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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두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부터 시작한다. 부모는 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나에게 부모가 될 때 느껴지는 환희, 곧이어 이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해를 요구하는) 어린 생명에게 부모가 느끼는 경외와 두려움, 불안을 이해하기는 좀 버거웠다. 책 전체 내용 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아니었나 싶지만, 동시에 부모가 되기 전에 읽게 되어서 무척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처음 [죽음과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이의 탄생으로 부부의 삶이 온전히 바뀌었음을 선포한다. 둘째장에서는 [갓난아이]를 주제로 그들이 내(혹은 부부 각자의) 삶을 어떻게 엉크러트리는지 알려준다. 셋째장 [두 번째 탯줄을 자르며]부터는 마침내 교육으로 인한 갈등이 시작된다. 언제부터 아이의 만족을 지연시켜야 하는가? 넷째장 [시간의 부족과 마음의 여유] 장에서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인용하여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비판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설명한다. 다섯째 장 [교육이란 무엇일까?]에 이르면, 마침내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교육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저자는 현대를 지배하는 '반교육주의'사상과 전통적인 고전 사상을 비교하고,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가 고찰한다. 이 중에 특히 반교육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자기통제력을 잃은 아이들에 대한 설명은, 교실 현장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무릎을 치며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 사이에 아이가 독재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온 가족이 그의 앞에서 쩔쩔매는 독재자 말입니다 - 칸트는 이것을 '아이의 전제정치'라고 예견했습니다.

페이지 : 116쪽

예컨대 칸트의 저와 같은 선견지명은 오늘날 외동, 혹은 하나 둘 형제-자매로 자라 극단적인 이기주의 성향을 보이는 오늘날 아이들 특성과 너무나도 잘 부합한다. 중국의 하나뿐인 자녀들을 '소황제'라고 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란 얘기다. 이 아이들은 권위를 부정하며 순종을 비웃는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한단 말인가? 과거처럼 체벌과 압제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해결책을 모색한다.

	모범으로서의 부모란 아이가 본받고 따라 배워야 할 대상으로서의 부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간생략) 다만, 이런 물음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부모의 자세만이 아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뿐입니다. 이런 자세만이 집안의 분위기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될 뿐입니다. 진정으로 아이를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부모라면 필요한 경우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안 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페이지 : 140쪽

6장에서 저자는 좀 더 큰 틀로 넘어간다. [교양이란 무엇일까?] 이로서 아이가 단순한 교육 차원을 넘어 하나의 인성을 갖춘 인간으로 커가는 과정을 고찰하게 된다. 저자가 중요시 하는 요소들을 살펴보자.

	아이의 발전을 위해 진정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계발하고 양성할 수 있도록 '정신적 풍토'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중간생략) 부모가 만들어야 할 첫 번째 정신적 풍토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는 대신 아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아이와 함께 선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하면 아이는 세상에는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아울러 원하는 것을 얻게 되었을 때느끼는 성취의 기쁨도 배우게 됩니다. 두번째는 아이가 이기주의글 극복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부모가 먼저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을 버리고 아이와 의견을 공윻사는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와 대화를 하라는 것입니다. (중략) 아이와의 대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윗사람이 아랫 사람에게 최종판결을 선고하듯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를 다루면서 만나게 되는 것은 아지 김완성의 존재입니다. (중간생략) 세번째 정신적 풍토는 가족 구성원들의 관심사와 흥미입니다. 나는 여기서 아이가 가져야 할 ㅗ간심사나 흥밋거리를 나열할 생각은 없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흥미를 계발하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가 무언가에 관심과 흥미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략) 이렇게 되기까지는 부모의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최고의 자극은 부모의 관심과 흥미에 아이를 참여시켜 주는 것입니다. (중간생략) 부모가 가져야 할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아이가 평화를 사랑하게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되찾겠다는 정신만큼은 배우게 될 것입니다.

페이지 : 158~166

이러한 풍토가 갖춰 질 때, 저자는 다음과 같은 '교양있는' 사람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자신이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진정한 교양을 갖춘 사람은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의 삶의 바탕이 되는 요소는 항상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참을성과 인내심입니다. 진정한 교양을 갖춘 사람은 모두가 당연시하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함으로써 사고의 지평선이 넓어집니다. 폭넓은 이해심을 발휘하게 됩니다. 교양 있는 사람은 거리를 유지할 줄 압니다. 자기 자신과 좀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사고하며 아이와의 거리도 유지할 줄 압니다.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합니다. 교양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그들은 말하기 전에 심사숙고해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합니다.

페이지 : 172-173

또한 교양에 관한 성현들의 입장도 살펴봄으로써 막연하기만 한 '교양있다'에 대한 틀을 잡아 준다.

	교양이란.. 자신을 관찰하고 반성하면서 자기 자신을 형성하는 것 자신을 개선하고, 자신을 교화하고,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악할때에는 자기 안에 숨어 있는 도덕성을 발현하고..

페이지 :174

그리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교양있는 사람을 정의내리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은 타인에 대한 오만함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알게 해 줍니다. 교양 있는 사람은 자신이 선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탐색합니다. 고양 있는 사람은 잘못된 겸손이 아닌 명확한 지식으로 자신을 평가합니다. 그래서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 자기비하가 아닌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

페이지 : 175

읽는 내내, 친구 보람이가 절로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또한 저자는 유명 작가들의 '교양'에 대한 정의도 들려준다. 살펴보자.

	교양 없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점으로 알아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이 힘들 때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 철학적 초보자를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그는 자신을 비난한다. 그러나 정말 교양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자기 자신도 비난하지 않는다.

페이지 : 176

7장에서, 저자는 [감사를 바라는 마음]에 대해 다룬다. 본질적으로는 좋은 부모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죄책감'과 아이에 대한 부모의 막연한 '기대감'에 관한 내용이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에게 감사하도록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문득 연애관계가 떠올랐다. 상대에게 이만큼이나 해주고, 이만큼이나 베풀었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상대도 나에게 이정도는 감사 표현을 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따라주지 않으면 혼자 마음이 변했나? 애정이 식었나? 내가 뭘 잘못했나? 온갖 생각을 꼬리에 물며 전전긍긍하는. 그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루소는 이에 대해 에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희가 아이를 아낌없이 보살펴 준 것을 가지고 아이에게 순종을 요구하면 아이는 너희의 꾐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부모가 나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무료봉사를 해 놓고서는 이제 와서 그것을 빌미로 내 발목을 잡으려는 거야.'

페이지 : 190

참으로 놀랄만한 통찰력이다. 내 어린시절의 생각이 그대로 있으니..이에 대해 루소는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경솔하고 부주의한 행동으로 아이를 잃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너희가 아이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다 보면 이런 행동을 하게 된다. 아이에게 너희의 헌신을 뽐내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를 위해 부모가 희생했다는 말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아이가 성인으로 대우받는 그 순간까지 아이가 너희에게 무슨 빚을 졌는지 말해서는 절대 안된다. 대신에 아이가 자기 자신에게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마 말해야 한다.

페이지 : 191

이에 대한 저자의 의견도 들어보자.

	부모가 된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은 아닙니다. 그것을 행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부모가 할 일입니다

페이지 : 192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스쳐가는 생각과 견해, 간단한 메모]라는 제목을 붙였다. 첫번째로, 그는 '강함'에 대해 다룬다.

	정말 강한 사람은 언쟁이나 갈등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정말 강한 사람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고 남의 뜻을 따를 줄 안다. 그러나 정말 물러설 수 없는 갈등 상황이 벌어지면 자신으 의지를 쉽게 꺾지 않는다. 정말 강한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약점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약점도 관대하게 대한다. 정말 가한 사람은 아이가 자신의 손을 필요로 한다고 확신할 때, 그것도 강한 손을 필요로 한다고 확신할 때 아이에게 손을 뻗친다. 정말 강한 사람은 절대 앞에 나서지 않는다.

페이지 : 197-199

두번째로 그는 '관심과 이목'에 대해 말하면서 아이를 남과 비교하는 것을 관심이라 생각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세번째로는 '기다림'에 대해 말하면서 때를 기다리라고 말한다.

	기다리는 모든 것에는 고유한 시간이 있다. 우리의 힘으로는 이들의 도착시간을 앞당길 수도, 뒤로 미룰 수도 없다.

페이지 : 203

같은 맥락으로 '긴호흡'에 대해 이야기 한다. 또 따돌림없는 따뜻함의 원천으로서 '고향'을 다루고, 갈등 관계로서 '예수의 십자가'다를 다룬다.

	아이와 함께 사는 좋은 삶이란 갈등 없는 조화로운 삶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서로 갈등을 겪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잉와 함께 살다 보면 서로 갈등도 겪고 서로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험한 가시밭길이라 해도 부모라면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진정으로 아이와 함께 사는 삶이 아닐까?

페이지 : 209-210

'정치'에 대한 저자의 단상도 살펴보자. 저자는 정치가들이 현실에 대한 감각없이 이론만 앞선다고 생각한다. '경작지 피해', '힘든일을 견뎌내는 능력'을 다루며 아이가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부모는 이일을 도왕 한다. '권위'의 상실 역시 저자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저자가 생각하는 권위가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권위 있는 사람은 아이의 행동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적절한 순간에 아이의 행동을 제어할 줄 안다. 권위 있는 사람은 아이와의 갈등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면 갈등이 고조되기 전에 "그만!"하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오히려 극한 갈등상황을 미리 막아준다.

페이지 : 217

	권위란 이런 것이 나리까. 그 사람이 나를 묵묵히 지켜봐주고 있다는 느낌!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명령으로 지시하지 않고 침묵으로 지시하는 것!

페이지 : 218

'존재'에 관한 이야기도 살펴보자.

	교육은 상대방과 교류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업은 교육보다 훨씬 쉽습니다. 수업을 위해서라면 무언가를 알고 있고 그것을 전달할 능력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교육을 위해서라면 교육하는 사람 자신이 무언가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우너칙, 개성을 지닌 그런 사람 말입니다.그런 사람은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제 생각에, 한번이라도 그런 존재가 되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 역시 쉽게 다른 사람을 교육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 : 219

나는, 수업을 하고 있는가? 교육을 하고 있는가?
다음에서, '확고함'을 저자는 고집, 독선과 어떻게 구별할지 조심스레 묻고 있다. 그리고 확고함을 절대적 금지로 해석한 뒤로는, 결실없는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무의미한 나와 아이들과의 기싸움! 바로 이거였구나! 싶었다.
'시간'은 신뢰, 관심, 우정이 싹틀 수 있는 기본적 토양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경계선'은 자기규제와 연결된다. 경계선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 신뢰와 구속력을 만들어 주며, 만들기는 매우 어렵지만, 아이와 함께 좋은 공동체 생활을 꾸려나가게 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언어'에서는 황폐화된 언어를 정제시키지 않는 세태를 개탄한다. '공평함'에서는 내 아이만 1순위로 치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가족이기주의를 버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책은, 그야말로 오만한 태도로 '이러이러하게 해라!'라고 명령하고, 그대로 쫓지 못하면 '넌 실패한 부모다!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은 네탓이다!"라고 말하지 않아서 좋다. 네 아이의 아버지로서 저자가 느꼈던 힘듦과 고달픔, 갈등과 보람이 그대로 묻어나는 인간적인 책이라서 좋다. 무엇보다도,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 생각해 보게끔 해 주는 그 질문들이 너무나 좋다.
철학의 바탕위에, 현실을 더욱 비옥하게 만들 수 있게 하는 책이 있다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부모가 되려는 이들에게, 아이 교육문제로 갈팡질팡 힘든 이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

자녀교육, 부모, 아이, 아이바르게키우기, 양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