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만화가 대세인 시대인가봅니다. 어딜가나 학습만화를 접할 수 있으니까요.. 일전에 저희반 아이가 삼국지를 세번이나 읽었다기에 그 어려운 걸 어찌 세번이나 읽었냐 칭찬했더니 아이들이 "그게 뭐가 어려워요? 만환데?"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아..그 고전 삼국지가 만화가 됐구나.. 했는데, 이번엔 초한지네요..

만화의 좋은점은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글로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일일이 풀어 설명하거나 행동과 대사로 짐작해야 하지만, 그림은 그 모든걸 한눈에 이미지화 시켜 보여주지요. 이 책도 그렇습니다. 항우는 날카롭고 매서워 보이는 눈에 큰 풍채를 고급스런 의상 아래 감추고 긴 칼을 차고 있습니다. 매섭게 그려진 눈초리가 그가 인자하고 덕있는 군주는 아님을 보여주지요. 풍채는 번쾌 못지 않습니다만 번쾌처럼 우락부락하고 거친 면모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고운 무늬가 수놓아진 비단옷을 입고 늠름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에는 부유한 승자의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반면 유방은 한신보다 머리 하나가 작습니다. 뺀질뺀질한 표정에 구부정한 포즈는 그가 동네 건달이었음을 잘 보여줍니다. 장량은 흡사 여인처럼 생겼고, 한신은 날카롭고 기민하게 생겼습니다. 은발에 푸른 무명옷, 긴칼을 옆에 찬 한신의 모습은 중국인이라기보다는 중세 유럽 귀족같네요.
 책은 초반 진의 영토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시황제(참으로 악랄하게 생겼습니다;) 진의 생성과 멸망을 간략히 소개한 뒤 두 주인공, 항우와 유방을 소개하네요. 그뒤로 한신, 장량이 등장합니다. 각 인물 챕터별 앞에는 원작자 이문열씨의 소설 한 구절(주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잘 묘사한 부분)이 실려있습니다. 탄탄한 원작 덕분인지, 만화 내용은 매끄럽게 잘 이어집니다.
 친절하게도, 책 말미에는 초한지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안내가 있네요. 저학년이 읽기엔 글씨가 작고 자간도 좁지만, 중학년 이상이면 무난히 읽을 듯 합니다. (내용이 약간 어렵긴 합니다) 연의소설의 발생과 종류, 진과 시황제, 법가, 군현제, 만리장성, 장기의 유래(어차피 장기는 초한 대결에서 유래한 것이니까요), 고사성어까지 있네요. 신화적 요소를 적절히 가미하여 두 주인공의 운명을 암시만 해주는 초반부, 매력적인 인물들의 등장으로, 이 책은 시리즈 책 중 1권이 지녀야 할 미덕- 대략적인 내용 소개와 독자들의 흥미 유발을 충분히 갖추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책이 다 그렇지만, 지나치리만치 좋은 종이재질만 좀 맘에 걸리네요. 어린이들은 종이 질을 생각하며 책을 깔끔하고 깨끗하게 보기 힘들텐데 말이죠. 여러 권에 걸쳐 나올 거라면, 종이 질을 조금 나쁘게 하더라도 단가가 낮은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초한지... 개인적으로는 빨리 우희가 보고 싶네요. 사면초가의 비장미도 기대되고.. 활자속 인물들이 이미지화 되어 나타날 때, 독자 개인의 상상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은 좀 아쉽지만, 쉽고 또렷한 내용 전달로는 아주 효과적인 듯 합니다. 아이들에게 중국 고전을 편하게 접하게 하시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어릴적 신구미디어에서 출판한 '사랑의 선물'을 읽었습니다. 책 뒤편에, 방정환님이 쓰신 동화 외에, 자손들이 기억하는 그분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몇토막 있었답니다.

책을 받기전에는, 아마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차이가 많네요. 아무래도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보니 학교입학과 같은 에피소드들은 짧게 다룰 수 밖에 없기 때문인 듯 합니다.

부유했던 어린시절, 가난한 청소년기, 손병희의 사위가 되고 일본으로 공부하러 간 과정, 색동회를 만들고 어린이날을 제정하며 전국을 다녀 구연동화를 하다가 서른셋 짧은 일생을 마칠때까지의 이야기가 역사적 큰 사건들과 더불어 간단 간단하게 잘 나타나 있습니다. 뒤편에 깔끔하게 요약정리되 사진자료와 함께 있는 연표도 좋더군요.

활자가 크고 자간이 넓은데다 문장체가 짤막해 초등학교 저학년도 너끈히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옛스런 느낌의 그림체도 좋네요.

독일에 살고 있는 아라비안 소년 아델이 낙타와 우정을 쌓게 되는 이야기를 비롯, 이솝우화식의 짧은 이야기들이 실린 책입니다.

읽기 시간 외국문학 접하기때 조금씩 읽어주었는데, 처음에는 연작 시리즈인줄 알고 앞부분부터 읽어주었으나, 보니 뒤쪽은 개별적 단편들이더군요. 그래서 그 뒤부터는 제목(?)이 매력적인 순서대로 짬짬이 읽어 주었습니다.

짧은 듯 하면서도 삶의 귀중한 지침이 될만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건 어른인 제 눈으로 본것이고요, 아이들은 감동적이거나 재밌는 대목이 다 제각각이더군요.

전반적으로는, 이국적인 느낌의 그림과 독일+아랍권 이라는 생소한 문화적 배경이 주는 낯섦으로 인해 기분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