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때, 교실 뒤 게시판에는 학급신문을 걸어두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사절정도되는 스케치북에

그달 그달의 여러가지 우리들 관심사를 잘 정리하여 한 달동안

게시하여 보는 것인데, 그냥 만드는 사람의 역량에따라

내용의 질이 확 확 달라지는, 지극히 아마추어 초등학생들의

신문이었어요.

제가 만들때는 지금 처럼 6월이었던거 같았는데

여름이 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나 위생에 대한 당부, 재밌게

꾸며보려 꾀나 애썼던 네컷만화, 친구이름 삼행시.... 뭐 이런

것들을 열심히 만들었어요.

내용은 이래도 학급신문, 신문을 만든다는 생각에 으쓱했던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신문에 대한 기억 또 하나 !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TV에서 특집으로 내일신문이란 어린이

드라마를 보여주었습니다. 당시에 '린이OO일보' 라는 신문에서

인기리에 연재되던 만화였는데 그걸 드라마로 만든 거였어요.

우연히 보게 된 한 신문이 얼토당토않게도 그 다음날의 이야기를

싣고 있어 주인공은 이상히 여기는데, 다음날 신문의 이야기들이

모두 실제로 일어난다는 내용이었죠.

저는 소심장인 탓에 미스터리하고 의문투성이에 불길한 느낌이

가득한 그 드라마와 만화를 끝까지 보지는 않아 결말은 모르지만

잠깐동안 '나도 저런 신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걱정도

없을텐데...' 이런 생각들을 했던것 같습니다.

저의 이런 추억들은 이 책 <나는야 마법의 신문기자> 를 보면서

떠올리게 되었어요. 우리 어릴때도 이런 책이 있었는데, 우리

아이도 재미있어하겠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나다를까,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여러말들을

저에게 걸어 왔습니다.

"엄마, 동글이는 좋겠지... 에이 바보, 좀 더 멋진 기사를 써야지,

시험에 백점 맞는다든지, 닌OO게임기를 받는다는 이런거...

나같으면 그럴텐데, 그치 엄마?"

이러면서 계속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 하네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할때 우리는, 음식을 권하듯, 옷을 사듯, 

여행지를 선택하듯이, 책도 부모의 주관으로 선택할때가 많은것

같습니다. 내가 어렸을때 읽었던 책,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

생각들을 떠올리며 아이도 나와 공감하기를 바래보는 심정 !

내 아이의 독서습관과 책을 대하는 태도 역시 부모로부터 

전해받는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부끄러워지기도 하는 군요.

이 책을 읽는 동안, 마법의 신문기자 동글이의 재치있고 순수한

상상력이 모처럼 아이와 저를 하나의 공감대속에 있게 해준것

같습니다.

유럽의 왕정시대가 배경인 영화들을 보면 화려한 의상과

파티와 사랑이야기가 정말 환상적으로 그려지곤 하죠.

우리와 정서가 달라서인지 전 왠지 그 시절의 삶이란 것이

우아하고 아름답고 때론 순수하게 느껴져 참 많이 동경하고

상상하고 그랬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 이나 '전망 좋은 방',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에서 보는 것처럼요.

하지만 ! , 그렇게 고상한 곳에서 밤마다 오물을 피해 거리를

걸어다녀야 하고 궁전주변에서는 늘 악취가 나며 때론 변기에

앉아 외국대사를 영접하는 왕의 모습을 여러분은 상상해 볼 수

있나요?

이 책 <똥 싸는 집> 속에는 화장실에 관한 재미있고 신기하고

지저분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온갖 이야기들이 다 있답니다.

각 나라의 음식이나 복장, 주거형태가 역사와 문화와 지리적,

환경적 배경을 반영하여 다 다르듯이 화장실문화 또한 이 모든

것들에 영향을 받아 참으로 다양하고 신기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우리 모두 상상할 수 있듯이 들판과 구멍과

나뭇잎과 낡은 공책이 볼일을 보는 데 필요한 주요 요소들입니다.

태국의 경우, 시냇물 위에 세워진 오두막이 그 장소이고, 중남미의

여러나라에서는 화장실까지 정그을 헤치고 한참을 가야 한다는 군요.

그뿐인가요, 중세시대에 배에서 끊임없이 노를 저어야 했던 노예

들의 일처리 방식, 기구를 타던 시기나 비행선 안에서, 혹은 전문

등반가들의 작업도중에, 또 운동선수들의 경기중 급한 일을 해결

하는 방법들은 과연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똥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이 예전에도 있었네요. 긴 천과

수거용 통을 들고 다니는 일명 '화장실 아줌마' , '화장실 아저씨'

라는 분들인데요, 급하게 화장실이 필요한 경우 이분들이 아주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하네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던 공중화장실앞, 특히

여성 화장실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남여 성차별이라는둥

얘기가 많았는데, 과거엔 더욱 심했더라구요. 19C중반에 처음

생긴 이동식 화장실이 모두 남자용이라니, 그로부터 19년이 지나

서야 숙녀용이 딱 한 개 생겼다네요. 더 재미있는 건 이시기에

여자들은 이틀에 한 번씩 큰 볼일을 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답니다. 그 시절의 여성들을 생각하니 참 웃을 수도 울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역사 이야기라면 다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저인데 화장실역사에

관한 내용을 이렇게 자세히 접하기는 첨입니다. 그래서 인지 참

흥미롭게 읽었고, 우리 아이 또한 자주 펼쳐 보네요. 화장실이야기

이니까 화장실에서 보면 제격이라나요?

과거와 오늘날, 나라마다 민족마다 다양한 화장실문화를 보고 싶으

시다면 이 책이 딱입니다.

혹시 해외여행을 앞두고 화장실때문에 고민하시나요? 그건 걱정

마세요. 어느 나라든 호텔안에는 깨끗하고 안전한 만국 공통의

화장실이 있으니까요.

어릴적에 저는 카스테라와 단팥빵을 좋아했습니다.

달콤한 맛이 얼마나 좋던지 꼭 이 빵만 사먹었어요.

하지만 단팥빵의 경우는 간혹 팥이 너무 많이 들어있어 쉽게

질려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할머니께서는 "아깝구로..

이 맛있는 거를 와 안묵노...!" 하셨지요. 너무 강한 단맛과 팥의

묵직한 그 양에 먹기 엄두가 났던 것이 사실이지만, 어른들은

일단 아이들이 먹지않고 밀어낸 것들은 다 싫고 맛없어서 안먹는

다고 생각하시잖아요.

하지만 자라면서 저도 입맛도 변하여 강한 단맛도 즐기고 속이 꽉

찬 찐빵이나 호빵을 이젠 잘도 먹는 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단순하다는 것의 의미는 제가 생각하기에

모든 면에서 여리고, 순수하고, 일차원적이라는 뜻인것 같습니다.

너무 강하거나 진하거나 복잡한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존재 !

동화도 마찬가지 일것 같습니다.

뭔가 많은 비유나 의미를 담기보다는 한가지 사실, 혹은 단편적인

이야기로 완성되는 한 권의 동화가 아이들을 더 사로잡지 않을까요?

저는 이 책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꽃을 가꾸고 외계인과 만나는 꿈을 꾸거나 딸꾹질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마저 느끼는 도단이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맑고 깨끗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늘 피곤한 아빠와 공부만을 강조하는 엄마에게

자신의 멋진 노랫소리로 관심을 끌어보려 하거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이를 뽑아주시던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도단이의 모습,

엄마 아빠가 오래 집을 비운 날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하는 행동들은

아이들 본연의 순진함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을

게임중독이나 폭력행사, 거친 말투로 포장하여 바라보던 저를 한 번

돌아보게 하네요.

다소 어색한 문체와 먼 시대적 배경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도단이와 내 아이의 마음을 바라보는 데는 더이상 좋을 수 없네요.

'도단이의 그림' 편은 독립적인 한 권의 그림동화로 펴내면 더 좋을

듯도 하구요.

책의 제목처럼 우리 아이도 종종 "나도 빨리 어른되면 좋겠다..."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엄마처럼 자기도 맘대로 할수 있으니까,

특히 불량식품 맘대로 사먹고, 만화책 많이 많이 보고, 엄마인 저를

야단도 쳐보고 싶기 때문이라네요. 어른이 되고 싶은 이유가 그리

대단하지 않은 우리 아이의 솔직하고 단순한 마음을 이 책을 통하여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와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이

같이 보면 딱 좋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