨준 3명을 뽑아 북 마스터가 추천한 책을 선물한다. 한 줄의 감상평부터 주절주절 잡다한 이야기까지, 북피니언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 다음 주 북 마스터 인터뷰는 추석연휴 관계로 한 주간 휴식을 취한다.
다다음 주 인터뷰의 주인공은 참고서 파트 김현정 북 마스터다. 김현정 북 마스터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점이 있다면 12일까지 정글북 방명록에 은밀하게 남겨주길 바란다. 다다음 주에도 북 마스터와의 인터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