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문기담> by 김내성
1935년작

*줄거리 : 25의 올드미스(!!) 백장주양은 유명 잡지의 기자로 활약중인 일명 명랑기자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유명한 음악가요 로맨티스트로 유명한 윤세훈의 연애편지를 받는다. 백만장자로 태어나 독일서 음악공부하던 끝에 독일인 아내와 사랑에 빠져 귀국했고, 병으로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어떤 여인의 구애도 거절한 채 아내만을 그리며 사는 그 유명한 음악가가 구애의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그러나 백장주는 온갖 냉소적인 말들로 거절의 뜻을 밝히며 남자가 보내온 편지를 동봉하여 거절의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당사자 윤세훈은 필적이며 글의 내용 수준등이 천차만별로, 자신은 그런 편지를 전혀 보낸일이 없다며 그녀의 경솔함과 무례함을 꾸짖는 편지를 보내고, 발끈한 그녀는 필적 따위는 왼손쓰기로 숨길 수 있는 일 아니나며 일단 찔러보고 안될듯 하니까 도망가는 그의 꼴이 볼쌍사납다는 답장을 보낸다. 이에 윤세훈은 직접 만나 자신의 필적을 보여 증명하겠다고 따지고, 백장주는 도전에 응한다. 마침내 만난 두 사람, 그러나 한눈에도 그것은 그의 왼손필적이 아니고, 여자는 쿨하게 자신이 경솔했음을 인정한다. 그 얼마뒤, 백장주는 윤세훈으로부터 손해배상 요청을 받는데, 배상 내용은 다름아닌 그의 곁에서 평생 살며 그가 받은 충격을 치유하라는 것, 더불어 다음번 볼때는 그녀의 왼손 필적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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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내성은 웬만해서는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인 듯 하다. 이 유쾌한 러브스토리는 결국, 여인이 지조(?)높기로 유명한 한 음악가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벌인 기발하고 영리한 자작극으로 끝난다. 이만한 위트와 용기, 지략이 있는 여성이라면 충분히 사랑할만 할 듯. 다만 25세 여성을 올드 미스라고 칭한 점, 로맨스 소설에 재혼남(!)이 주인공이라는 점 등은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어, 그 나름의 낯설음과 재미가 있다. ^^

<당신의 선물> by 정석화
2006년 작

* 줄거리 : 의사인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는 어느날 자기 발가락의 일부분이 보이지 않는 일을 경험한다. 그녀는 남편에게 이야기하지만 남편은 듣는둥 마는둥 냉담한 반응을 보일 뿐이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속앓이를 하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아이를 깨우고 유치원에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키는 평범한 일상을 반복할 뿐이다. 하지만 툭하면 멍해져 엉뚱한 일을 하기 일쑤이고 발가락이 보이지 않는 증상은 점점 더 심해져 이제 발 전체가 보이지 않을 지경에 이르른다. 가만히 앉아 왜 이렇게 됐을까를 생각하던 그녀는 거실의 딸아이 사진을 만지작 거리다가 사진 원본 파일을 찾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딸아이는 사실 작년에 교통사고로 죽었던 것. 자신이 정신병 증상을 앓고 있다는 사실외에, 그녀는 딸의 죽음이 자신 탓이라 자책하던 과거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진 원본속에서 사건 현장 한켠에 서 있는 남편의 모습을 발견 한 것. 결국 딸의 죽음은 자신보다도 남편의 탓이 더 컸던 것이다. 결국 딸아이가 죽었던 작년 속에 갇혀 살던 그녀는 비로소 그 시간을 탈출해 나와 남편앞으로 가도록 우체국에서 한통의 편지를 부치고, 퇴근길 남편에게 선물을 부탁한다. 부탁받은 끈을 사온 남편 앞에 놓인 것은 그러나 자살한 아내의 사체다. 아내가 비로소 현실을 직시했음을 알게 된 남편은 진심으로 자신도 아내와 고통을 나누길 바랬고, 마침내 그날 밤, 자신의 발가락이 반밖에 보이지 않는 증상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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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페이지 읽었나.. 딸아이를 부르며 방으로 들어가는데 딸아이의 대답소리가 없는 대목에서, '아!'하고 느낌이 와버렸다. 딸 죽었구나..하고
이런 종류의 글을 너무 많이 읽었나보다..;

<잠만 자는 방> by 박지혁
2010년작

*줄거리 : 경비원 김씨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넘어가 60평생 처음으로 자기집을 갖는다. 대출에 전세까지 끼고 사 한번 들어가 발뻗고 자볼 수 없는 집이지만, 그래도 자기집이란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한편 세입자인 스튜어디스 여성은 집주인이 자기 아파트 경비원이라는 꿈에도 모른채 생활한다. 김씨는 세입자가 스튜어디스 여성이란 사실을 알고 그녀가 장거리 비행을 나갈 때 마다 남몰래 자기 집에 들어가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는데, 세입자 여성이 자기 집을 험하게 쓰고 있다는 생각에 속이 상해 망가진 집을 일부 고쳐놓기도 한다. 한편 이를 모르는 세입자 여성은 자꾸 집에 누군가 들어오는 낌새를 눈치채고 스토커가 있다고 판단, 대책을 세운다. 사실 그녀는 이전에 지독한 스토커에게 시달린 경력이 있었던 것. 결국 그 스토커를 죽이고서야 그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던 그녀는 지독했던 악몽을 떠올리며 이번 스토커에게도 본때를 보여주리라 결심한다. 어느날 경비원 김씨는 다시 자기집(!)에 몰래 들어가보고, 세입자 그녀는 자기집(!)에 몰래 들어온 스토커 녀석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리라 생각하며 전기충격기로 그를 쓰러트리고 식칼로 난자해 결국 그를 죽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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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이 있거나 임팩트가 있는 글은 아니다. 상호 오해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과 여성이 스토커를 당한 적이 있다는 복선을 통해 사건을 극적으로 끌고 가기는 했으나 개연성이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두 사람 다 집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이 사건의 포인트라면 포인트. 경비원 김씨 인생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불쌍하기 짝이 없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