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맘에 들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읽는 내내 불편한 책이었다. 이 책과 이 책의 지은이에게 쏟아지는 숱한 찬사를 뒤로하고 도대체 '운명'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을,우리들을 이렇게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지만, 그처럼, 나 역시 뾰족한 답은 없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짜증이 났다. 어쩔 수 없이 밀어닥치는 가혹한 시련과 그 고통을 책 속의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데 나는 제외되었다고 하여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내게도 곧 닥쳐올 것만 같은 운명의 장난이 멀리서 손짓하는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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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북도, 안동하고도 더 시골 한 켠에 자리잡은 병원에서 일어나는 많은 아픈 일들을 통하여 지은이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하루하루를 겸손하고 소중하게 살아가라고 우리에게 얘기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지은이의 말처럼 "이렇든 저렇든 남의 일이니,우리에게는 정말 아무 책임이 없는 것일까? -162쪽"라는 물음에 이르면 분명 쉬 답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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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 표현대로 잇밥에 고깃국을 먹는 사람의 논리와 당장 배를 채우는 것이 더 급한 사람의 우선순위는 이렇게 다른 것이다. - '진짜배기 사랑' 에서,13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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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도 돈이 없거나, 돈이 있어도 다음날을 위해 일을 하러 가야만 하는 이들에게 들이닥친 병들은 얼마나 모진 것인가,그리고 그 운명의 장난에서 우리가 벗어날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내 차례가 아닐뿐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릴 따름이다. 사회 안전망인 의료보험과 복지 제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그나마 꾸려져가던 최후의 보루들마저 앞으로는 경제논리에 맞추어 '민영'화로 바뀔 예정이라고 하니 더더욱 참담하고 침통하다.그래서 짜증이 나고 분노가 일었다. 내 앞에 닥쳐올 운명도 피할 방도도 마련하지 못하여 놓고 책 속의 이야기들을 만나니 더더욱 그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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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가혹하다.운명은 주인의 삶을 따로 살피지 않는다.운명은 그가 어떤 삶을 살았건,그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증오했건,그가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가졌건,아무것도 돌보지 않고 그냥 제 길을 갈 뿐이다.그래서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예기치 않은 운명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저절로 그런 의문이 들었다. - 6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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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나도 생각해본다. 나는 도대체 나를 위하여,우리 가족을 위하여, 이 사회를 위하여 오늘 하루를 어떻게 또 살아가고 있는지,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는 시간들이다. 문득 이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신영복님의 글,한 구절이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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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는 사람이 살기는 여름보다 겨울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징역의 열가지 스무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때문입니다. ~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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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서로의 체온으로, 이 고난의 시간들을 견뎌나가야 한다는 사실,그것을 사랑이라 부르든 자선 또는 자비라 이름하든 '서로','함께',가혹한 운명과 맞딱드려야 한다는 것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방법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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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동(深冬)의 빙한(氷寒), 온기 한 점 없는 냉방에서 우리를 덮어준 것은 동료들의 체온이었습니다. 추운 사람들끼리 서로의 체온을 모으는 동안 우리는 냉방이 가르치는 '벗'의 의미를, 겨울이 가르치는 '이웃의 체온'을 조금씩 조금씩 이해해가는 것입니다. - [사색]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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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부, <아름다운 인연> 편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이야기들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그런 것이리라. 나는,우리 가족은 안전하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우리의 체온을 모아서,'서로'의 온기로 이 무지막지한 적, '운명'과 맞서야 하리라. 그것이 사람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리라. 지은이가 4부에서 추억하는 아름다운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아픔을 안고 조금씩 조금씩 우리는 자라야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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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쉬운 이치를 생활의 골목골목마다에서 확인하면서 여름 나무처럼 언제나 크는 사람을 배우려 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신영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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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고 또 배우며 하루를 접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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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1. 6. 뒤척이는 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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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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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야기 : 우연히 만나게 된 또 다른 의사 이야기 |
| <커피 파는 의사, 제너럴닥터의 김승범 원장> |
| http://healthlog.kr/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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