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바튀 글·그림 / 조소정 옮김 / 물구나무 / 1판 1쇄(2008. 1.15)

엄마개미-아기개미, 엄마공룡-아기공룡, 아기개미-아기공룡과의 '관계'속에 서로에 대한 책임이 오간다. 어린 개미가 어린 공룡에게 엄마 역할을 하고 어린 공룡이 어린 개미에게 엄마 역할을 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잊었던 기본을 생각한다.

어버이를 버려두고 몰래 외국으로 이민가는 못나고 더러운 자식들 이야기와 아이들을 공원에 가서 버려두고 도망가는 더 못난 부모들 이야기가 더 이상 화제거리가 아니게 된 요즈음에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는 기본적인 관계가 더욱 소중해짐은 당연한 것이다.

자세히보니 그림 책 속의 빛깔은 두가지 뿐이다. 음영의 농도만 달리 했을 뿐 바탕은 붉은빛이고 개미와 공룡은 검정이다. 글씨만 흰빛이다. 검정과 빨강, 원색이다. 그리고 단순하다. 관계, 사람과 사람사이도 그만큼 단순한 것이다. 서로 믿고 믿음을 주고 받는 것, 그 밖에 더 무엇이 필요할까. 그냥 믿고 믿어주고 기대고 받쳐주고 그것이 삶인것이다. 그래야 사람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강렬한 바탕 속에 마치 수묵화처럼 움직이는 검정 개미,검정 공룡. 그렇게 바탕에서 피어나 흔들리는 꽃처럼, 개미도 공룡도 살아간다. 우리도......

관계중에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이 가족간의 관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 행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가족간의 관계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리고 뒤늦게 후회를 한다. 그러다 튕겨나간다.

한때 그럴뻔한 적이 있던 아빠로서 새롭게 바라보는 관계, 가족간의 관계는 온통 파랑이다. 빨갛게 달아올랐다가 차갑게 식은 뒤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파랑, 곧 끓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에게 아빠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던 지난날들은 이제 뒤로하고 다가서면 달아나는 딸아이에게 '누가 아빠야?' 웃어가며 물어가며 새로운 부녀관계를 정립하고 있다. 힘든 날이 오더라도 버팅기며 함께 가리라….

2008. 4. 27. 밤, 딸아, 사랑한다 2.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