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란 말이 들어가는 책을 무척이나 좋아라 한다. 그 유명한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물론이고 심리학 이란 제목이 붙은 책은 가벼운 것에서부터 무거운 것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어댔던 것 같다. 상담심리 등을 전공하신 분들께 추천받아 좋다는 책을 일부러 골라 읽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맘이 설렜다.
헌데 예상과는 달리, 읽으면 읽을수록 심리학에 초점을 둔게 아니라 '생각'에 초점을 둔 책이란 사실을 알게됐다. 책은 심리학 서적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서 서적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운전면허 학원에서 핸들 작동법을 가르치듯, 저자는 독자에게 생각을 조절하고 통제하고 다스리는 법에 대해 12개의 구체적 세부 항목을 나누어 제시한다.
기대와 달랐던 탓일까, 내용이 어려운 탓일까, 그도 아니면 매끄럽게 유려한 느낌이 아니라 번역했다는 느낌이 딱 느껴지는 말투 탓일까, 책은 생각보다 술술 읽히지 않았다. 게다가 더 난감한 것은, 저자의 말에 크게 공감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읽어도, 몇몇 구절들에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전반적으로는 저자의 의견에 심취할 수가 없었다.
물론 생각이 생각을 낳고, 그런 생각들은 대부분이 부정적이며, 그리하여 마침내는 넘쳐나는 생각들 속에 스스로 침잠해 버리고 만다는 이야기는 저자의 의견에 백배 공감하며, 내가 무수히 많은 경험(!)들로 직접 체험했던 것들이다. 또한 불필요하게 떠오르는 부적절한 생각이나 느낌들은 적당히 통제해야 한다는 것도 옳은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의 '내 말대로 DCD기법을 시행하고, 12가지 원리를 따라해! 그러면 너희는 모든 생각으로부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라는 단언하는 듯한 말투와 책전반에 묻어나는 자신감은, 나같은 소심형 인간에게는 되려 따라하지 않으면 당장 혼날 것 같고 그렇다고 잘 해낼수도 없을 것 같은 무언의 압박감 그 자체로 느껴졌다...;
몸에 좋은 음식도 사람이 잘 먹어야 약이 되듯, 좋은 책도 내가 잘 읽어 소화시켜야 도움이 될 텐데, 서평이라는 시간적 제한 없이 다시 한번 공들여 천천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