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재범군의 탈퇴 및 미국행 기사를 읽었다.
얼마전 그가 한국에 대해 했다는 ’폄하발언’ 을 본 지라
그리 곱지 못한 시선을 보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글이 씌어진 시점이 2005년이라는 것,
그리고 그 때에는 고된 연습생 생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을 감당했어야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아이돌 스타로 주가를 날리고 있는 그의 탈퇴는
시효가 지난 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불명확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여러 모로 원색적인 사람들의 내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한국에서 사랑을 받고 인기를 얻은 스타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좋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위의 전제는 많은 경우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 나라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자신을 철통같이 감싸주고 보호해주고 있지 않은 이상,
스타들은 상업적 테두리 안에 존재하게 마련이고, 그 테두리 안에는 한국적 비즈니스 세계가 존재하다.
그가 실질적으로 속하고, 생활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라기 보다는
스타를 배출하기 위한 상업적 시스템 안이다.
그가 한국이 싫다고 했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활하는 이 곳 한국이라기보다,
그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그가 힘들게 겪어내야 했던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일 것이다.
그런 상황을 뭉뚱그려 무분별하게 ’한국이 싫다’ 고 내뱉았던 것도 문제이지만,
그 발언을 ’모욕’ 혹은 ’배신’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이다.
설혹 그가 진정으로 ’한국’ 이 싫다고 말했던들 어떠랴.
재미있는 것은 김재범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그를 옹호하고,
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오히려 그를 욕하고 비난했다는 점이다.
좋아했던 사람들은 논외로 두고,
관심없던 사람들의 비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들의 비난은 배신감에서 기인한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온 연예인이 한국을 비난했다. 는 그 사실 자체이다.
이 점에서 바로 이 사건의 원색적인 측면이 드러난다.
한국을 공격했다고 하면 마치 내가 공격받은 것처럼
국민적인 피해의식을 발동해 욕하기 시작한다.
물론 한국인으로서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철없는 10대가 개인 블로그에, 몇 년전에 힘든 심경을 거칠게 표현한 것이
무에 그렇게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지 모르겠다.
그냥 "쟤가 철이 없어서 그렇구나" 정도로 넘어가면 안될까.
그렇게 표현한 것 자체가 스스로를 보호할 줄 모르고,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고
조금 좋게 봐줄 수도 있지 않을까.
파문이 커지기 시작하고 발빠르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 사과를 한 시점에서 이미 충분한 반성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겠는가. 자신이 개인적으로 묻어두고 있던 일이 이렇게 많은 이들의 비난으로 돌아왔으니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그것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뼈져리게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탈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반성도 반성이지만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괘씸죄의 대가가 너무 크지 않은가.
그가 아직 사춘기를 막 지난 10대라는 것을 감안하자면 말이다.
10대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힘든 시기인지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