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내내 성적을 고민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승진을 비롯하여 끊임없이 누군가를 앞서야 하는 경쟁의 연속이었던 지난 시간들.
부담과 긴장으로 점철된 그 시절을 내가 어찌 견뎌냈는지 가끔은 나 자신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나에게 다시 그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가사일과 육아를 하면서 경쟁환경과는 다소 멀어진 듯한, 아쉽지만 한편으론 여유로운 생왈을 이젠 즐기기까지 하는 이 상황에서 ’서바이벌 게임’ 같은 경쟁의 장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딸아이의 ’입학’ 이다.
아, 누가 배움을 기쁨이라고 했던가 !
배움의 결과가 개인적인 만족이나 즐거움이 아닌 성적이라는 이름으로 수치화되어 비교평가되는 사회에서 ’입학’ 이란 그야말로 인정사정없는 무한 경쟁사회에 아이를 밀어넣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러니 걱정이 앞설 수 밖에.
경쟁이 그 자체로 부정적이거나 나쁜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사람이 사는 사회라면, 그리고 둘 이상 모인 집단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그것이며, 관계안에서 서로를 자극하여 잠재력을 일깨우고 떄론 내적 성장을 도모하기도 하는 것이 ’경쟁의 힘’ 임에 나역시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말과 함께 내가 떠올리는 힘겨움, 긴장, 희생... 에 대한 염려는 무엇때문일까?
그 해답을 바로 이 책에서 찾은 듯하다.
과학경시대회에 나가게 된 주인공 대로가 경쟁상대의 출품작을 실수로 부수고는 그걸 감추면서 갖게되는 죄책감이 책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대립관계인 상대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겨우, 대로가 받게 되는 오해와 목표로 했던 대회우승은 커녕 출전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고, 경재상대에게서 평생 ’땅꼬마’ 라는 별명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대로로하여금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는 걸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결국 대로는 용기있게 고백하기로 결정하고 자기잘못에 책임을 지기에 이른다.
대로의 용기덕분이었을까,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고, 대로는 경시대회우승은 물론 우정도 지키고 선의의 경쟁이란 값진 경험도 하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내가 대로인 듯, 잘못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나 자신을 느끼며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역시 대로편에 서서 끝까지 함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어린시절 비슷한 경험속에서 용기있게 고백하지 못하고 착한 아이로서의 이미지를 지키기위해 많은 거짓말들을 계속 만들어내야 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그 때의 무거운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마음이 떳떳해지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깨닫기란 좀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우리의 주인공 대로 역시 죄의식에 사로잡혀 맘편히 학교생활을 할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대로에게는 나기 내면의 진실을 볼 기회가 주어진다. 학교 도서관 내의 비밀의 방에서의 에피소드들이 그것인데, 말하는 다람쥐와 신기한 거울은 대로가 사건의 진실과 조우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발견하여 자신의 진심이 어떤것인지 깨닫도록 끊임없이 대로를 설득한다.
사실, 다람쥐와 거울은 대로의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에 지나지 않지만, 이것은 우리의 의식이 그토록 진실과 대면하고 싶어한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런지.
이기는 습관이란 바로 이것, 진리를 따라 행동하고 선의의 경쟁이 되도록 용기를 내는 것 !
누군가를 앞서고 이겨야 하는 것으로 경쟁을 정의해 온 사람이라면 이 책의 결과가 보여주듯, 정직하고 용기있는 행동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경쟁이 얼마나 아름답고 의미있는 것인지, 그리고 선의의 경쟁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훌륭한 생활습관이기도 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힘겨웠던 학창시절, 이기고 나서도 느끼는 공허함과 허탈감에 대한 의문의 열쇠를 찾은 듯하다.
이제 곧 입학하게 될 나의 아이에게 무엇을 먼저 가르쳐야 할지의 고민은 해결된 것이 아닐까.
’이기는 습관’ 즉, 선의의 경쟁속에서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잘 자랄것이며 이에 즐거운 학교생활은 덤으로 따라 올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