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쓴 <오후의 서울산책>. 출간은 저자가 '전 서울시장'이 된 지금이지만 사실  '현 서울시장'이던 때에 출간하려 했었던 책이다. 제목도 살짝 달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집중호우로 서울에 큰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출간이 미뤄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전(前) 시장'이 되어버렸고,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연가'라는 광고문구를 달고 출간되었다.

 '서울은 갈 데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며, 직접 발로 뛰며 찾은 새로운 명소들을  전통, 창작, 남산, 문화, 공원, 한강, 둘레길, 역사, 골목길 등 테마에 맞춰 44곳 소개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기존에 잘 알려진 서울의 관광 명소나 랜드마크, 이미 유명 관광지가 된 곳 위주가 아닌 나름 참신한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서촌, 광장시장, 서울풍물시장, 연희문학창작촌, 홍은예술창작센터, 남산야외식물원, 세종벨트, 북서울꿈의숲, 중랑캠핑숲 등. 물론 이미 잘 알려진 서울타워나 대학로, 광화문광장, 여의도한강공원 등도 들어가 있지만 조금 다른 시각, 그 곳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 그 곳에 가는 색다른 길 등을 소개하며 식상함을 탈피하고자 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그 장소의 유래와 역사, 그 곳의 인물과 뒷이야기들을 알려주고 있는 점이다. 이를테면, 새로 개장한 어린이대공원의 '꿈마루'가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채 시멘트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이 건물이 가진 건축사적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해 놓은 것이며, 2층에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한글매화나무' 작품은 대학 시절 이곳에서 지낸 추억이 있는 한 교수가 자발적으로 방문해 예술혼을 불어넣어 놓았다는 것.

 반면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들도 있었다. 어째서 오세훈 전 시장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직접 발품팔아 다녔다는 곳들 사진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찍혀있는지. 앞날개에 사진작가 이름도 명기되어 있고, 사진의 퀄리티도 전문가 수준의 사진들이었기에 다른 사람이 찍었다 하는 것은 알았지만 마치 연출된 듯한, '오세훈 전 시장'이 찍힌 사진들이 들어가 있는 것은, 과연 이 책이 서울의 새로운 명소를 소개하려는 것인지, '서울의 새로운 명소를 직접 다녀간 여유롭게 느껴지는 오세훈 전 시장의 모습'을 소개하려는 것인지-. 너무 삐딱한 시선인가? 물론 이런 책에 저자의 모습들이 찍힌 사진이 군데군데 들어가는 것은 당연할 일일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저자의 '순수한' 의도를 어필하려면 되도록 저자의 '연출된' 모습들은 배제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글과 문체는 비교적 무난했다. 다른 나라의 사례나 역사적인 지식들이 살짝살짝 가미되어 있는 것도 좋았고, 여러가지 일화들을 소개한 것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자꾸 읽다보니 어쩐지 그냥 일반블로거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인 듯 싶은 부분들도 있었는데, 전문작가가 아닌 바에야 그런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나 싶다.

 어찌됐건, 이런 노력과 시도 자체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기존의 식상한 관광명소가 아니라 새롭고 참신한 곳을 소개하고 있어 절로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되는 곳이 여러군데 있었다. 다만 이 책이 '현직 서울시장'이 직접 소개하는 신명소였으면 화제도 되고 의미도 있고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외려 현직시장이었으면 오히려 정치적인 의도나 연출이라고 지탄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대한 가장 훌륭하고 궁극적인 감상은 이 책에 소개된 곳을 직접 발품팔아 찾아가 보는 것이다. 그  곳이 진짜 소개된 대로 멋진 곳인지, 볼 것도 없고 불편하기만 한 곳인지를 직접 가리고 느끼는 것 또한 이 책에 대한 엄정하고 깊은 감상이 될 것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미디어윌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