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을 바라보는게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는데. 푸른 하늘을 바라다보면 눈이 시리도록, 뒷목이 뻐근하도록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 푸른 하늘은 내 눈의 초점을 앗아가버려, 어디에 딱히 눈길을 고정시킬 곳이 없게 만든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푸르름, 어디서 그 푸른 빛이 우러나오고 있는지 뚫어져라 그 근간을 찾아보려 해도 투명한듯 마냥 푸르른 빛은 내 눈길을 흐리멍텅하게 만들고 만다. 애써 초점을 맞추고 뭔가를 가늠해보려는 나의 시도가 아무 쓸모없게 만드는 그 푸른 하늘이 주는 무력감...그것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사람이나 어떤 상황이 불현듯 일깨워주는 무력함은 지독하게도 나의 전 존재를 뒤흔들어놓는데...마구 뒤흔들고 쭈그려뜨려 오그라든 ‘나’안에 가둬버리고 말았는데...푸른 하늘이 주는 무력감은 오히려 나라는 좁디좁은 육체의 경계선을 잊어버리게 만들어주었다. 어딘가에 있을 그 푸르름의 근원을 쫓아가는 나의 어설픈 시선 한 줄기가 나의 존재전부가 되어 그 하늘 속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그렇게 ‘나’을 잊을 수 있게 해 주는 하늘, 그 한없는 푸른빛과 가늠할 없는 깊이에 감사해하고 흐뭇해하던 적이 그리워진다.
그 푸른 하늘에 하얗게 떠 있는 구름들은 하늘이 나에게 뭔가 재미난걸 말해주고 싶어 만들어 놓은 수수께끼 그림들 같았다. 어린아이처럼 그 수수께끼를 풀어보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즐거운 놀이를 놀았었는데....언제부턴지 모르게 고개를 떨구고 땅만 보며 살았나보다.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는데...그립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아주 잘 담아놓은 책을 보았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표현해놓은 걸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눈길이 한참을 머무는 데 이 책도 그래서 펴들게 되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 중심에 당당하게 도장처럼 찍어놓은 책 제목...언제나 희망은 남아있다. 솔직히 제목은...그저 그랬다. 푸른 하늘이, 흰 구름이 좋았고, 책속에 그분과 나만의 재미난 수수께끼가 숨어있을것 같은 기대로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책에 대한 어림짐작과 나의 기대가 서로 부딪히는 게 있었지만 애써 누르며 읽어내려간다. 솔직히 희망에 대해 얘기하는 건 개인적으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 시대가 정말 희망이 필요하고 지친 영혼들에게 참된 희망으로 나아가게끔 돕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 할만큼 절실한 때이지만...너도 나도 희망에 대해서, 소망에 대해서 핏대를 세우는 건...한마디로 ‘글쎄요’이다. 책을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가면서 애써 누르던 생각은 더 사무친다. 차라리 제대로 절망하는 것에 대해 읽을 수 있었으면...약력을 보니까 대단한 분이시던데 저자의 진정한 절망의 경험들은 어디쯤 가야 찾을 수 있을까...수많은 예화들과 상당한 독서의 분량들을 통해 건져냈을 이야기꺼리들 속에서 진정으로, 제대로, 온전히 자신의 한계에 절망하고 앞뒤좌우 어디를 봐도 꽉 막혀있는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비통해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며 빠르게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희망은 뭐 아무나 가지냐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대하는 건 결코 아니다. 절망을 선호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러나 절망이란 것이 마치 그 첫음 ‘ㅈ’만 입에 담아도 그 말이 지닌 어두컴컴함이 휘몰아쳐 어딘가로 쳐박아버릴것 같은 두려움을 가진 엄청난 대상으로 대하고 싶지는 않다.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희망보다는 절망이 친숙한 건 인정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희망을 소망을 얘기하려면 절망을, 그 한없는 어둠 또한 눈이 시뻘개지도록 부릅뜨고 바라봐야한다고 나는 믿는다. 나에게 절망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분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대화가 얼마나 많은데...(물론 아름답다고 표현한것은 사람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그분의 시각에서이다. 사람의 시선으로는 무척이나 아름답지 못한게 나의 그분과의 내속에 어쩔 수 없는 어둠과 절망을 놓고 대화하는 모습임을 인정한다.)
위로에 관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싶었다던 한 분의 아픈 고백이 떠오른다. 위로가 되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지만 정작은 지독한 아픔과 절망에 대한 노래밖에는 만들 수 없었다며 민망해하시던 그분의 앨범 쟈켓에 쓰인 글에 눈물 글썽이고, 노래를 들을 때마다 흐르던 눈물...그 아픈 마음이 내 차가운 마음을 녹였던 것을 기억한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나만의 섣부르고 고집스런 기대를 끝내 버리지 못한 나는 아쉬움에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옮겨놓으셨는데...물론 그들에게서 진정한 절망의 냄새를 맡을 수는......적지않은 아쉬움을 어떻게든 달래려 애써본다. 저자분께서 낱낱이 열거하시지는 않았지만, 아니 저작의 방향이나 초점이 나같은 소인의 기대와는 완연히 달라 기술할 여지도 없는 부분들이었겠지만, 책속에 수없이 열거된 절망에서 일어선 이들의 소중한 이야기들속에서 나는 읽어나갔다. 쓰여져 있지는 않았지만...그 분들 또한 절망에 온전히 아파하며 절망으로 몸서리치며 울부짖었지만 떨쳐지지않는 절망을 내 삶의 한 모습으로 일부분으로 맞아들였을 것이라고, 그렇게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그분앞에서 아파하며 나아갔을 것이라고...그렇게 읽어내려갔다.
절망케 함도 그분의 뜻이라고 믿는다. 이유없는 두려움과 마냥 피해버리게끔만 짜여진 어리석은 각본속에 한껏 부풀려진 거짓 절망이 아니라 진정하고 참된 절망 가운데에서 아파하는 나에게 다가오시는 그분을 신뢰한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책이지만 또 하나의 위로점을 책속에서 찾아본다. 책을 펴들고 얼마 안가 눈물짓게 했던 한 구절의 말씀...그 소중한 말씀 한 구절 가슴에 깊이 담게 하심을 그분과 통로되신 저자분께 감사드린다. 그 소중한 말씀에서 ‘에브라임’이라는 단어를 내 이름을 넣어 몇 번이고 되뇌이며 눈물지었다.
“에브라임은 나의 귀한 아들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다. 그를 책망할 때마다 더욱 생각나서, 측은한 마음이 들어 불쌍히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주의 말이다.” 렘3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