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를 보고 어렸을 적 살던 고향집이 생각이 났다.

집 옆에 나무들이 둘러있고, 마루에 앉아 책을 보고 마당에서 뛰어놀던 나의 옛고향.

나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규정대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와 직장생활하다가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인생을 살고있다. 내 어릴 적 고향의 모습들은 이제 더이상 내가 경험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며 살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아직도 80년대의 감성과 생활방식으로 사는 분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편리함과 속도만이 우선되는 사회에서, 내가 살 집을 내 손으로 짓고, 농사짓고 물고기 잡아 최소한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저자는 느림의 미학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저자가 살던 공주집에서 나오게 되었던 계기도 우리 사회의 빠른 이동을 위한 고속도로 건설 때문이 아니었던가? 이런 사회에서 저자와 같은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킨다는 점도 대단하게 생각된다.

 아이들에게 사회의 정해진 틀이 아닌 다른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부모, 다른 이웃까지 생각해서 기꺼이 집 한켠을 도서관으로 내 놓을 수 있는 이웃 이런 저자의 마음이 나에게 뭉클하게 다가왔다. 나 역시 사회의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면 낙오자가 된다는 생각에 학교에서의 좋은 성적과 평판을 몹시 중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아이는 얼마나 대단한 배짱을 가진것인가!

저자가 고흥에 어렵게 새터를 잡아 행복해 할 무렵, 사춘기 아들의 울음은 뭉쿨했다.

옛집이 그립다며 새벽에 통곡을 하는 큰 사내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자연의 편안함과 넉넉함 속에서 우리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살아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서 크게 울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도 숨겨버릇해서 이제는 내 감정이 어떤지 나도 잘 모를때도 있다. 이런 내 모습과 오버랩되며 큰 아이의 울음은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또한 그걸 모르는 척 해주는 저자의 배려도 감동깊다.

자연속에서 충분히 누리며 살아가는 송성영 저자의 가족같은 삶은 행복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가끔 바쁘고 빡빡한 나의 삶이 피곤할 때 느리게 살아가는 이들을 부러워하며 이 책을 다시 들춰볼 것같다.

나에게 세계사란 가까이 가서 친해지고 싶지만, 여러모로 나와 다르고 복잡해서 다가가기 힘든 친구같은 느낌이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과목은 왜그리 광범위하고 외울 것은 많으며 점수는 잘 안나오던지...

이제는 삼십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 있으니, 지금 세계사를 읽으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서 겁없이 이 책을 선택해 읽어보았다. 저자가 외국인이라는 점도 흥미로왔다. 우리 나라 사람의 시선으로 된 세계사 책과 외국인의 시선 차이를 생각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가장 먼저 선사시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류의 기원은 정확히 그 시기를 정의할 수 없지만, 작가는 살았던 지역이나 생김새 먹이까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 후 문명이 발생하고 발전하며 인류는 역사를 기술해 나간다.

저자는 각 대륙의 역사를 광범위하지만 다양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내가 주로 배웠던 세계사는 유럽의 역사가 대부분이었는데, 저자는 아프리카 대륙이나 동남아시아의 역사까지 설명해줘서 신선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를 기술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발해를 우리나라의 역사로 쓰고 있고, 고려시대에 몽골의 속국이었다는 내용도 있다.

역시나 세계사의 내용은 참으로 방대하다. 그래서 책의 내용은 자세하진 않으나,구성은 짜임새있어 읽기에 편하다.

삽화나 사진도 많고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은 박스 설명이 되어있으며 연대표가 단락 마지막에 제시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차례가 연도별로 구성되어 있지만 중간중간 민족이나 종교들을 나누어 설명해 주는 부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흥미위주의 내용은 아니다. 표지에 써있듯 청소년을 위한 교양 및 논술 대비용 통합형 역사교과서라 되어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는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를 밝혀주는 등불이다.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고, 교훈을 아로새겨 줌은 물론이며 미래의 예측 불가능함과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특히 교양이나 지식을 제공하는 원천이자 삶의 길찾기에 있어서의 절대적인 자양분인 것이다. (표지 설명 내용중)

고등학교 시절 무작정 외우던 세계사를 나이가 한참 더 든 지금 다시 읽어보니 나에게도 역사가 지식만이 아닌 삶의 길찾기에 도움이 되는 지혜로 다가온다.

 

지구별 어른, 어린왕자를 만나다.. 가을이 짙어가는 이 즈음에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어린왕자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번을 읽은 내가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이다.

매번 읽을 때마다 나의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지만, 이 책은 정희재 작가의 에세이가 덧붙여져서 색다른 느낌이다. 나와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의 다른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랄까?

어린 왕자는 책 장면부터 무척 강렬하다.

나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보고 모자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지구별 어른 중 하나이다. 어쩌면 모자라고 생각하며  평범하게 살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남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안도하며.. 어린왕자가 그림을 보고 모자라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보아뱀이나 원시림, 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대신 브릿지 게임, 골프, 정치, 넥타이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숨기며 어린 왕자처럼 마음속에 그림 하나씩 숨기며 살아가지는 않는가.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 소행성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어른들을 만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어린 왕자가 보기에 무의미한 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가치있다 여기며 바쁘게 살고 있다. 그 어른들의 모습에는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 놀랍다.

어린 왕자는 일곱번 째 여행지로 평판이 좋다는 지구별에 온다. 

지구에서 어린 왕자는 오천송이의 장미를 만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한송이의 장미와 무릎 높이의 화산 세 개를 생각하며 풀밭에 엎드려 운다.

이 장면에서 작가는 어린왕자를 위로해준다. 넌 세상에서 하나 뿐인 너만의 꽃을 가진 부자 맞다고. 위대한 왕자도 맞고. 누가 너처럼 자신의 별을 소중히 여기며 잘 가꿀수 있겠느냐는 그 위로의 말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처럼 느껴져서 가슴에 따뜻해진다. 인생이든 사랑이든 가장 큰 과제는 진정한 받아들임을 배우는 일이 아니겠냐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어린 왕자는 한송이 장미를 끝까지 성실히 사랑했다. 성실하기도 힘들고, 재지않고 사랑하기도 힘든 일이다. 길들인 것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죽음도 마다하지 않은 어린 왕자에게 진정한 사랑을 배운다. 사막처럼 외로운 인생에서 성실하게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를 위해 살아간 어린 왕자의 이야기는 감동적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