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라면 우리 할머니께서 단연 최고였죠.

어릴 적,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 날은 할머니께 옛날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고 졸랐습니다. 그러면 할머니께서는 "이야기 없다..." 하시면서도

못이기시는 척 하나씩, 둘씩 이야기를 꺼내시죠. 할머니 말씀대로 늘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웬일인지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고, 특정 대목에서 할머니

말투가 똑같이 이상해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간혹 새 이야기를 들려주실라

치면 우리는 "할머니 그거 언제 알았어? 할머니 이야기 정말 많다 ~" 하면서

왜 미처 알려주지 않으셨는지에 대한 서운함을 놀라움으로, 존경스러움으로

표현하곤 했었죠.

할머니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과거시험 보러 가는 가난한 선비,

애기 못 낳는 새댁이나 사람으로 변신하는 늙은 여우, 전설의 고향에나 어울릴

법한 효자 아들 ..... 들이었습니다. 참으로 못나고 불쌍하고 무서운 그들이었는데

어른이 되어 우리아이의 전래 동화집에서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은, 웬일인지 생동감이

없어 보이네요. 그래서 제가 그럴듯 하게 목소리 연기를 더해서 읽어보지만

할머니의 입담이 역시 최고였음을 실감할 뿐이랍니다.

하지만 최근의 새로운 발견이랄까요, 제가 모르던 새로운 옛이야기들이 정말 많네요.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께 제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들 !

<시집보내기 재판놀이> 책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세편이나 실려있습니다.

전체 제목과도 같은 '시집보내기 재판놀이' 는 가난한 양반집의 다섯 딸이 혼기가

차도 시집보낼 생각이 없으신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을 재판놀이로 표현하며 위안을

삼는 이야기 입니다. 다섯 딸이 마을 사또와 암행어사, 아버지 역할을 하며 연극

하는 것을 지나가던 진짜 암행어사가 엿보다가 그네들을 도와주리라 마음먹으며

끝이 납니다. 초라한 암행어사의 행색이나 마패그림이 어릴 때 '암행어라' 라는

TV 연속극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흔히 알만한 유명 배우들이 주연을 했던.

암행어사가 쫓기다가도 '암행어사 출두요~~' 라는 함성과 함께 모든 비리가 척결

되고 마을에 평화가 찾아 오던 그 이야기들은 정말 재미있었죠. 말이 그려진 진짜

마패도 가져 보고 싶고...

'그림으로 들어간 사람들' 은 미스테리 사극같은 분위기의 이야기네요.

역시 행색이 남루한 나그네가 한 양반집 사랑방에서 하룻밤 묵다가 같이 하게 된

일행을 그림속 신선의 세계로 안내하고, 다음 날 아무일도 없었던듯 홀연히 사라

집니다.

나그네의 그림위에 발을 올려 놓자 어느 새 그림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무릉도원을

구경하고 신선도 보고 천도복숭아도 따고, 그러나 다시 돌아오지 못해 다같이

아우성인, 집주인이 그 소리를 듣고 찬 우물물을 끼얹져도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더구나 아침이 되어 그림을 그린 나그네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길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가 어른인 저로서도 어찌된 영문인지 분간이 잘 안되네요.

그림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돌아 온 것일까? 이 나그네의 정체는?..... 신비한 이야기

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멸치 서방의 꿈과 가자미 동생의 해몽' 은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이야기인데 옛 기억이

날듯 말듯, 새롭습니다.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멸치와 가자미는 멸치의 특별한 꿈을 풀이하기위해 먼 서해

에서 망둥이를 모셔오고, 멸치의 기이한 꿈을 길몽이라 해몽한 망둥이가 멸치와 서로

축하를 나누자, 여기에 함께 하지 못한 가자미는 심통이 나고 멸치의 꿈이 흉몽이라고

재해석하고 맙니다. 이에 화가난 멸치가 가자미를 후려쳐 가자미의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이를 지켜보던 꼴뚜기는 지레 겁을 먹고는 자기 눈을 뽑아 꽁무니에 숨깁니다.

옆에 있던 메기는 이런 난리통에 떠밀려 넘어지면서 누군가에게 밟혀 머리가 납작해지고,

병어는 메기의 머리를 보고 놀라서 입을 힘껏 움켜잡았다가 그만 뾰족한 입을 하게 되었

다네요. 이를 지켜보던 망둥이는 모두가 자기의 잘못된 해몽탓이라 여겨 다시는 동해에

오지 않기로 하고 서해에 돌아와서도 맥이 풀려 깊은 바다를 멀리하고 가까운 바다의

모래밭에서 모래를 뒤지며 살게 되었다는군요.

독특한 이름의 물고기나 특이한 생김새의 유래에는 대부분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 처럼 우리 아이도 책을 읽는 동안 '엄마, 정말이야?

진짜야?' 하고 연신 물어보네요.

옛이야기속에는 소박한 재미와 조상들의 지혜 뿐만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도

가득합니다. 이야기와 함께 머리속으로 상황을 그려본 경험들... 이 다들 있으시죠?

위대한 작품들이 신화나 전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옛이야기가

가지는 대단한 힘을 짐작할 수 있어요.

세편의 옛이야기와 함께 추억이 새로웠던 책읽기 였습니다.

초등 입학을 앞두고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습의 왕도는 놀이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기때문에

그동안은 놀면서 즐기면서 설사 학습과는 거리가 멀어져도 특별히 걱정하거나

부담갖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다가오네요.

그래도 동화책보듯, TV보듯, 그림그리듯 학교공부도 즐겁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

또한 여전하답니다.

그런의미에서 <맹이와 꽁이의 맹꽁서당>은 놀이, 흥미와 함께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제작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고 집중하면서 줄거리를 따라

가다 보면 함께 등장한 한자들까지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는 학습의 형태를 경험

하게 되는 것이죠.

기존의 비슷한 구성을 가진 책들과 다른것이 있다면, 글자자체를 강조하기 보다는

단어와 사자성어들까지도 아우르고 있는 점입니다.

또한 하나의 챕터가 끝나고 나면 한자의 음과 뜻, 유래, 각 한자의 쓰는 순서, 다른

글자와 함께 만들 수 있는 단어들을 자세한 설명과 함게 정리해 놓고, 본문에 나왔던

사자성어와 고사성어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부연설명을 하여 핵심이 되는 글자들을

강조, 반복학습 하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본문에 나오는 한자들의 크기가 다른 대화체 글의 그것과 비슷하여 두드러지지

않는 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책의 뒷부분에, 한면에는 한자가, 다른 면에는 관련그림과 유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곁들여진 급수 한자 카드가 붙어 있습니다. 한장씩 떼어내서 고리에 끼우도록 되어있어

분실의 염려가 없을 것 같습니다.

부록으로  들어있는 급수한자 쓰기노트에는 한자 한글자씩 쓰는 순서가 제시되고,

따라 써 볼수 있도록 여백이 있으며, 각 글자의 유래가 작고 귀여운 그림으로 소개되어

있어요.

쓰는 것을 좀 어려워 했던 우리 아이도 제법 흥미를 보입니다.

한글이나 영어 알파벳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한자가 아닐까요?

마치 그림 그리듯 시작하여 글자로 완성되는 과정이 아이들이 배우기에 어느 문자

보다 부담이 적을 것 같고, 또 각각의 글자들이 모여 좀더 큰, 혹은 색다른 의미의 단어가

되는 과정을 발견하는 기쁨,  이미 알고 있는 단어들에 대한 재발견이 우리 아이에게는

신기한 경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동기유발은 가장 큰 학습법임을 또 한번 확인하네요.

내가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은 언제부터 당연한 것이었을까요..... ?

행복이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커다란 기쁨일 것이며, 사랑은 내가 받아야할 영원히

변치않을 무엇이며, 어리석음은 바보들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 나 !

아마도 아직까지 어릴적 파랑새의 꿈을 쫓는 어른들이라면 분명 저와 같은 환상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철학동화 <물음표와 느낌표> 는 당연한 것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어리석고 바보같고 똑똑한 척 하고 있는 성인들에게 한없이 순수했던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배고픔을 달래주는 빵하나가 때로는 큰 행복이 될 수 있고, 강아지를 잃고도 초조함

없이 집에 앉아 돌아 올것을 믿는 마음이 사랑의 또다른 표현일 것이며,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고 잘난 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바보임을 어린시절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았던가요?

하지만 행복의 의미에 물질적인 것도 편입시키고, 성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바보이며, 거짓말을 하고도 모른척 할 수 있는 것이 용기라고 언젠가부터

우리는 믿어 왔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 <물음표와 느낌표> 안에 소개된 많은 에피소드는 마치 어린 아이가 세상을 보는

듯, 때론 단순하고 순진하게, 때로는 비웃기라도 하듯 날카로운 풍자로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도 예전엔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라는 향수에 젖거나 지금 내가 가진

이기심을 들켜버려 가슴조리며 읽게 되는 경험을 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일상에 무감각해진 마음에 물음표가 생겨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느낌표로 정리되는

경험 또한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문은 "웃음에 관한", "생각을 키우는", "지혜가 자라는", "행복이 샘솟는" 과 같은

 네가지 큰 주제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주제 안에서 어리석음과 용기, 희망, 진실... 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주제들 사이에 ’생각 주머니’ 와 ’지혜 주머니’ 라는 이름으로 간단한 상식을

소개하고 주제어를 다시 생각해보는 코너가 있습니다.

문장이 쉽고,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며 글과 어울리는 단순한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어 초등학생들이 보기에도 편안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웃다가도 생각하게 하고, 뉘우치면서도 박장대소를 하게 하는 내용이

이 책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덮을 즈음엔 아마도 마음에 작은 파문하나가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