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평범한 일상이라고 하기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이야기이네요.

저의 로망, 희망사항 중 하나가 할아버지가 된 남편과 할머니가 된 제가 함께 공원을 산책하고 한적한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인데 그런 우리 두사람의 뒷모습을 상상하기도 하는데 이 책이 보다 선명하게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이상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건네준다.

 아들과 함께 읽을때는 할머니가 고양이에게 물을 준다며 웃으면서 이야기 속의 장면 장면에 관심을 보이는데, 저의 눈에는 본문과 연결되는 그림 속의 문장들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할머니의 기억이 점차 흐려지는 동안 할아버지는 어떤 심정으로 살게 될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잠든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이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감동이 스며든다.

 

 그러면서 언젠가 할머니의 기억이 사라지는 그때를 위해 할아버지는 기발한 선물을 준비하네요.

 헛간에 들어간지 며칠이 지나도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비밀로 하고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네요.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나보네요.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무엇을 만들고 있을까요?

 책에 할아버지가 만든 선물을 열어보면 할머니의 드레스가 나오네요. 여기저기 할머니가 잊으면 안되는 것들, 할머니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자존감을 잊지 않도록 배려한 할아버지의 선물에 할머니는 감동을 합니다. 절대 이 옷은 잃어버리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이 참으로 맘이 애잔해집니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시절이 있고 그 때의 느낌이 생생하며 그 기쁨과 행복감은 나이가 들어 느끼는 것과는 다른 참된 재미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자전거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서 어린시절을 떠올립니다.

 

 우여곡절끝에 까치가 물고간 열쇠로 집에 바로 오지 못하던 할머니는 겨우 집에 도착하여 반기는 할아버지의 품에 안긴 작고 귀여운 소녀가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는 결국 열쇠가 할머니의 가방안에 있었다고 말해주는 남편의 이야기에 사실은 맘이 훈훈해지네요. 우리가 나중에 이런 시간이 왔을때 저도 남편에게 이렇게 소녀처럼 안길수 있을것 같다는 희미한 믿음이 생기네요. 누구나 겪을지 모르는 시간들이지만 이렇게 잔잔하게 자연스럽게 그 시간들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아끼며 살아갈수 있도록 지금부터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더 존중해주어야 할것같아요. 아이들을 위한 동화일지라도 때로는 어른들에게 더 감동을 주는 것은 우리안에 할머니처럼 소년과 소녀의 감성이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네요. 우리 속의 소년, 소녀가 행복하고 편안할수 있도록 우선 우리 자녀를 잘 보살피고 안아주어야 할 것 같아요.

전문직 여성이든 전업 주부든 '번아웃증후군'으로 만사가 귀찮아지고 자극에 둔감해지는 시기가 온다. 나또한 그러한 시기를 겪으면서 정말 내가 이상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로 정신을 차려야지하면서 나름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애쓴 적이 있었다. 그러기에 이 책을 통해 김향숙 작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힐링을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모든 진리나 깨달음은 모든 종교가 보편적이고 공통된 부분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지겨워 죽겠어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돌아서면 어질러져 있고," 전업주부가 주로 하소연하는 부분이다. 나또한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질 때엔 이런 생각이 들어 저절로 무기력해지곤 하였다. 주어진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를 번아웃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작가는 사적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자신이 기대하는 분야에서 헌신했는데 기대에 미치는 반응을 얻지 못했을때 겪는 정신적 충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마치 빈 껍질, 식어가는 재로 표현하는 크리스티나 마슬락의 이야기처럼 우리 결혼한 여성들은 결혼 이후부터 현재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24시간 긴장하며 사용하므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을 남성인 남편들은 알지 못하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겉도는 이야기와 처방으로 해결책만 제시하려고 하고 전혀 공감해주지 않는다. 여성인 아내는 그것으로 인한 실망과 좌절감이 쌓여서 갱년기가 될 무렵 에너지가 방전되어 결국 자신을 놓아버리고 가족을 내팽개처버리곤 한다. 이럴때 작가는 여성에게 갱년기, 즉 중년에 찾아오는 남성성과 남성에게 찾아오는 여성성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성에게 찾아오는 남성성으로 자신에게 쌓여있는 감정의 더미들을 청소하고 해결한다면 보다 행복한 중년을 맞이하여 가정의, 남편의 돕는이가 되어 행복한 부부와 가정을 이루어 낼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남성또한 신의 선물로 받게되는 여성성을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외로움과 토라짐에 사용하지 말고 여성인 아내를 이해하고 배려하는데 쓰라고 조언한다.

 여성에게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의 편견과 관습에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내린 여성의 소임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샤와 에젤사이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샤는 아담이 지어준 이름으로 '바라는 베필'로 남편에게 악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죄를 짓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남편을 변화시키려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남편개조사업에 임하는 여성을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남편개조사업은 실패하고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고 한다. 에젤은 '돕는 베필'이라는 의미로 아내가 남편을 돕는다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부족하거나 열등해서가 아니라 그 역할을 맡긴 이유가 남편에게는 철없음, 모자람, 미성숙이 있다는 의미로 아내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고 본다. 아내의 도움이 있어야 완성이 된다는 말에 일부 동의하기도 하지만 만일 이 글을 남편들이 읽는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신념과 이해의 실천 과정에서 부부의 화해와 행복한 가정이 당연한 결과이기에 어느정도 신뢰가 생긴다.

 수많은 상황에서 수없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존재보다 자녀과 남편, 가족을 위해서 때로는 희생하고 봉사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나 정작 본인을 잘 돌보지 못하는 과거에 비해 요즈음 우리 아내들은 자신의 행복과 힐링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때로는 오히려 자신의 것만 추구하면서 자녀나 남편, 가족을 등한시하는 것같아 안타까움을 느낀적도 있다. 항상 조화가 중요하며 특히 우리 결혼한 여자인 아내의 바른 생각과 신념, 그리고 행동이 나의 남편, 자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소중한 존재이므로 힐링을 통해 한걸음더 흐뭇한 세상이 펼쳐지기를 이 책을 통해 바래본다.

우리집에 첨으로 딸아이가 태어난 날, 아들이 태어난 날 그 순간들로부터 우리들은 어른이 되어갔다. 어른 중심의 질서가 있던 집은 점차 아기의 기저귀, 젖병, 분유 등으로 채워졌고 가구의 모서리는 보호대로 감싸기 위해 접착제가 여기저기 묻어나기 시작했다. 부모가 되는 평균연령보다는 어리지 않았지만 주변 친구들의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아기를 키운 경험이 아직없는 지인들보다 먼저 아기와 전쟁 내지 씨름 중이었고, 친구결혼식 뒤풀이 때 식당 한 구석에서 단지 오줌기저귀를 가는데도 남자 동기들의 휘둥그레한 눈동자가 지금도 선명하다. 그들도 지금은 딸바보, 아들바보가 되어 있을 걸 그때는 상상도 못한 모양이다.

 작가는 번역작가로 감성이 풍부해서인지 딸에게는 앙크, 아들에게는 뽀끼라는 별칭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다소 원론적인 나에게는 재미날수 없었던 에피소드를 너무나 사랑스럽게 묘사하고 사진을 실어 놓으니 나와 우리 아이들과의 지나간 행복한 순간이 데자뷰되면서 웃고 감동하고 눈물도 난다.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지만 성향에 따라 반응하고 기억하는 부분이 다르다. 또한 내 아이들도 얼마나 귀여웠고 깜찍했고 기발했으며 때로는 황당했었는지 소소하게 기억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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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끼의 희한한 말잇기와 무모한 대담함이 사랑스럽고, 앙크의 독특한 철학적 질문과 답변이 경이롭다. 버섯을 독버섯이라 말하고 만약 아니라면 사과를 해야 할꺼란 말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이런 표현은 아마 엄마, 아빠의 인품을 본받은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우리 부부의 인품을 되돌아보게 된다. 둘째의 돌잔치용 사진인화사이트의 앨범제작 이후 이런 작업을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과 본인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알려줄 수 있는 책선물을 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 부모에게 자녀에게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해주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