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유머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데뷔작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기시 유스케 등 기존의 유명 작가들이 세를 떨치고 있는 일본 추리 미스터리 분야에서 국내에 새롭게 소개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 작가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일본에서 2011년 서점대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추리 미스터리에 맛을 들인 독자라면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들은 조금 색다르게, 가벼운 간식을 먹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추리 미스터리에 큰 흥미가 없는 독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강점으로 작용해 서점대상 1위를 차지하게 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건과 추리, 기발한 트릭과 반전 등 추리 미스터리 소설의 필수요소를 갖추고 있으면서, 제법 코믹한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개그와 우스꽝스런 상황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박장대소나 폭소할만큼 재미있다기 보다는 연신 피식 피식 대며 은근히 올라오는 깨알같은 개그들.
데뷔작인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도 이런 히가시가와 도쿠야만의 매력이 잘 발휘되어 있다.
지방의 작은 기업에 내정되었지만 꿈이 고작 그거냐며 여자친구에게 차여버린 대학생 도무라 류헤이. 우울한 기분을 달래려 친한 선배 모로 고사쿠의 집에서 함께 비디오를 보던 날 밤, 전 여친 곤노 유키가 살해되고, 설상가상으로 샤워하러 간다던 모로 고사쿠 마저 욕실에서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된다. 문제는 모로 고사쿠의 집이 안쪽에서 체인까지 걸린 완벽한 밀실상태였다는 점. 꼼짝없이 용의자로 몰리게 된 류헤이는 누나의 전 남편이자 사립탐정인 우카이 모리오에게 도움을 청한다. 우카이와 함께 밀실트릭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가 이들을 뒤쫓는다.
사건은 두 가지다. 전 여자친구 곤노 유키가 살해되었고, 함께 비디오를 보다 샤워하러간 선배 모로 고사쿠가 살해되었다는 것. 문제는 류헤이가, 차여서 일말의 악감정을 가진 전 남자친구, 밀실이 되어버린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내부에 있었던 한 사람, 즉 두 사건 모두의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황상 상당히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류헤이가 범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과연 밀실 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어떻게 일어난 것이고, 범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고사쿠의 아파트에서 1분 거리에서 벌어진 곤노 유키 살해사건과의 연관성과 그 전모는? 상황이 꼬일대로 꼬여 그 누구도 진실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은 거짓말 같은 상황속에서 류헤이와 우카이는 어떻게 전말을 파헤치고 사건을 해결할 것인가.
시종일관 유머스런 상황과 대사들이 연출되지만 모든 것이 다 밝혀진 뒤에 보면 트릭과 복선회수가 상당히 빈틈없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살인사건이 벌어지지만 분위기는 가볍고, 분위기는 가볍지만 추리요소는 상당히 치밀하다는 것. 사실 유머 본격 미스터리라 해도 추리요소가 허술하면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웃기는 와중에도 추리요소가 확실하니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조금은 뜨악한 반전과 진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저택섬>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났던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인데 앞선 두 작품보다도 만족도가 높았다. 이 작품이 2002년 신인 발굴 프로젝트인 'Kappa-One' 제1탄에 선발되어 본격 데뷔를 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심각하고 기괴한, 치열하고 숨막히는 작품들을 읽어내는 중간중간에 상큼한 샐러드처럼, 달달한 허니브레드처럼 읽으면 좋을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들. 신작을 체크하며 읽을 작가 중 한 명으로 리스트에 올려두어야 겠다.
* 이 서평은 지식여행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