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는 길. 봄이면 길가에 예쁜 색색의 작은 꽃들이 피고
산들바람이 불고, 가다보면 저만치 내 친구가 보이고 그래서 함께 재잘대며
걸어가는 길...... 이라고  사람들은 서정적으로 얘기하곤 하죠.
제가 돌아보는 어린시절의 학교길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온갖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는 곳 또한 그 길이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낯선 손길의 유혹, 우리들을 향해 진열된 구멍가게의 
갖가지 불량식품... 
무엇보다도 제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갑작스런 작은 돌발사건들이었습니다.
가령, 집에서 학교까지의 그 먼길 한 가운데에서 색도화지를 안챙겨온걸 알았을 때, 
혹은 친구들이 이름을 가지고 놀려대서 등하교길의 다른 아이들이 나만 쳐다볼 때,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질 때 같은 것들이요.
그럴때마다 작은 머리로 엄청나게 고민했습니다. 지각을 무릅쓰고 집에 다시 가서
도화지를 가져올건지 그냥 준비물 안가져 온걸로 혼이 날건지, 
나를 놀리는 아이들을 향해 크게 욕을 해줄건지 그냥 놀림의 대상이 내가 아닌
척하고 지나갈건지, 그리고 유치원때처럼 길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용변을 
해결할것인지 집에 도착할때까지 어찌해서는 참아볼건인지.
아마도,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이제 막 피어나려고 하는 어린 꼬마들에게는 이런 
판단의 기로에 서게 하는 문제들이 가장 힘들고 두려운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님, 저만 그랬던 건가요? ^^)
그렇담 우리의 주인공 은서는 어떤지 아세요?
학교에 갓 입학한 듯한 꼬맹이 우리의 은서는 아주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삽니다.
어린 동생과 농사일을 해야하는 엄마가 은서를 더이상 학교에 데려다 주지 않자
혼자 길을 나서게 되는 은서는 학교가는 일이 영 쉽지가 않네요.
황할아버지네 소가, 콩할머니네 닭이, 기와집의 들창으로 들려오는 아저씨의 작은
소리가 참으로 거슬립니다. 엄마랑 함께 다닐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런 
것들인데 말이죠.
하지만 꼬마 은서는 귀엽고 순수한 그 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짝 상민이에게서
뭔가를 손에 넣습니다. 아무리봐도 배꼽잡고 웃기기만한 그것을 은서는 
큰 무기라도 되는양, 등하교길의 그 방해꾼들에게 보란듯이 휘두르죠. 그리고 
정말 우연이었던,  콩할머니네 병아리들을 고아로 만들어버린 
(비극이긴 하지만 웃지 않을수 없었던) 그 사건! 
이 책 <은서야 겁내지 마 !> 에는 세상을 대하는 아이들의 어리고 순수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뭘 그런걸 가지고 고민하니?" 라거나
 "그게 뭐가 무서워?" 라든지 "이렇게 하면 될걸, 그런것도 모르니?" 라고 말하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못하는 저와 같은 부모들에게 맑고 진실된 아이들의 마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끼는 고마운 소가 정말 두렵고, 병아리를 지켜야 하는 
어미닭이 정말 무서운 은서와 같은 아이들에게는 공감과 이해의 대공연장이 되어 주죠.
저에게도 어린시절이 있었음이 분명한데 왜 저는 가끔씩 아이의 행동이 답답하고 
안타깝게 다가오는 걸까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지 않는 이유는 또 뭔지...
<은서야 겁내지 마 !> 는 여러가지로 저를 웃기고 울렸습니다.
정감어린 그림 또한 내 마음에 들어왔던 책 !
꼬마 은서의 두렵지만 우습고도 아름다운 학교가는 길, 그 대장정을 함께 해 보세요.

 

아이가 자라면서 가끔 이사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곤 합니다. 
학습환경이 우선은 가장 큰 이유이고 또 생활 편의시설이나 안전, 
문화적인 혜택도 중요한 이유중 하나이지요.
하지만 제가 사는 곳을 찬찬이 돌아보면 막상 모질게 먹었던 마음을 쉽게 
굳히지 못하게 됩니다.
제가 사는 곳은 서울 근교의 좀 오래된 신도시이자 해마다 서울로 편입될 
것이니 땅값이 오를 거라는 유혹의 언론기사가 쏟아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귀가 솔깃해지기는 하지만 제가 다른 곳으로의 이사를 주저하는 주된 
이유는 아니랍니다.
제가 사는 이 곳, 광명은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중심지이긴 하지만 주변에 
개발을 기다리는 척박한 땅이 넓게 분포하고 있고, 30분이면 정상을 정복할 
수 있는 야트막한 산들도 서너개 있고, 그래서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역사적 
유적지도 간간이 눈에 띄는, 도시의 화려함과 시골의 순수함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이런 환경적 특성을 자세하게 알게 된것은 우리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에요.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중에는 ’내고장 바로알기’ 라든가 ’우리지역의 자랑거리’ 를 
조사해오는 것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저희 가족이 찾은 답들은 정말 저희들을 
자랑스럽게 했습니다.
내가 이런 곳에 살고 있다니... 이 곳에 그런 일들이 있었다니...... 와 같은 감탄사를 
읊으며 정말 제가 사는 곳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조금씩 갖게 되었어요. 
내 환경, 내가 사는 곳을 잘 안다는 것은 사랑과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는것 같습니다.
<구석구석 찾아낸 서울의 숨은 역사이야기 2> 를 펼치면서 저는 은근히 기대를 
했습니다.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우리땅에 서려있을 온갖 이야기와 정서들을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찾아 보는 것, 그것도 한 시대의 수도였던 서울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이라니 그것은 분명 기쁨이고 신기함이며 놀라움일 것이며, 
또 서울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증폭될 것인지 말이죠. 과연 저의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망원정근처에서 학의 깃털로 만든 배를 띄웠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나 
동대문부근에 삼국지의 등장인물인 ’관우’를 기리는 사당이 있다는 사실, 
또 지금의 양천구에 해당하는 양천 고을이 저 유명한 허준의 출생지라는 사실은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예전 제가 타고 다니던 버스에서 종종 보았던 명칭인 모래내, 즉 홍제천은 
병자호란에 청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여자들이 사람들의 비난과 곱지 못한 
시선을 벗어버리고자 몸을 씻은 서러운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장소가 특정 사건의 현장이었음을 소개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일화나 역사적 배경을 함께 설명하여 사건의 전후사정, 흐름, 역사적인 
의의에 대해서도 이해를 도모한 것이 특징인것 같습니다.  동관묘와 북묘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임오군란’ , 공덕동 아소정터 이야기에 등장하는 ’갑오개혁’ , 
홍제천 이야기에 나오는 ’인조반정’ 이야기들이 그 예인데, 이처럼 중요한 
사건들은 ’역사 확대경’ 이라는 코너를 통해 자세히 소개되어 있네요.
분주하고 메마른 도심속에 이런 역사가 깃들어 있다니 참 새삼스럽습니다. 
차를 타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던 곳이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니, 
재미있기도 하고 더불어 역사공부까지 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해지네요.
내가 발을 딛고 서있는 곳이 지난 역사의 생생한 현장이었음을 실감해 보면서 
’나라 사랑’ 이나 ’역사공부’ 도 내 주변에서 먼저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엇보다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한 큰 관심이 앞으로 저와 아이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됩니다.

일년 전,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보다 편하고 쉽게 부를수 있는 
’방송채널 별칭’ 을 공모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상도 탐나고 작명이라는 것이 
그저 만만하게 여겨져 저도 도전했었죠. 당첨 확률을 높이기위해 기품있고 
예쁜 우리말중에서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대해 놀란 
첫순간이 아마 이 때였던것 같습니다.
우리는 말이 먼저일지 생각이 우선하는지, 마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따지듯,  그런 주제를 놓고 주장을 펼칠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언어학자가 
말하듯,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 는 쪽에 저는 한 표를 던집니다. 처음엔 아닌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말하는 대로 행동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때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대화할때나 글을 쓸 때 단어선택은 저에게 있어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영어와 한자와 인터넷언어와 온갖 정체불명의 말을
쏟아놓고 있는 저의 일기와 대화를 발견하고는 제 생각과 행동에 
더이상 미래를 찾아볼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들더군요. 
말의 정체가 곧 자신의 정체성이기도 하니까요.
<마지막 대결 우리말 왕중왕> 에는 아름다운 의미와 고운소리로 발음되는 
우리말이 가득합니다.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나 움직임을 나타내는 의성어와 
의태어, 성격이나 특징에 따라 사람을 표현한 말, 모양이나 소리에 따라 
달라지는 웃음, 바람, 비의 명칭 .....
셀 수 없이 많고 다양한 순우리말은 그 의미 하나하나를 표현하는데 있어 
얼마나 소박하고 친근하고 겸손한지요. 이런 언어들을 입에 담고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인품과 삶의 자세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겠습니다. 자연에 몸을 맡기고 
그 느낌을 자연의 언어로 돌려주는, 농사짓고 이웃과 허물없이 지냈던 우리 
조상들의 말과 하나가 되었던 생활 !
책 속 ’우리말 달인’ 인 태백이와 은지와 홍익이는 속담골에서의 학교생활, 
농번기에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정겨운 
순우리말로 잘도 전하고 있습니다. 마치, 들에서 방금 가져다 손으로 다듬어 
마련한 푸성귀들로 가득한 밥상처럼
때론 촌스럽고 한편으론 품위를 갖춘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 땅위에 살고 있는 
우리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줄 것만 같은 단어들 ! 
이야기 사이사이에 잘 정리되어 있는 사자성어와 속담, 낱말들을 읽다보면 
책의 작은 타이틀처럼 정말 말할수록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고운 단어중에서 가장 제 마음에 드는 것은 ’곰비임비’ 인데, 물건이나 일이 
쌓이거나 거듭 일어나는 걸 의미하지요.) 
날마다 변화하고 진화하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우리 말의 그러한 형태들이 
옳은 것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점점 우리 말 속에서 
배려나 정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경쟁과 승부가 강조되는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각박함을 바꾸는 것도 또한 언어가 
아닐지요. 자연의 냄새를 가득 품고 있는 우리말이 나를 좀 더 솔직하고 착하게 
만들어 줄것 같은 느낌이 가슴 가득 차오릅니다.
이 책 <마지막 대결 우리말 왕중왕> 은 우리말 ’속담’ 과 ’사자성어’ 에 이은 우리말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네요. 씩씩하고 다소 엉뚱하기도 한 아이들이 펼치는 
우리말 대결이 앞의 두 책에 서는 어떻게 펼쳐졌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속담골에서 벌어지는 우리말의 향연에 한 번 빠져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