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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읽었던 건 2008년 마지막 무렵이었다. 그런데 2010년 새해를 맞아 해묵은 책이며 잡지, 공책 따위를 정리두는 와중에, 수첩 한켠에 적어 놓은 책에 대한 감상이 발견됐다. 고작 두 줄뿐인 감상. 그러나 그 두 줄만으로도,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 확 떠오르기엔 충분했다.
글은 두 개의 짧은 단편으로 되어있다. 첫 작품 바람의 도시는, 내게 문학적 재능만 있다면 언제든 극본이나 TV 드라마용 대본으로 제작해보고 싶은, 혹은 누구라도 좋으니 영상물로 좀 제작해주었으면 싶은 가슴아픈 사랑 이야기다. (이걸 꼭 사랑이야기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백야행도 가슴 절절한 멜로로 덧칠할 수 있는 걸 보면 이 작품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걸핏하면 출생의 비밀에 희귀 죽을병에 걸리고 너나할것 없이 불륜천지인 드라마 세상에서, 다소 충격적일진 몰라도 이런 소재가 차라리 더 가슴저리고 절절한 아픔으로 닿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은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 마냥) 세상은 인간세상과 바람의도시 2개로 나뉘어져있으며, 이들 세상에는 가끔씩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가정에 시작한다. 주인공은 소년시절 우연이 인간이면서 바람의 도시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 모른채 다시 빠져나온다. 그 후 그 길(소년은 도시의 한 길을 지나갔다)을 다시 가보고 싶단 열망에 결국 바람의도시로 들어갔지만, 인간은 들어가서는 안되는 곳으로, 다시 인간세상과 통하는 문을 찾아야만 빠져나갈 수 있다. 낯설고 새로운 곳에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사람은 '렌'. 렌은 그곳에서 태어난 유일한 이로 영원히 그 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는 존재다. 소년은 그와 다니던 중 렌을 노리는 악당을 만나게 되고, 렌은 결국 그를 죽이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는 책의 제목 [야시]로, 밤시장 쯤 된다. 이 책이 '호러대상'에서 역대 수상작 중 최고걸작이라는 평가를 들었듯이, 이 또한 으스스하고 기괴한 이야기다. 이 밤시장은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무엇이든 사지 않고는 빠져나갈 수가 없는데, 주인공은 뭔가 홀린듯한 기분으로 동생을 팔아 재능을 사고 가까스로 야시를 빠져나온다. 그러나 그 뒤 헤아릴 수 없는 죄책감에 동생을 되찾으려 애쓰고, 동생은 동생대로 야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인간세계에는 없는 기괴함과 공포가 덮여있으면서도, 그 밑바닥에는 인간 자체에 대한 따스함과 선량함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이다. 짧은 이야기에는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면서도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다. 단 한번 읽었을 뿐이지만, 세세한 것까지 기억나지 않은 것이 없는 정말 매력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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