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TV에서는 어린이 드라마를 방영했었습니다. 현실을 카메라

앵글에 그대로 담기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나와 비슷한 아이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것 자체로도 흥미를 갖기에 충분했던 시절이었죠. 여러 어린이

드라마 가운데 하나인 ’꾸러기’ 를 기억하시나요?

아마도 ’꾸러기’라는 시리즈의 여름방학 특집편으로 기억이 되는데, 네다섯명의

아이들이 순간이동이랄까 그런 방법으로 한 순간 무인도에 갖히게 됩니다. 처음엔

아무런 간섭이 없는 그 상태에서 자유를 만끽하다가 점차 집이 그립고 가족이 보고

싶고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위기의 순간에서 아이들의 성향은 뚜렷이 구별되죠.

투정과 불만에 가득한 아이, 두려움때문에 무기력해진 아이, 탈출을 모색하는 아이,

섬에 적응하는 아이... 결국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긴 하지만 누구의 잘못도 탓할 수

없는 그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의 모습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지는걸 볼 수 있었죠.

어린시절에 하게 되는 다양한 경험, 그것이 꼭 실제가 아니더라도 상상을 통해 꿈꾸는

모든 일들은 큰 의미가 있는것 같습니다. 그 이후의 삶에, 한 아이의 조금 더 먼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과 상상력,

창의력을 그토록 강조하는가 봅니다.

여기 또 한권의 책 ’거위게임’ 에도 특별한 경험을 하는 세 아이가 등장합니다. 이웃하며

살지만 서로 서먹했던 세 아이는 뒷마당 울타리공사의 지연으로 하나의 넓은 뜰이 된

공간에서 놀면 서로 친해집니다. 그리고 심부름 다녀오던 중 들르게 된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위게임 상자를 발견하고 어떤 기운에 사로잡혀 그 게임을

구입하죠. 

세 아이의 아지트였던 오두막에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말을 고르고 주사위를

던저 나온 수대로 말을 옮겨놓음과 동시에 아이들은 한명씩 사라집니다. 바로 게임판

속으로 들어간 것이죠. 게임판 안으로 들어 간 아이들은 각각 다른 곳에 도착합니다.

친절하고 예쁜 아이들이 있는 바다, 먼지투성이의 오래된 성, 속삭임만 존재하는 어떤

마을... 각기 다른 장소에서 아이들은 그러나 같은 게임판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서로를 찾아 헤매이지만, 어디로 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수가

없습니다. 또,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지,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알 수도 없습니다. 계속되는 새로운 상황과 결정만이 요구 될 뿐이지요.

아이들은 즉, 완전한 자유의지의 상태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결심과 행동에

따라 그 다음 상황이 결정되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용기와 긍정의 힘 인것

같습니다. 희망을 갖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영원히 게임판 안에 갖히게

될테니까요. 그래서인지 나이와 지식에 상관없이 가장 큰 희망을 갖고 거침없이 실천한

꼬마 래빗이 문제해결의 종착지로 다른 두 아이를 이끌게 됩니다. 처음 게임상자를

발견하고 승부욕을 불태웠던 두 아이들도 게임상자에 적힌 ’항상 강한자가 이기는

것은 아니다’ 라는 글귀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지요.

한바탕 꿈과도 같은 게임의 세계에서 돌아 온 아이들은 다시 골동품 가게에 와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고는 이번엔 거위게임상자를 손에서 놓고 다른 놀잇감을 선택합니다.

다시는 거위게임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 조차 거부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것이 꿈이나 환상이 아님을 알고, 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경험임을

서로 잘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이나 낯선 환경을 만날 때, 나는 과연 어떤 결정을 할것이며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요? 나의 희망과 긍정의 힘은 과연 나를 얼마나 살려 낼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어 지네요.

어렸을 때는 이런 생각들을 종종 했었습니다. ’정말 여러 차원의 세계가 공존하는 걸까?

그럼 어느 날, 내가 발걸음을 옮기다가 4차원의 세계로 들어 갈수도 있겠지?’. 그리고

이런 생각들과 더불어 불안감이 앞섰습니다. 아마도 저는 용기있는 아이는 아니었던것

같네요.

우리 아이들??하게 희망과 용기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이야기 해 줘..." 하고 조르면 어김없이 풀리는 할머니의 이야기 주머니 !

그리고 그 이야기들 중 한두가지에는 꼭 도깨비가 등장했습니다.

"할머니, 도깨비가 뭐야? ... 귀신이야?" 하고 물으면 "도깨비 모르나? 말 안듣는

아이 잡아가는 무시무시한 도깨비... " 라고만 말씀하셔서 머릿속으로 그 모양새를

그려보느라 온갖 상상을 다했던 시절이 있었죠.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도깨비' 하면 정글의 타잔이 입는 것 같은 표범무늬 팬티에

가시 돋친 요술 방망이, 그리고 머리에 뾰족한 뿔 서너개를 하고선 노래주머니를

구하러 다니거나 한 밤중에 나타나 사람의 혼을 빼놓고 달아나는 모양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도, 또 혹부리 영감을 흠씬 두들겨준

전래동화속에서도 도깨비는 결코 먼저 해코지 하거나 사람을 해치는 존재들이

아닙니다. 때론 착한 사람들에게 금은보화주머니를 던져주고, 심술쟁이들을 골려주는

정의의 사도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러니 험상궂은 외모에 거친 행동, 요술을 부리는

방망이, 그러나 어리숙하여 사람들에게 잘 속고 착한 사람들을 돕기도 하는 도깨비가

어린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이상야릇한 존재로 다가갈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도깨비에 대해 잘 모르시는 어른이 계시다면, 그리고 도깨비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 "푸하하하 나, 도깨비야" 를 적극 추천합니다.

"푸하하하 나, 도깨비야" 는 도깨비에 관한 창작이야기 8편과  유명한 도깨비전래

이야기 13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깨비 창작이야기는 지은이 이상배선생님의 어릴 적 경험이 소재가 된 방울도깨비

이야기도 있고, 뚝별씨 도깨비나 아기똥 도깨비, 물덤벙술덤벙도깨비 등 이름도

생경한 여러 도깨비들이 등장하는 민둥산 도깨비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도깨비들은 하나같이 순진하고 정의롭고 예의도 차릴 줄

알며 엉뚱하기 그지 없는 모습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정이 많은 사람의 모습 같다고나

할까요. 그도 그럴것이 지은이 이상배선생님의 소개글을 보면 실제로 우리 나라

도깨비는 몸에 털이 덥수룩하고 누린내가 나며 머리엔 패랭이를 쓴 덩치큰 머슴의

형상이라 합니다. 뿔달린 일본의 '오니' 와는 호가연히 구별된다지요. 게다가 조상들

에게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오래 쓰던 세간살림들이 도깨비로 변한다는 내용도

있다고 합니다. 오래 쓰던 부지깽이, 무쇠솥, 농기구들이 도깨비로 변하여 낮에는

감투를 써 몸을 가리고서는 농사짓는 사람들 틈에 끼어 이런 저런 장난을 하고,

밤에는 술취한 사람들과 씨름내기를 하거나 혼자사는 노인들을 도와주는 도깨비...

도깨비에 관한 이런 이야기를 읽다보면 악귀나 아둔한 흉물따위와는 절대로 비교할

수 없는, 친근한 이웃같은 생각이 든답니다.

도깨비 창작동화에 이어지는 전래동화에는 도깨비감투를 쓰고 도둑질을 했던 갓쟁이

이야기를 비롯하여 메밀묵 좋아하는 도깨비, 어리석은 한 청년에게 금똥싸는 말과

귀한 방망이를 선물한 도깨비, 사람이 되고 싶었던 참도깨비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익히 알고 있거나 처음 접하는 도깨비 옛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순박하면서도 해학적인

그림과 부드럽고 고운 색상이 어리숙하고 엉뚱한 도깨비를 잘 표현하고 있네요.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그렇지만 그 모습과 정에 이끌리는 행동이 왠지 친근한

도깨비 ! 

"푸하하하 나, 도깨비야" 에는 조상들의 삶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내

생활과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려운 도깨비 이야기가 있습니다. 재미있고 엉뚱하고

어리숙하고 또 정의로운, 우리나라 도깨비의 진수를 만나보세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만큼 익숙하고 오래 알아온 역사서가 또 있을까요?

학교에서 본격적인 역사공부를 시작하면서 아마도 가장 많이 듣고 암기하고 강조

받았던 책이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인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작성한 삼국시대의 사서라는, 그러나 사대주의 관점으로 쓰였기에 

많은 왜곡이 있다는 역사적 의의로 제 기억속에 남아있는데, 정작 ’삼국유사’와 ’사기’를

읽어 본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우리 아이를 위해 빌린 전집을 그 명성에 부합하는 큰 기대와 함께 펼쳐 보았는데,

그냥 여느 이야기 책이라고나 할까, 역사적 일화를 소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다소

실망한 것이 사실이죠.

그래서 ’만화로된 삼국유사와 사기’를 접하고서 8살 우리 아이가 쉽게 읽어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벤트를 신청했습니다.

받아 본 책은 ’삼국유사1권’과 ’삼국사기1권’입니다. 각 권마다 신라, 고구려, 백제,

가야에 관한 이야기 세편이 실려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책을 넘겨보았는데, 부드럽고 고운 색상과 순박한 그림이 시선을 사로

잡더군요.

한가지씩 역사적 주요일화를 담고 있는 세편의 이야기가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길이로, 기승전결의 체계를 갖추고 있어 이해가 쉽습니다. ’도화부인과 비형랑에

관한 이야기’나 ’신라의 호국신 김유신이야기’, 또 아버지를 만나기까지 ’유리왕의

모험이야기’ 등은 내용이 흥미로운 것은 물론이며, 당시의 시대적 상황까지도 자연

스레 알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또 ’신라 총각 가실과 설씨처녀의 사랑이야기’와 ’붓글씨 천재 김생의 이야기’는 밤에

아이와 잠자리에 누워 저의 입말로 들려주는 이야기로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옛이야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역사적 배경지식을 더해 줄수 있어 더 의미있는것

같고요.

만화라는 형식이 너무 가볍고 깊이가 없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역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혹은 복잡한 역사적 상황을 정리해 보고 흥미를 자극하는 한 방법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이야기 속의 역사이야기’ 와 ’역사 속의 재밌는 이야기’ 라는 타이틀로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삽입된 사진자료와 설명들은 각 시기의 삼국의 정세와 주요 왕들의

업적, 지역마다의 독특한 풍속과 생활상들을 담고 있어 본 내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를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거론되거나 중요하게 언급되는 몇몇 책들은 사실 내용이나

의미면에서 쉽게 다가갈수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인데도 그 시기에

접해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 삼국유사와 삼국사기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 시절에 읽어 보았다면 역사공부가 훨씬 더

쉽고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초등학교 학생을 두신 부모님께

<만화로 읽는 삼국유사, 삼국사기>를 권해드립니다. 아이들에게 ’역사’라는

’명제’이전에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림과 풍부한 상식의 세계를 열어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