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반란> by 유우제
1990년 발표작

*줄거리 :  '나'는 구두방으로 생계를 잇는 술주정뱅이 아버지, 절름발이 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다. 물론 '나'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만 그녀는 지금 자궁외임신으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고, 그래서 '나'는 돈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편 아버지가 술에 취해 갓난아기인 자신을 밟는 바람에 절름발이가 된 형은 평생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마땅한 직장을 찾을 수 없어 비상한 머리를 썩히며 아버지와 살고 있는데
마침 찾아온 나를 꾀어, 아버지를 역에서 실족사 한것처럼 꾸며 살해하고
그 보험금을 나눠가져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자고 나에게 제안한다.
폭우가 쏟아져 우산으로 범행을 가리기도 좋고 더욱더 혼잡할 것이 분명한 날,
 형은 일을 실행할 것을 독려하고, 마침내 나는 아버지를 혼잡한 역에서 힘껏 떠밀지만
아버지는 떨어지며 나를 붙잡고, 나는 그런 아버지를 뿌리쳐 떨궈낸다.
뭐가 뭔지 모를 혼란속에 역밖으로 무작정 뛰쳐나온 나는
얼굴에 떨어지는 빗물을 맞으며, 빗물이 무척 뜨겁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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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제는 단편 '빛의 살인'으로 완전히 반해버린 작가다.
이번 이야기는 그 정도의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트릭과 기술만을 강조하는 
평범한 다른 추리소설들과는 다른 나름의 느낌이 역시나 녹아들어 있어 좋다.
오셀로의 '이아고'를 연상시키는, 천상 악한인 형과
그 형에 의해 무기력하게 조정당하는 '나'
그리고 혈육이라는 것 외에 아무런 애정관계도 느낄 수 없는 아버지와 이들 형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면서도 짠해지는 이야기

마희 by 한인택
1935년 8월 <신동아>에 수록된 글

* 줄거리 : 주인공 병우는 신경병 치료차 십여년 만에 고향 마을 삼촌댁에 온다.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오던 병우는 검은 안경의 이상스런 노인을 만나고
외딴 집에 결박당해 있는 벙어리를 풀어주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뒤이어 고향친구 상주의 나이어린 동생이 죽는 사고를 당하고
문상터에서 자신이 겪은 이상스런 일을 얘기하려는 찰나, 뒤를 더 캐지 말라는 협박문이 온다.
벙어리의 뒷조사를 하다 2차 경고를 받은 병우는 그 일을 잊으려하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고
그 와중에 갓난아이의 친모, 상주의 새엄마가 아이의 죽음에 자책하는 글을 남기고 자결한다.
마침 서울서 중학을 같이 다닌 친구를 만나 이상스런 사건을 털어놓은 병우는
친구의 조사로 검은안경의 노인이 실은 죽은 줄로 알았던 상주 새엄마의 전남편이며
그가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재가한 아내와 그 아내가 낳은 아기에 복수하기 위해 
일을 꾸민 것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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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안경의 사내가 굳이 협박장을 보내고 병우를 감시하는 것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외부에서 온 친구에 의해 급작스러울 만큼 빠르게 사건이 해결되는 것도 만족스럽진 않다.
이상스런 외모의 외지인, 과거에 의한 복수 등이 김전일 시리즈의 느낌이 묻어나는 글

눈먼자들의 도시, 그 후편이다.
처음 읽을 때에는 전혀 후속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같은 도시, 같은 나라를 배경으로 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요즘 시국과 묘하게 맞물린다) 
집중적인 폭우로 인해 투표율이 현저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어느 날, 오전 내내 유권자들이 오지 않다가, 오후에 날씨가 개면서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 나오기 시작한다. 이날의 투표율은 다른 때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압도적인 확률. 그러나 개표 결과는 충격적이다. 80%이상이 백지투표를 낸 것.
당황한 시 당국은 재투표를 결정하고, 누군가 백지 투표를 선동했는가 알아내기 위해 일반 시민들 틈으로 비밀 경찰을 투입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무려 85%가 백지투표를 낸다.
이에 시 당국은 긴급 결정을 내린다. 수도(이 도시는 수도였다)를 버리기로 한 것.
이들은 백돌이(백지투표를 낸 이들) 무리가 새로운 파시즘의 한 형태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이 수도를 버리고 계염령을 선포한 뒤에도 수도의 시민들은 더욱 민주적이고 협동적으로 잘 살아간다.
나라에서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총리, 각종 장관들의 해결책 찾기 방안이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권력에 대한 집착, 욕심, 질투가 나타난다. 결국 내무부장관은 한명의 희생양을 찾아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데, 이야기의 방향은 '4년전 갑자기 눈이 멀어버렸던 질병'(이제서야 이 이야기가 눈먼자들의 도시와 이어짐을 알 수 있다)과 마찬가지로, 수도 사람들은 눈이 생물학적으로 멀지는 않았으되 무언가 이상한 움직임에 홀려 사실상 눈이 멀어버린 것이나 진배없다는 쪽으로 흘러간다.
이러한 안내문이 뿌려지자 즉각 반응이 온다. 한 사내가 4년전 그 기이한 사건 때 홀로 눈멀지 않았던 여인에 대한 투고를 한 것. 내무부 장관은 그녀를 이 백지투표 사건의 주동자로 몰아가기로 결정하고 비밀 경찰을 투입해 그녀에게 불리할 증거들을 수집한다. 하지만 조사하러 간 경찰은 그녀를 대해보고 되려 그녀가 무죄임을 확신하게 되고, 그녀를 덫에 걸리게 하려는 계략에서 부터 보호하려 애쓴다.
결말은 무척 씁쓸하다.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희생양을 만들어 자신의 성과를 내보이려 했던 내무부장관은 무리수를 둔 덕분에 결국 실각한다. 안과 의사의 아내를 지키려던 경찰은 내무부 장관의 명령을 받은 무리에게 살해당하고, 안과 의사 역시 실각한 이후 이성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내무부장관에 의해 살해된다. 백투표 운동이 왜, 무엇때문에 일어났는지에 대해선 작가는 '눈먼자들의 도시' 때와 마찬가지로 끝끝내 함구하며, 모든 것들은 파국을 향해 간다.
왜 이토록 씁쓸한 이야기를 쓴 것일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지금까지도, 이유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