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조란 장르는 솔직히 처음 들어본 장르였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 동시조란 장르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동시조는 시조처럼 초장,중장,종장의 3장 6구형식의 시조 가락에 동심을 담은 정형동시라고한다. 시조라하면 왠지 옛스런운 느낌이 먼저 들기에 동시조도 조금은 구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동시집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누어 구성이 되어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조 동인회인 <쪽배> 결성전과 이후로 나누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전기에는 동시조가 활성화되기 이전이어서 작품수도 적지만 후기로 갈수록 수준놓은 동시조의 창작이 활발해졌다고한다.
제목인 "분이네 살구나무" 표지 그림은 아마도 분이네 집인듯한 집 한채와 그 집을 감싸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살구나무 한그루다.
"분이"란 이름. 요즘 누가 그런 이름을 지을까 싶을만큼 촌스런 이름이지만 정겹기 그지없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쓰여진 동시조를 모두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은 엄마가 소리내어 읽어주는 동시조에서 운율이 느껴지는지 가끔 몸을 흔들기도 하고 내 입을 한참 쳐다보며 마치 나의 낭독을 듣고 있는듯했다.
각각의 동시조마다 어울리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서 그런지 내내 글과 그림으로 즐거웠다.
그중 "눈오는날"이란 동시조에서 그려진 할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할머니 젖가슴은 왜 포동포동하지 못하고 ...
 할일 다하느라고. 네 아비 형제를 키우느라고..."
어린 손자의 눈에는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젖가슴이 이상해 보였나보다. 그 젖가슴으로 지금의 아버지를 손자를 키워냈음을 이제는 이해할테지...
"자꾸 발꿈치를 까지게 하는 꽃신과 실갱이 하는 소녀를 그린 꽃신"이나 "물방울을 매달아놓고 유혹사는 거미의 모습을 그린 아침" 모두 재미있기만 하다.
아이에게 읽어주기로 또한 혼자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참 좋은 책이다.

코끼리는 죽음을 앞두면 등을 내보이며 무리에서 멀어져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고한다. "혼자 맞이하는 죽음" ... 얼마나 외로울까.
죽음이란 단어가 아직 나에겐 가슴에 와닿지 않은 단어였다. 하지만 얼마전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하셨다 퇴원하신 이후 많이 여위신 모습을 모며 난 "죽음"이 그리 멀리있는것이 아닐안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어떤 감정적 변화가 생길런지 알지못한체 아무 마음의 준비도 없이 책을 펼쳐들었고 중간중간 쉼을 가질 새도없이 가슴이 먹먹해졌으며 눈물이 조금씩 새어나왔다. 점점 뒤를 향해갈수록 내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갔다. 책을 읽으며 감정이입이 그다지 쉽지 않은 나였기에 오랫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아들과 딸. 아내와 평범하고도 행복한 삶을 살던 후지야마 유키히로의 죽음을 받아들여가는 모습이 결코 다른 사람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던건 왜일까? 6개월 시한부 선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리라...누구라도 그럴것이다. 단지 조금 불편해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시한부선고를 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테니까.그는 모든 연명치료를 거부한다. 얼마남지 않은 삶을 병원에서 무기력하게 보내는 대신 자신을 찾기로 결심한다. 먼저 중학교 시절 첫사랑을 만나 못다한 사랑고백을 했고 사소한 일로 절교했던 옛 친구를 만나 화해했으며 잊고 지내던 옛 애인을 만나 용서를 구한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이 간다.
그는 죽음을 너무나도 담담히 받아들이는듯했다. 죽음을 앞두고 큰형에게 한말 "큰형 나 죽고 싶지 않아" 이 말이 아니었다면 난 그가 죽음을 인정하고 쉽게 받아들인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그는 속마음은 그랬다. 절대 죽고 싶지 않지만 받아들일수 밖에 없기에 가족 모두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아내와 마지막 편지를 교환한다. 아내는 그에게 "다시 결혼해도 나와 결혼해 줄꺼에요?"라고 묻는다. 그말이 그에겐 편안한 수면제와 같다. 50년 가까운 삶을 살아온 그는 가족에 둘러싸여 점점 희미해져간다. 아내의 "수고했어요"란 말 한마디가 그에게 더이상 미련을 두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가보다.그렇게 그는 삶을 끈을 놓는다...
죽음은 떠나는 사람과 남겨지는 사람 모두에게 너무 아프다. 코끼리처럼 죽음을 앞두고 모든것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까? 좀더 행복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조금씩 내려놓을 준비를 하며 사는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테지만 이 책을 읽고 난후 나에게 6개월이 주어진다면 .... 이라는 상상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당장 어떤 말도 할수 없지만 이제부터 조금씩 생각해봐야겠다.

"카모메 식당"이란 제목의 영화를 들어본것은 같은데 보질 못했기에 이 책을 기다리는 설렘이 더 컸다. 음식을 주제로 하는 책들은 지금까지 경험으로보면 눈도 마음도 즐거웠기에 아마도 그랬던것 같다. 제목만으로는 음식냄새가 전혀 나지 않은 책이었기에 궁금증을 더해가던 찰나 책이 도착했고 서둘러 읽기 시작했다. 모두 읽어내기에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는것이 이책의 장점이 될수도 있겠다.
자그마하고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속에는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러워 군침이 도는 여러 음식들이 자세한 레시피와 함께 들어있고 네편의 에세이가 들어있었다. 에세이 역시 이책에 소개된 요리를 주제로 같은 제목으로 쓰여져있다.
책의 저자인 이이지마 나미는 푸드스타일리스트이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 참여하면서 영화전문음식감독으로 활동하고있다.
일본인 요리전문가의 책답게 일본특유의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는것은 물론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비롯 토스트.항케이크.샌드위치나 카레.그라탕등 전세계 누구든 간편하게 해먹곤 하는 요리들까지 소개되어 있는데 레시피가 그림과 글로 차례대로 되어있어 처음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아주 요긴할것 같다.
각요리를 소개하기에 앞서 요리마다 간단한 글을 적어놓았는데 그 요리를 만드는 또는 먹게되는 상황들이 설정되어 있어 재미있기도 하다.
이책에는 요리레시피 이외에도 네편의 에세이가 들어있다. 책을 낸 저자의 글이아닌 다나카와 슌타로,요시모토 바나나,이토이 시게사토,시게마츠 기요시등 유명작가의 요리 에세이이다.
모두들 그다지 길지않은 짧은 에세이지만 요리책에서 만나는 요리 에세이인지라 읽는것이 즐겁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카레이야기를 하고있다. 이사할때마다 그 동네의 카레집을 찾는 그녀. 그맛에 익숙해질라치면 사고로 요리사들이 죽고만다. 또다시 이사후 단골 카레집을 만드는 그녀의 조금은 불안한 카레 사랑이 담겨있는 에세이이다.
이 책에 나와있는 여러 요리중 일본의 요리인듯한 오하기가 눈에 들어온다. 밥을 둥글게 말아 팥고물로 감싸준 모양인데 팥고물을 만드는 과정은 우리의 그것과 비슷해서 왠지 먹어보고 싶다.또한 따로 반찬이 필요없을것 같은 영양밥이나 보고있으니 입에 군침이 도는 양배추롤도 한번 해먹어보고픈 요리이다.
이번 주말 이중 하나를 한번 해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