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을 어떻게 이해하냐고? - 키워드로 읽는 현대미술

▶ 키워드로 읽는 현대미술. 허나영.

대학1학년. 창원 촌놈에게 서울의 많은 것들은 경이 그 자체였다. 책에서 읽고 TV에서 보던 그 공간을 발로 디딘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멋 모르고 찾아간 곳이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 얼마 살지 않은 내 인생에 손에 꼽을 충격을 받은 날이었다. 3백원인가 하던 입장권을 끊고 입구를 지나자 마자 거대한 신전과도 같은 괴물과 마주쳤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다다익선]. 작품에 감탄하고 놀란 것도 있지만 매번 TV로만 보던 것을 눈 앞에서 본 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4-5시간 동안 미술관을 꼼꼼히 둘러보고 난 후 느낀 감정은 감탄+착찹이다. 초중고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들 다수가 거기에 있었다. 서울 사람들은 버스만 타면, 지하철만 타면, 입장료 몇 백원만 추가하면 이 많은 작품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외려 소외감으로 다가왔다. 

키워드로 읽는 현대미술. 허나영. 무리 없이 읽은 건 스스로 기특해야 할 일이다. 물론 감성이 아니라 지성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미술은 그리는 것 뿐 아니라 이해하는 것 조차도 내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호기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호기심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현대 미술이라.... 솔직한 심정으로 까발리면 작가는 '또라이'고 작품은 '난해' 그 자체다. 가격은 더럽게 비싸고 누가 선물해 준다고 해도 집에 걸어두기도 민망하고, 그 가격에 팔 수 있다면 하루 빨리 현금화시키고 싶은 것이 현대미술 작품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분은 수년 전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많은 현대 미술 작품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다수의 작가가 '또라이'는 아니고 '난해'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7개의 키워드로 현대미술을 풀어준다. 7개의 키워드는 ART, EMOTION, POP, MATRIX, CODE, SPACE, TIME이다.

EMOTION으로 책 내용을 조금 살펴보자. 

p54. .... 그저 그림은 즐겁게 그려야 한다는 일반적인 언급만 해주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여자를 그릴 때는 사랑을 느끼는 것처럼 마치 여자의 둔부를 사랑스럽게 만지듯 그려야 한다고 충고하였다. ....르누아르가 그린 여인의 피부와 표정 그리고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달력이나 광고 등에 당연스레 등장하는 <피아노를 치는 자매>도 그러한 작품들 가운데 하나다.....

p61. 기온이 낮고 햇빛이 부족한 나라인 노르웨이 태생의 뭉크는 이러한 배경 아래 북유럽 특유의 특성과 자신의 개인적 괴로움을 접목하여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절규>이다. 제목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직접적이고도 간명한 이 작품은 절규하는 인간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는다. 어떤 신분의 사람인지, 몇 살인지, 심지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별하기 어렵다. 자명한 것은 고통받는 한 인간이라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림 속 인간에 스스로를 대입하여 귓가에 메이리치는 절규를 할 수도 잇는 것이다. .....

 EMOTION을 설명하면서 등장하는 그림이다. 두 그림을 보면서 자칫 실수 할 수 있는 부분이 그림의 느낌으로 <피아노 치는 자매들>이 <절규>보다는 연대순으로 제법 오래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피아노 치는 자매들>은 1892년작이고 <절규>는 1893년이다. 작가를 둘러싼 모든 요소들이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 미술의 이해는 이 그림을 동시대 작품으로 두고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정도는 점잖은 편이다.

현대미술은 이렇게 다양하다. 포름알데히드가 가득찬 수조속에 5미터 가까이 되는 상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책 이전에 <은밀한 갤러리>를 읽었는데, 현대 미술은 컬렉터와 경매회사의 머니게임에 놀아나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했다.

책을 읽으면서 전체 미술의 흐름에서 현대미술을 니체의 변증법에 대입해 보기도 했다. 클래식한 이미지에 반하는 미술사조가 등장하고 다시 그것이 익숙해지기 전에 또 다른 반反이 나타나는 순환구조. 미술은 당대를 반영한다. 복잡한 세상만큼 미술도 다양하다. 그것을 한 덩어리로 이해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래서 저자는 키워드를 만들었다. 키워드에 맞는 작품을 찾아 비교하고 설명한다. 이 키워드는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방향키다. 임석재가 서양건축과 우리 건축을 비교하면서 구성분할과 추상입면이라는 키워드로 한옥과 20세기 추상미술의 결정판이라는 몬드리안의 구성 작품을 함께 설명하는 것처럼.

결론은? 현대 미술의 이해?  쉽지 않다. 그런데 재미있다. 끝!

우리 그림과 친숙해지는 법 -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독서클럽에서 책 모임을 진행하면서 고른 책입니다. 해마다 몇 번씩 읽어 보는 책입니다. 정식으로 멋지게 소개해야지 하면서 미뤄 둔 책이기도 합니다. 독서클럽의 책 모임은 절호의 기회다 싶었습니다. 책을 꼼꼼히 읽어 와야 된다는 경고성 문구에 지레 겁을 먹고, 참석한 사람은 저를 포함해 세 명입니다. 열 명 내외이던 참석자가 셋이라는 사실은 어찌 보면 우리 미술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인식의 척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저자 오주석은 미술사학자입니다. 국립 중앙 박물관, 호암미술관, 간송미술관의 연구위원을 거쳤으니 우리 나라 미술의 정수를 두루 경험했을거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 책은 공무원 교육원 강의를 속기사가 받아 적은 초고를 보강해서 펴낸 것입니다. 강의록인지라 저자가 독자를 앞에 앉혀 두고 강의를 하듯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옛 그림 감상의 두 원칙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논어 옹야 편에 있는 글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림은 가슴으로 느껴야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은 제 스스로 반성해야 될 부분이기도 하고, 방학이면 아이들을 미술관에 풀어 작품 이름과 작가를 수첩에 기록하게 하면서 바쁘게 순회하는 젊은 엄마들이 반성해야 될 부분입니다. 저 또한 미술관련 책들을 보면서 그림을 오래 바라보기보다는 작가가 누군지 어떤 사조의 화가인지 외우는 것이 중요했고, 다음에 그 작가의 그림을 알게 되면 마냥 뿌듯해했습니다. 그림을 감성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으로 접한 겁니다. 그림을 애정을 가지고 대하면 작가의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작가가 누구인지, 어떤 작품인지를 외우는 것은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우리 그림 감상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1. 그림 대각선 크기의 1.5배 정도 떨어져서 감상하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일정한 거리에서 모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올바른 작품 감상법이 아닙니다. 작은 그림은 조금 가까이서, 큰 그림은 조금 더 떨어져서 감상해야 하는데 그 거리가 그림 대각선 크기의 1.5배가 적당하다는 겁니다.

2. 우리 그림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시선을 이동시키면서 감상하자.

 고서古書들이 가로쓰기가 아니라 세로 쓰기로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겁니다. 우리 조상들은 세로 쓰기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시선을 이동하면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우리 옛그림도 우상향에서 좌하향으로 시선을 이동시키면서 그림을 감상해야 합니다.

3. 그림을 찬찬히 보자.

 좋은 그림이 있으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감상하라고 말합니다. 작가, 제목 이런거에 연연하지 말고 내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오랫 동안 찬찬히 봐야 합니다. 좋은 예술품을 체험하는 동안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반응이 온다면 분명 우리 내면의 영혼의 울림인 것입니다. 서둘러서는 그런 울림을 결코 느낄 수 업습니다.

이런 몇 가지 조건과 함께 옛 그림을 잘 감상하려면 옛 사람의 눈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옛 그림에 담긴 선인들의 마음

오주석 그림책의 매력은 그림 한 장을 두고 몇 페이지에서 때로는 수십 페이지의 긴 설명을 하면서도 결코 현학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미술 이론 배제하고 초보자들이 그림을 봤을 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 때론 놓칠 수 있는 점, 알아두면 감상에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 줍니다. 좋은 책의 조건 중에 중학생 수준의 독자가 읽어도 이해에 무리가 없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원의 <씨름>을 길게 설명하는데, 미술 이론으로 풀어가지 않습니다. 그림에 등장한 인물들의 자세와 표정, 의복으로 그림 속과 그림 밖의 이야기들을 끌어 옵니다. 서양 그림은 가로가 길지만 우리 그림은 세로가 긴 그림이 많은데 <씨름>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 스물 두 명인데 오른 쪽 위의 입을 '헤'라고 벌리면서 구경하는 중년의 사내부터 혼자 다른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엿 파는 청년까지 세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부채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단오 전후라 날이 덥다던가, 씨름 선수들의 자세가 들배지기 기술이라는 거, 팔베게를 하고 누운 청년의 모습에서 씨름판이 제법 시간이 지났다는 것까지 알려 줍니다.

단원의 또 다른 그림 <송하맹호도>. 그림 원화만 보여주면서 국보 중의 국보요, 호랑이 그림을 전 세계에서 이 보다 잘 그린 것을 못 봤다고 격찬을 합니다. 흰 터럭을 수천 번 반복해도 파탄이 없는 섬세한 필획은 그림 그리기 이전의 정신 수양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곧 이어 표구가 된 그림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합니다. 그림의 서너 배는 될 크기의 화려한 표구는 그 용맹하던 호랑이를 표구 안에 가두어버렸습니다. 이런 표구방식은 일본식입니다. 우리 표구는 화려하지 않고 그림과 조화를 이루어 그림을 죽이는 법이 없습니다. 요즘 시중에서 볼 수 있는 테두리가 굵은 표구가 모두 일본식 표구입니다. 

<이채>의 초상화로 알려진 작품을 해부학을 공부하는 미대 교수, 예술 작품의 얼굴을 연구하는 피부과 의사에게 의뢰하여 그림의 주인공이 <이채>가 아니라 그의 할아버지 <이재>임을 밝혀 내는 과정은 저자가 우리 그림을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연구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우리 그림이 마냥 좋다거나, 기존의 연구 자료가 무조건 옳다가 아닌 비판적인 자세로 연구하는 학자의 모습입니다. 

옛 그림으로 살펴본 조선의 역사와 문화

병인양요 당시 빼앗겼던 외규장각의 '조선왕실 의궤'가 돌아온다고 합니다. 5년 임대하는 방식으로 재연장 가능한데 거의 영구임대라고 합니다. '의궤'는 조선시대에 왕실이나 국가의 주요 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기록물입니다. 김홍도가 그린 <시흥환어행렬도>를 보면 임금행차가 얼마나 큰 행사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통 6천명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임금 행차 때 일반 국민이 꽹가리를 치고 징을 두드리면서 '나랏님 못가십니다' 하고 막아섰다는 믿기지 못할 일도 벌어졌습니다. 그런 백성들은 일단 감옥에 가두는데,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수일 내로 민원을 처리하고 국왕에게 보고한 후 풀어줬습니다. 일종의 거리 신문고입니다.

책 내용의 상당수는 단원 김홍도의 그림으로 설명이 됩니다. 단원이 우리 미술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이 갖아 큰 이유입니다.. 단원을 알고 싶어했고, 닮고 싶어한 저자의 바램이 이 책에 드러난 것입니다.  저자는 김홍도 서거 200주년 기념 전시회를 하면서 2년을 꼬박 단원만 공부를 해서 책 한 권을 낼 정도로 정성을 보입니다. 

우리 그림으로 책 모임을 하니 참석자가 저 포함 세명이었습니다. 숫자가 적고 우리 그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 보다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우리 그림을 우리 문화 만큼이나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흐나 클림트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이 너무 진부한가요? 그 대상이 이중섭이나 박수근 같은 근현대 작가 일수도 있고 단원이나 혜원, 겸재나 오원같은 옛 화가일 수도 있습니다. 클림트나 고흐의 그림에 관심을 전혀 두지 않거나 잘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시작할 때 조그만 관심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발을 들여 놓으면 그 이후의 일은 자연스럽게 진행이 될 겁니다. 더 이상의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고 너무 좋아서 미쳐버릴 수도 있구요. 억지로 매달리라는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처음 관심을 가지는 노력은 일부러라도 해 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꼭 우리 문화를 먼저 알아야 된다가 아니라 다양하게 접했으면 합니다.

p157. 문화라는 것은 그것을 향유하는 국민 전체의 눈 높이가 높아져야지, 몇 사람의 노력만으로만 창조되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는 생선과 같다 -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김훈태. 갤리온

새해가 되어 서른 여섯살이다. 서른 네살까지 마신 커피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커피보다는 차茶를 즐겼다. 아내와 연애 7년 하면서 커피숖 간 게 서너 번. 커피 마시는 돈으로 맥주 한 잔, 소주 한 잔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인스턴트 커피에도 기호가 존재했고 세상에서 제일 맛난 커피는 맥심 모카 마일드. 그게 내 커피 이력의 전부다.

동네에 핸드드립을 하는 로스터리 카페가 생겼다.  카페 시젠. 어줍잖게 이웃들이 한 번씩 내려주던 드립 커피와는 달랐다. 커피에 800가지 맛이 숨어 있다는데 8가지도 채 못찾지만 맛의 지속성은 알겠더라. 부족한 커피를 마시면 맛의 요철이 느껴진다. 껄끄러움이 느껴진다. 

카페인줄 알고 테이크 아웃하러 들어갔다가 알게된 구은순 커피공방. 잊을 만하면 한번씩 들리는데 그 때마다 커피 세례를 받는다. 카페 시젠과 구은순 공방. 뒤늦게 알게 된 커피지만 좋은 커피로 시작한 건 축복이다. 맛있는 커피가 아니다. 좋은 커피다. 난 아직 커피가 맛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세치 혀가 간사하다고 좋은 것으로 호사를 누린지라 부족한 것은 알아차린다.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그동안 공부하고 마신 것이 축적되어 책이 술술 넘어간다. 조금 더 묵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만 그건 원래 이 책이 의도한 것이 아니다. 커피에 이제 막 관심이 생긴 이들이 딱딱한 이론서를 피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유명한 카페와 주인장, 커피의 역사와 종류에 얽힌 이야기, 다양한 핸드드립 도구와 사용법, 그리고 저자의 커피에 얽힌 에피소드까지. 

저자의 커피 사랑은 지극하다. 좋은 커피 한 잔을 위해 몇 시간을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택시를 타고 강원도 바다로 간다. 우리 나라 3대 커피 명인 중 한 사람=박이추 선생의 보헤미안. 

p28-29. "혼자서 조용히 커피 마시러 다니는 사람이 진짜 맛을 아는 사람이에요. 한 남자가 말이에요, 주말이면 말쑥이 차려입고 집을 나서는 거예요. 그래서 하루는 부인이 이상하다 싶어 그 남자를 쫓아갔대요. 그런데 그 남자가 간 곳은 조용한 커피집이었고 거기서 말없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오더래요. 진짜 커피 좋아하는 사람은 맛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법이 없어요. 누구와 시끄럽게 어울리는 법도 없고요."

어느 커피를 좋아하느냐고 물었을 때 박이추 선생이 저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커피는 생선과 같다. 로스팅 후 3일이 지나면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맛이 변한다. 15일은 마지노선이고 까다로운 이들은 7일을 말한다. 3일에서 7일 사이가 가장 맛이 좋다. 보름이 지난 원두는 마시기에 부적합하고 한달 지난 커피는 역한 냄새를 풍긴다. 아무리 좋은 포장법이 존재한 들 로스팅 후 한달 이상 걸리는 프랜차이즈 커피는 제 맛을 느낄 수 없다.

 '커피 맛을 결정하는 것은 80퍼센트가 생두며 나머지 20퍼센트는 볶는 방법에 있다.' 『커피대전』의 저자 다구치 마모루의 말이다. 커피도 음식이다. 바꾸어 말하면 음식은 8할이 재료라는 이야기다. 이건 만고의 진리다. 1950년대 미국인들이 무던히도 즐기던 맥스웰 하우스의 커피는 아라비카로 만들었다. 브라질에 닥친 기상이변으로 커피 농사는 엉망이 되고 생두 값은 폭등했다. 맥스웰 하우스는 커피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대신 아리비카로 만들던 커피 대신 값싸고 맛이 떨어지는 로부스타종을 섞었다. 소비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매년 조금씩 조금씩. 해를 거듭하면서 초기 커피맛과는 달라진 커피에 매출은 감소하고 처음 커피를 접하는 젊은 세대들은 맛없는 커피 대신 콜라에 열광했다. 1980년대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를 만들때까지.

저자는 말한다. 배운것이 미천해서 전문가의 친절하고 수준높은 커피 안내서가 아니라 아마추어의 횡설수설 '커피잡담'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온갖 미사여구를 남발하며 커피에 대해 찬미하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다. 와인 못지 않게 오버하는 것이 커피다. 쉽게 같이 배우는 자세로 풀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독자가 이제 커피를 시작한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책에 이런 글이 있다. 

시시때때로 커피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커피 안내서.

이제 막 커피를 접하고 또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부드럽게 다가오는 책이다.

카페 순례도, 커피 이론도 쉽게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책.

커피 공부 적당히(?) 한 사람이 읽기에는 조금 가벼운 책. 

* 이런 글은 시젠에서 에티오피아 이가체프 한 잔 주문해 음미하면서 적어야하는데 새벽에 뭔 짓이람.....

 

 

 

 

 

 

 

 

 무슨 뜻인지 아시죠? 

 

 

 

 

 위 명함을 클릭하시면 더 다양한 글들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