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내리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렸던,도쿄 타워를 눈물 줄줄 흘리며 본 사람으

로서,이 책은 좀 당혹스러운 책이었다.이 작가가 이런글을 와,같은 작가가 맞나싶을

정도였다.잔혹스럽기도 하고,엽기적이기도 하고 암튼 도쿄 타워랑은 정반대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근데,일본에선 이 책이 도쿄 타워보다 먼저 나온 책이라고 한다.우리나라

에서야 대표작이랄 수 있는 도쿄 타워가 먼저 나왔지만 말이다.어떤 작품을 먼저

보았든  똑같이 같은 작가맞나하면서 놀랄걸 생각하니 재밌다.개인적으론 감정과잉이

없지는 않았던 60년대 신파 분위기였던 도쿄 타워보다 이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가  더

맘에 들었다.꽤 하는구나 당신!싶달까.어쨌거나 둘 중 한작품만 읽어

보고 이 작가는 이런 작가다 규정짓는건 경솔한 일이다.

표제작인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를 비롯하여 여섯 작품이 실린 이 작품집에서

실상 여섯작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인생들이 너덜너덜해진 사람들이다.

 

도시에선 영 인기가 없어 시골로 시집가기로 결심하지만 실상 부농으로 보였던

시골이 대마 농가였다는 대마농가의 신부,찌든 도시를 떠나 남쪽섬으로 떠나지만

그 섬도 일상이 되자 더이상 피난처가 되지 못한다는 오사비시 섬,꿈을 펼지지도

그렇다고 안주하지도 못하는 세소년이 나오는 리틀 베이비 낫띵은 대표적이다.

한데, 이작가는 섣부른 희망을 보여주는 대신 시니컬한 웃음을 날려준다.

어디에도 희망은 없다는 듯.하지만 절망뿐인것만도 아니다.실상 인생이란게 그렇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라고 다를 것 같아?라는..그게 웃음이란게 서늘하면서도 뒷끝을

남기지 않는 점이지만,어리석게도 나는 얘들과 또는 이 사람들이랑 달라라고 독자들은

억지로라도 위안하고 싶어진다.그만큼 이 작품집의 주인공들은 막장에 다다른 인생

들이다.참으로 뜨끔하달 수 밖에.뜨끔하다고 하니 사형편은 또 어떤가.

살인이든 단순한 도둑질이든 모두 사형이고 사형방법만 다른데다 도 공개사형이

일상이 된 미래.그러니 사형방법으로 강간을 한 사람은 죽도록 강간을 당할수도 있다.

이게 참 끔찍하다.그런데도 이들은 돈만 있으면,또는 어리기만 하면 살인을 저질러도

무죄로 풀려나는 과거를[우리에겐 현재지만]  더 끔찍하다고 말한다.사형을 이렇게 쇼킹

하고 극명하게 다루어도 되나 싶을 정도지만 속시원하기도 하다.사형이란 문제는

그걸 찬성하든 반대하든 씁쓸한 기분이 남을 수 밖에 없으므로.

이 작가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던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는 보는 사람의 정신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지만 은근히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이 험해질수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끌리기 마련이지만 그건 일시적인

위안밖에 될 수 없다.피하지 않고 세상을 직시하게 만드는 글이 더 유효하게 다가올지

모른다.이 책이 바로 그랬다.

시시포스하면  신의 분노를 사 산 꼭대기로 돌을 굴려 올라갔다가 다시 돌이 굴러

내리면 돌을 굴려 올라가는 행위를 되풀이하는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막상 그가 어떤 이력의 사람인가 생각해보면 아는 사실이

별로 없다.다른 신화의 인물들과 비교해봐도 그렇다.

그가 코린토스의 왕이었다던가 오디세우스의 친부였다던가 하는건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이 작품은 돌을 굴려 올라가던가 하는 행위는 안나오지만,제우스가 황소로 변해 님프를

취하는 걸 목격해 즉,신의 비밀을 안 이유로 끊임없이 신들에게 위협당하는 그의 고난이

그려진다.사실 제우스의 외도 사실을 우연히 봤다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당하는 처지가 부조리하긴 하다.하지만 시시포스도 오늘날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그는 자신의 권위를 위협하는 사람은 형제라도 두고보지

못한다.동생을 처치하려는 목적에 조카를 취하지 않나,오디세우스도 그가 결혼식에서

신부를 취한 결과이다.

그렇다고 그가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다.그도 제우스 못잖게 호색한이라는

것 뿐.그는 신의 후예이지만 그자신이 신이 되고 싶은 인물이 아니었을까.높다란 탑을

쌓는다는 행위부터가 세상을 자기 눈아래 두고 본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제우스의 비밀을 안다는 이유로 타나토스와 겨뤄 죽음을 면하고,한번 죽지만 하데스를

이기고 다시 살아남고, 포세이돈의 지진에 맞서 탑이 무너지지만 그는 결코 무릎 꿇지

않는다.그가 생각만큼 호감이 가는 인격자가 아니었다해도 그래서 더 이 책을 흥미진진

하게 읽은 이유였다.그가 평소에 알듯이 불굴의 의지를 지닌 흠하나 없는 인물이었다면

흥미가 반감했으리라.신화를 소설로 바꾸는 작업은 특히,프랑스문학에서 많이 보는 것

같은데,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신화는 신화대로 둬랄까.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선입관으로 봐도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