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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때였다.
수능을 준비하던 나는 고전시가 파트였던가? 이 시를 접했던 적이 있었다.
몽혼 -이옥봉
근래의안부를 묻노니 어떠하신지요.
달이 사창에 이르면 그리움 가득합니다.
만약 꿈속의 혼이 자취가 남는다면
그대 문앞돌길은 반쯤 모래가 되었을 것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시였다.
그리고 그때 이옥봉에 대해서, 조선시대의 뛰어난 여류시인이다- 라고 배웠을 뿐이다. 별다른 감흥을 얻지못하고 그냥 그렇게 넘어갔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예전 저자의 다른책 <<능소화>>를 너무 재밌게 읽은 적이 있었다.
책 표지가 너무 아름다워 잡게 된 능소화.
능소화에 얽힌 슬프도록 아름다운 전설을 바탕으로 작가가 지은 "예쁜 소설"이었다.
그 책을 읽고 촉촉한 눈을 잊고 싶지 않아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고 이 몽혼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소재 자체가 너무 끌렸었다.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 이옥봉의 이야기 -
시와 사랑중 아무것도 포기 할 수 없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그녀
결국 나는 북카트에 이 책을 담았고^^; 배송도 매우 빠르고 책 상태도 너무 좋았다. 10%할인에 10%적립금까지 하하하
오자 마자 읽던 다른 책은 던져버리고 이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옥봉도,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의 이야기도 아닌
역사 속에서 기억조차 없는, 단순히 그녀를 짝사랑했던
남자, 송정주의 이야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왕족의 서출이었던 그녀는 뛰어난 재능과 미모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 여느 양가집 규수와 달리 자라났다. 그러나 재능이 너무 많았던 그녀는 집을 나와 한양에 주가酒家를 열게 되었다. 그녀가 주가를 연 이유는 한남자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바로 그 남자는 조선시대 영의정까지 지낸 조기원 이었다.
역시 그녀의 뛰어난 미모와 재능으로! 조선의 양반들로 하여금 이 여사女士라고 불려졌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 폐쇄적이고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했던 조선시대에, 그것도 관기의 딸이었던 이옥봉이 여자선비라고 불릴 정도면 얼마나 그 실력이 뛰어났는지 알 수있다.
비록 기생집을 차렸지만 자신은 기생이 아니라고 하였으며 남자에게 술을 따르는 일도 하지 않고 선비들과 시를 지으며 풍류를 읊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조기원을 제외하고 모든 선비들이 그 집을 드나들었다. 그러자 한양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퍼졌다. 그것은 이옥봉이 조기원을 기다리며 주가를 차렸다는 것이었다. 조기원은 장래가 촉망받는 인재였기 때문에 그녀를 모른채 하고 싶었으나 그 소문때문에 그녀를 결국 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시는 시를 짓지 않겠다는 언약을 한채.. (조기원은 뛰어난 양반이었지만 여자에 대해서 매우 보수적이었다.)
그 후, 모든것이 순탄한 듯 했다. 그러나 시에 발이 달렸던지 아니면 뛰어난 재능을 숨길수가 없었던지 그녀와 조기원사이에 지었던 은밀한 시들이 날개를 타고 뻗쳐나와 결국 조기원의 앞길까지 막게 된다!
결국 조기원은 지방으로 좌천되어 이옥봉과 함께 멀리 멀리 떠나게 된다. 가는 도중에, 사람조차 없는 산길에서 조기원과 나눈 시들이 한양까지 소문이 나게 되고 그것이 왕의 귀에 까지 들어가게 되어 조기원을 시기하던 신하들에 의해 모함을 받게 된다. 얼마 길지 않을것만 같던 좌천생활이 이옥봉때문에 기약조차 없어지게 되자 조기원은 그녀를 버린다.
결국 그녀는 조기원을 떠나 걸식하게 된다. 거지굴로 들어간 그녀는 그 곳에서 은신하며 시를 짓고 그 곳의 아이들이 노래를 붙여 부르게 되고, 그것이 또 멀리 멀리 퍼져나가 조기원의 귀에 까지 들어가게 된다. 조기원은 그녀를 인간의 세상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 까지 가서 그녀를 가두어 두게 되고 그녀는 결국 .. 온몸에 시문을 칭칭 감고 강으로 들어간다. 자살하는 것이다.
’살아서 시를 쓸 수 없다면, 죽어서 시로 내 몸뚱이를 염할것입니다-’
정말 그녀는 그렇게 한 것이다.
같은 여자로서 너무 안타까웠다. 만약 그녀가 그 재능을 지금 이 시대에 타고 났다면 화려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한번 잡으면 끝까지 놓을수 없는, 이 책 추천한다.
너무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다.
역사 속에서 잊혀져간 비운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권할 것이다.
봄이지만 비가 매일 촉촉히 온다.
세상엔 좋은 책들과 아름다운 소설이 너무 많아 읽을 시간이 가는 것 조차 안타까운 봄이다.
그런 봄과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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