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고양이 - EBS 다큐프라임

 

 

 

오늘밤, 내일반 9시 50분 EBS 다큐프라임입니다.

 

 

 

 

EBS 다큐 프라임 - 좋은 방송이 많습니다. 자주 챙겨보세요.

 

 

 

 

 

 

아내는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세상의 그 어느 대상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합니다.

 

우연히 서핑중에 오늘 EBS 다큐프라임에서 고양이에 관한 다큐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동영상 예고편을 보는데 가슴이 아립니다.

 

아내가 보고 또 얼마나 가슴아파할지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측은지심이라고 하죠.

 

아내는 측은지심이 일반인들보다 강합니다. 측은지심이 강하다고 하는 표현이 조금 이상하네요.

 

우리가 측은지심을 느끼는 대상은 제 한 몸 건사하기 힘든 대상이 많겠죠.

 

드라마를 봐도, [세상에 이런일이]를 봐도, [병원24시]같은 프로그램을 봐도

 

조금만 슬픈 이야기가 나오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동영상 예고편을 보니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조금만 더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면

 

좋아하지는 않아도

 

해코지는 안 할 거 같은데.

 

 

 

얼마전에 밥 챙겨주던 길냥이 팬텀(아내는 그녀석의 얼굴 무늬를 보고 팬텀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의 주검을 마주했을 때

 

아내는 슬퍼 어쩔 줄 몰라했고 그네들의 기구한 길냥이 생활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더 바뀐다면

 

아니 세상의 사물과 대상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어제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혹자는 이런 댓글도 친절하게 달아줍니다.

 

그런 관심을 인간에게 먼저 쏟아야 하는거 아니냐고.

 

그건 우리 부부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결혼하면서 아내가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나중에 있을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자며

 

굿네이버스 후원 가입하는 일이었습니다.

 

작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아내가 챙기고 있습니다.

 

올해초에는 금액을 50%나 늘려서 보내고 있습니다. - 금액이 얼마 안되기 때문에  50%를 늘린 것 또한 미마합니다. ^^

 

 

 

그러면 또 이런글이 달릴겁니다.

 

왜 외국아이들에게 기부를 하느냐?

 

우리 주위에도 배곪는 사람들이 많다.

 

이쯤 되어 그런식으로 태클거는 사람과는 이야기 하기 싫어집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건 우리 부부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누구를 챙겨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고

 

세상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그 온기를 그들에게 전달하는 작은 행동의 실천이구요.

 

 

 

 

우리 만화 통사 - 내 인생의 만화책

 

나의 만화에 대한 기억은 다채롭다. 나는 어릴 때 오락대장이었다. 오락은 많이 할 수록 실력이 늘어 플레잉타임 증가로 적은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만화 대장이던 친구녀석은 내공이 쌓일수록 한 권, 한 권 보는 속도가 늘어 만화방에 지출할 돈이 증가했다. 돈은 어떻게든 만들어낸다. 없는 준비물을 만들어내든지 우유값을 삥땅치던. 주인과의 돈독한 관계는 적은 돈으로도 금액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아버지께 여쭸다. 어릴 때 만화방 좋아하셨냐고. 울 아버지 44년생이시다. 아버지는 만화 안 좋아하셨는데 만화책 좋아하는 친구들이 여럿 계셨단다. 학교 마치면 무조건 '땡'이란다. 밤 늦도록 대본소에서 죽치고 사는 요즘말로 폐인들은 그 시절에도 있었단다.

 

만화가 박재동 이야기. 모친께서 만화방을 하셨단다. 그 때 그시절 만화방은 비난의 대상이다. 우리 초등학교 때 오락실 주인 아저씨가 학부형들 공공의 적이듯이. 그런 분들은 가슴 한 켠에 멍에를 지고 산다. 박재동이 서울대 미대를 합격했다. 만화방 주인 아줌마는 아들이 서울대 붙었다고, 만화방 주인 아들이 서울대 미대에 붙었다고 자랑삼아 두고두고 이야기하셨단다.

 

올 초에 단행본 만화 한 권을 샀다. [신의 물방울]과 [식객]을 꾸준히 구입해 오던 터라 책 많이 사는 사람이 만화책 단행본 한 권을 더 산것이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특별하다. 의미가 있다. 책의 저자는 이상무. 달려다 독고탁의 이상무다. 한동안 골프만화만 그리다가 간만에 낸 책이다. 읽는 내내 나보다는 한 세대 위지만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많아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책은 [감또깨이 입에 물고]

 

내 인생의 만화책. 황민호 지음. 한국만화 100주년 특별기획. 대한민국 만화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김용환의 코주부, 김성환의 고바우, 김원빈의 주먹대장, 산호의 라이파이, 땡이, 꺼벙이, 일지매, 고인돌, 혁이, 도고탁, 이강토, 강가딘, 독대, 둘리, 오혜성, 구영탄, 변금련 등등 세대는 달라도 그 시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웃겼던 주인공들이다.

 

앞에 이야기한 이상무의 [감또깨이 입에 물고]를 구입한 것은 어린 시절 많은 즐거움을 준 작가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다시 추억에 잠기고픈 최소한의 투자였다. 이상무가 골프만화를 그리는 대신 독고탁이라는 캐릭터를 계속 살렸다면 요즘 아이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모난 구석없고 잘난 거 없고 마음 한 구석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한이 있는 캐릭터를 요즘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이 책은 우리 만화 통사다. 만화의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아 고작 10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통사라고 부르는 것이 마뜩찮을지 모르지만 그런 작업을 체계적으로 한 것이 별로 없는 마당에 이 책이 지닌 가치는 상당하다. 만화에 죽고 만화에 사는 정도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취사선택하는 수고, 독자를 위해 깔끔하게 적는 노력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취사선택의 과정에서 지면상, 책의 편집상 포함되지 않은 작가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궁금하다. [누들누드]의 양영순이나 시사만화가 박재동, 그리고 순정만화계의 뛰어난 작가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만화의 생명은 비논리성과 비현실성을 무기로 한 가공할만한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치열한 삶의 반영이 없다면 만화의 생명력이 오늘 더 빛을 발하고 만화가 누리는 무대가 오늘처럼 넓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화가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은 당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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