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에게 하는 말 중 대부분이 '책 읽자, 책 읽어라, 
책을 읽어야 훌륭한 사람되지.....' 등등의 말입니다.
아마, 아이도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책이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지 잘 알겁니다.
하지만 왜 저는 같은 의미의 말을 계속 되풀이하고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는 것일까요?
이 책 <책귀신 세종대왕>에는 책읽기를 정말 사랑하는 어린 세종과 
책을 읽음으로써 점차 분별력을 얻게 되는 바보 온달이 등장합니다.
이들이 처음부터 책귀신이었냐구요? 
절대 그렇지 않지요. 놀기좋아하는 어린 세종은 책은 커녕 날마다 갖은 장난에 빠져있고, 깊은 산속에서 무지렁이 부모와 생계잇기에 급급해하며 사는 온달에게도 책이란 금시초문, 아닌 밤중에 홍두깨이지요.
하지만, 어린 세종은 세자인 큰형이 건네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을 통해 
책과 처음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 책은 바보 온달을 만나 온달을 큰 인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평강공주의 일기에요. 과연 이 일기속의 무엇이 세종을 책에 파묻히게 했을까요?
세종은 우선 온달과 평강공주의 만남, 글공부과정, 온달의 활약, 그리고 그 의미와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고, 이야기가 궁금해 모르는 한자를 찾아 글자공부를 하고, 그리곤 반복해서 읽고 읽고 또 읽고.... 
이렇듯 세종이 책과 친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모름지기 좋은 책이 갖춰야할 조건과, 읽는 이의 책을 대하는 바른 태도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 아이가 책과의 만남에서 가장 잘 안되는 부분은 바로 책에 흥미를 갖는 동기부여의 단계인것 같네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고, 그 의미의 중요성을 자각하여 책을 읽어야 하는 당위성을 깨닫고, 읽은 책도 또 읽고 싶어하는 어린 세종의 모습은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무예를 익혀 훌륭한 장수가 되고 싶어하는 온달에게 글공부가 그 근본임을 알려주는 평강의 가르침은 또한 세종에게도 책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며, 이를 실천하는 세종의 모습은 다시 저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책읽는 세종의 모습 사이사이에 온달과 평강의 이야기가 교차편집된 신선한 구성이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도록 도와주었고, 부드럽고 온화한 색감의 정감어린 그림 또한 친근하게 다가 오네요.
몇번이고 반복해서 책을 보는 세종이 마음에 남은 저와는 달리, 큰형이 있는데 왜 세째인 세종이 임금이 되었는지가 더 궁금한 우리 아이를 보면서 부디 읽을 때마다 책의 핵심에 조금씩 다가갈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해 집니다.
고구려의 온달과 평강공주가 조선의 세종을 가르치고, 세종의 모습 또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의미있는 허구인 이 책은 읽는 이 누구에게나 책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고 마음에 큰 감동으로 남게 될것을 확신합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던 저 유명한 이야기를 줄곧

떠올리며 ’사색하는 삶을 살라’ 는 모토의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요.

평범한 부모와 여느 쥐들과 같은 환경에서 보통의 쥐들처럼 태어난 줄무늬 꼬마

생쥐는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마치 갓난아기가 사물은 인지하고

세상을 배워가듯 자신의 손을, 꼬리를, 배를 차례로 인식하고 엄마라는 존재를

알게 되며 나아가 세상이란 곳, 나와는 다른 그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을  겪으며

꼬마 생쥐는 자신이 생각이란 걸 하는 조금은 특별한 생쥐임을 깨닫게 되죠.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란 걸 이미 알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생각의 산물들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고 간과함을 마치

경고라도 하듯, 생각하는 꼬마 생쥐의 생활이 그렇지 않은 다른 쥐들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령, 기분이 나쁘거나 안좋은 일이 있어도

모두 배고픔때문으로 치부해버리는 엄마생쥐의 행동이나, 먹을 걸 구하러 다니는

것으로 점철된 삶에 아무런 불만도 갖지 않는 다른 쥐들의 삶이 좋은 본보기죠.

그리고 그 차이는 점차 삶의 가치를 다르게 만듭니다.

언제까지나 아침식사를 제공해줄것 처럼 보였던 농장옆 쓰레기통을 둘러싼 경쟁,

힘의 논리만이 존재해 보였던 그 싸움은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회를 갖는

것으로 문제해결의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작은 짐승들을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순리를 충실히 따르던 표범과도 어느덧 친구가 되어버린 줄무늬 꼬마 생쥐의

삶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을 바탕으로 필요한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심지어 고양이와 같은 천적과도 친구가 되는, 즉 생쥐의 삶 그 이상입니다.

’생각’ 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다고 하면 좀 식상할까요?

하지만 이 책의, 꼬마 생쥐가 보여주는 궁극적인 삶의 의미는 이것이 아닙니다.

쓰레기통의 부재와 함께 생존의 위협을 맞닥뜨린 들쥐와 땃쥐와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생쥐들을 위해 특유의 사고력을 발휘하여 치즈고장에서 생산된 특제 치즈를

가져다 주는데 성공한 줄무늬 꼬마 생쥐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됩니다.

치즈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생쥐! 춤을 출수 있고, 노래를 할 수 있고 ,

글자를 읽을 수 있고,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치즈라도 불리는

아주 작은 생쥐 !

이름이란 자신의 정체성과도 같은 것입니다. 생각을 할 수 있는 우리의 꼬마 생쥐가

삶에 안도하게 된것은 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정체성이란 이미 정해진, 혹은 타고난 그 어떤 것이 아니라 꼬마 생쥐가 

보여주듯 자신의 삶을 통해  조금씩,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임을 저는 새로 알게 되었어요.

과연 그런것 같습니다. 내가 살아온 삶이 결국 나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꼬마 생쥐의 잔잔한 행보에 담긴 깊은 철학적 의미를  제가 다 표현하기란

더 없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 책 <꼬마 철학자 줄무늬 생쥐>는 자신의 이름을 얻고는

스스로 만족해 하는 꼬마 생쥐의 마지막 장면으로 저에게 그 어떤 것 보다도 강렬한

삶의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습니다.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은 내일의 아름다운 나를 발견하게 해주리라는 주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