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사회교과서는, 마치 역사라는 큰 강을 주요 사건과 인물이라는 징검다리로 띄엄띄엄 건너가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무척 힘들고 어렵기도 합니다. 예컨대, 교과서에서는 고조선의 건국에 대해서 설명한 뒤에 (고조선 멸망에 관한 어떤 언급도 없이) 고조선의 후예 국가를 설명합니다. (다시 중간과정은 없고) 느닷없이 삼국 발전이 나오고, 통일이 되고, 고려가 건국됩니다. 큰 사건 위주의 이런 설명은 너무 많은 내용을 힘들게 배워야 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간결하고 핵심적이어서 좋기도 하지만, 동시에 앞뒤맥락을 이해하며 역사를 하나의 큰 줄기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사실 [키워드 한국사]라는 제목을 봤을 때, 역시나 그런 어려움을 예상했습니다. 또 띄엄띄엄 이어지는 내용이겠구나.. 싶기도 했고요. 그래도 교과서랑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은 마음에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 키워드 사이 사이의 간극을 참 자연스럽게 잘 메꿔주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사건을 딱 던져두고, 그 앞뒤 흐름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더군요. 교과서가 지면한계상 다루지 못하는 것들도 상세히 다뤄주고, 특히 제가 본 2권의 경우 (교과서에서는 거의 다루어주지 않는) '가야'에 대한 설명이 자세한 것이 좋았습니다. 수업 진도나가기의 부담만 없다면, 찬찬히 아이들과 하나 하나 짚어가며 읽어보고픈 책이었습니다. 너무나 큰 징검다리 돌 사이에, 자잘한 조약돌을 이어주는 듯한 책 이었답니다.

셜록 홈즈....는 내게 유년기와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내가 최초로 읽은 추리소설은 모리스 르블랑의 '기암성'이었지만, 나를 논리적 추론과 과학적 증거, 법적 진실 속 추리의 세계로 빠트린건 단연 셜록 홈즈였다. 그가 등장하는 얼마나 많은 시리즈를 탐욕스럽게 읽어치웠던가!
 그러나 어느틈엔가부터, 홈즈는 내게 '다소 유치한' 탐정의 상징이 되어갔다. 변장의 달인이고(그것도 키가 180cm는 족히 되는 사람이!) 담뱃재의 종류를 몽땅 구별하고, 종이만 보고도 어느 신문사의 언제적 종이인지 알아내는 그의 초인적 능력이, 오로지 소설(!)이기에 가능하다고 믿어버린 탓이다. 어린시절 그의 무한한 능력에 흠뻑 취해버렸다면, 조금 자라서는, 그의 무한한 능력이 작가의 과도한 설정 탓이라 여긴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다시 한번 셜록 홈즈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아니, 사실 홈즈에 빠졌다기 보다는 코난 도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홈즈가 활약했던 그 시절이, 사실은 얼마나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실 추론이 부족한 시대였는가 알게되자, (도일이 홈즈를 통해 보여준) 논리적이고 정확한 추론 방법이 얼마나 시대를 앞선, 선구자적 방식이었는지 깨닫게 된 것이다!
 과장이라고 치부해버렸던 홈즈의 놀라운 변장술은 프랑스의 '비도크'에서, 홈즈 특유의 사실 증거주의는 '보 스트리트 러너스'의 여러 탐정들에서, 그밖에 홈즈가 다뤘을법한 (그러나 언제나 소설이기에 가능하다고 믿었던 좀 외떨어지고 으슥한) 기묘한 장소와 기묘한 사건들이, 사실은 그당시 영국 및 온 유럽을 들끓게 했던 사건들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홈즈의 이야기가 새로운 생명력을 얻으며 새롭게 다가왔던 탓이다! 셜록 홈즈는, 진정 그 시대에 있었을 법한 리얼리티 넘치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물론 이 책은 홈즈를 제목에 달고 있지만 실제로 홈즈가 다루는 사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시절에 있었던 진짜 각종 사건들과, 법과학이 그 사건들에 있어 증거를 어떻게 다루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갔는지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오늘날의 법과학 발전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추정한다. 지금은 완전 헛소리로 치부되는 골상학에서부터, 오늘날에는 어린아이라도 모두 알법한 기본상식이 된 지문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법과학이 험난한 길을 통해 발전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또 그러한 과정을 통해, 오늘날 우리게 '굳건하게' 과학적 기반을 토대로 한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실상은 그렇지 않을수 있음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사회적 정의의 실현과 궁금증의 해결을 위한 인간의 끊임없는 호기심이 있는한, 미래의 셜록 홈즈들이 계속 탄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묘한 만족감을 주는 책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짬날때마다 찬찬히 보여주며 같이 읽었는데 아이들이 무척 흥미있어 합니다.

6학년 아이들이래도, 아무래도 사회시간에 외워야 할 것도 많고, 내용도 많고 해서 역사 싫어하는 아이들도 많고 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부담이 좀 있었는데

다행히 삽화가 풍부하고 다채롭게 잘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실물화상기로 비추고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그림을 보다가

차츰 차츰 몇월일까 추측해보고, 어떤 일을 할 시기인가 생각해보면서 맞춰보게했더니

나중에는 짬날때마다 아이들이 먼저 읽어달라고 했답니다.

싫어하는 아이들은 끝까지 '재미없어요'를 연호했지만 ^^; 그래도 아이들의 동기유발 및 관심환기 용도로 참 좋은듯해요

훌륭한 보조교재로도 손색이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