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용 책이 이렇게 쏠쏠할 줄이야 -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책
초등학교 5학년과 시간을 보낼 일이 생겼다. 수학 공부를 위해서인데 초딩을 가르쳐본 것은 밀양 수산에서 딸기 농사짓는 처제의 딸, 처조카 윤희정양이 유일하다. (초딩을 가르치다). 초딩 5학년 J군과는 이제 두달이 되어가는데 서로 잘 적응하고 있다. 수학만 가르치는 건 아니고 그 친구가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고 같이 읽기도 하고 함께 서점에 책 사러도 갔다. 지난 주에 J군과 교보문고에 갔다. 전에는 읽고 싶은 생각이 없다던 해리포터를 읽고 싶다고 해서 양장본으로 [마법사의 돌]을 고르고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들만 모아놓은 곳에서 환경에 관한 책을 한 권 더 골랐다. 그것이 아래의 [세계적 환경오염의 대사건]이다. 제목만 봐도 감이 온다. 서점에서 대충 훑어보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 같고 내용도 환경오염에 관한 것이어서 자라는 새싹(?)에게 환경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 골랐다. 일단 해리포터만 들려 보냈다. 읽은 후에 J군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을 할 요량으로 일단 내가 챙겼다.
대학 때 같은 하숙방에 기거하던 형이 부모님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 형의 부모님은 형이 어릴 때나 그 때나 변함없이 옷장사를 하시는데 항상 형이 입을 수 있는 옷을 취급하셨단다. 어릴 때는 아동복 장사를 하셨고 중고등학교 때는 청소년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를, 그리고 형이 대학에 오고 난 후에는 또 20-30대 캐주얼을 판매하신다고. 나는 최근들어 그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지금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보지만 나중에 아이를 키우게 되면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책을 같이 보게 될 거라고. 아내가 임신을 한다면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책을 볼 것이고 아이가 어릴 때에는 동화책을, 초등학생이 되면 초등 교과 관련 서적이나 그 수준에 맞는 다양한 책들을, 그리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나하고 같이 책을 읽어도 크게 무리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죽어라 책읽기 싫어한다면 뭐 같이 놀러 다녀야겠지만.
목차를 보면 오염 인자별로 나누고 있다. 수질 오염, 대기 오염, 토양 오염, 약물 오염, 방사능 오염, 해양 오염, 기타 환경 등으로. 목차만봐도 어떤 책인지 가늠이 된다. 목차의 작은 제목만 봐도 어떤 사건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는 사건들이 많다. 세계의 대사건들만 모아 놓은 책이니까.
가장 먼저 산업화 된 나라가 영국이고 산업화로 갑자기 늘어난 인구와 공장들로 생활 하수와 공장 폐수가 처리되지 않은 채 테임즈 강으로 흘러들었다. 1957년 테임즈 강에는 물고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강변의 국회의사당은 강물이 썩는 악취 때문에 한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
영국 정부는 테임즈 강을 살리기 위해 1961년부터 하천에 오물을 버리지 못하게 했다. 1963년에는 지역별 하천관리 전담부서를 두고 197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해 문제를 다루는 환경부가 설치되었다. 1974년에는 하천 관리청이 설치되고 공해 규제법과 물 관리법 등이 제정되었다. 테님즈 강의 정화 노력이 시작된 지 14년째인 1974년 3.6kg의 연어가 잡혔고 1977년에 테임즈 강에 90여종의 물고기가 사는 것이 확인되었고 백조와 물오리도 날아와 놀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환경오염, 수질오염하면 꼭 등장하던 일본의 사례 두가지. 이타이이타이병 사건과 미나마타병 사건이다. 이타이이타이는 일본말로 '아프다아파다'라는 뜻이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병명이 '아프다아프다'일까? 1910년 일본 도야마현 진즈강 유역에 사는 주민들이 허리와 관절에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심한 경우 기침만 해도 뼈가 부러지고 키가 20cm나 작아진 사람도 있다. 원인은 진즈강 상류 50km 지점에 있는 '미쯔이금속광업'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약품을 사용한 후 배출하는 카드뮴이 원인이었다. 당시 세계 각국에서는 카드뮴으로 식기를 도금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카드뮴 도금을 금지했다.
1953년 일본 구마모토현의 미나마타시에서 날아가던 새가 갑자기 떨어지고 고양이가 날뛰다 죽고 양들이 미친듯이 뱅뱅돌며 입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죽었다.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괴상한 병이 나타났다. 손과 발이 마비되고 오한과 두통을 호소하고, 시각장애, 언어장애등이 나타났다. 임산부의 경우 기형아를 출산하거나 죽은 아이를 낳기도 했다. 용케 죽음을 면한 사람도 일생을 폐인처럼 살아야만했다. 미나마타만 연안에서 잡은 어패류를 먹은 어민들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미나마타의 '일본질소비료공장'과 '일본제철주식회사'에서 배출한 폐수가 오염의 원인이었다. 폐수 속의 수은은 유기수은으로 바뀌어 부유 생물에 흡수 되었고 이 부유 생물을 먹은?? 것이다. 그것이 다시 인간에게로.
스모그(smog) = 연기(smoke) + 안개(fog)의 합성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 스모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런던 스모그다. 1952년 영국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했다. 그 때 배출되는 연기 속에는 일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 등이 많이 포함되었다. 연기는 지면에 낮게 깔렸고 안개와 연기가 결합된 스모그가 시야를 가려 100m 앞의 물체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많은 런던 시민은 호흡장애를 겪기 시작했고 노인이나 어린이, 환자 같은 경우 고통을 호소하다가 질식사하기도 했다. 그 해 겨울 총 1만 2천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1987년 2월 멕시코시티의 하늘을 날던 수천 마리의 새가 갑자기 땅으로 떨어져 죽었다. 새의 심장과 폐,간 등에서 많은 양의 납과 카드뮴이 검출되었다. 멕시코시티의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새들의 체내에 농축된 것이다. 인구 2천만, 자동차 500대, 고도 4-5천미터의 분지에 위치, 정유 공장과 화력발전소를 비롯한 3만 5천여개의 크고 작은 공장들. 대기 중으로 뿜어내는 오염물질의 양은 많고 낮은 지역보다 산소량이 23%나 희박한 고산지대의 분지에 위치한 멕시코 시티. 공기가 오염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최악의 대기 오염으로 인하여, 멕시코시티에서 근무하는 외국 상사 주재원들은 월급 외에 별도의 위험 수당까지 받고 있을 정도였고, 의사들은 그 곳에서의 생활이 하루 두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다고 했다.
미국 미시간 주에, 산불을 끄는 데 사용하는 소방제와 가축 사료에 들어가는 첨가제를 함께 만들고 있는 공장이 있다. 종업원의 실수로 두 제품의 포장 용기가 서로 바뀐 사건이 일어났다. 산불 진화용 소방제 속에는 고온에서도 쉽게 분해되지 않는 피비비(PBB)라는 유독성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 피비비가 포함된 소방제 300kg이 가축 사료로 뒤바뀌어 시중에 판매. 소 3천여 마리, 돼지 6만여 마리, 양 1천 5백여 마리, 닭 200만여 마리가 죽었다. 가축을 사육하는 많은 농민들이 신경마비 증세를 나타냈고 이 무렵에 생산된 많은 양의 치즈,우유,달걀등은 모두 폐기 되었다. 허탈과 절망 속에서 농민들은 인근에 땅을 파고 죽은 가축과 축산물들을 묻었다. 몇 년 후 하천에서 악취가 진동을 했다. 땅에 파묻었던 가축과 축산물들에 의해 땅과 물이 오염된 것이다. 오염된 땅에서 자란 농작물 역시 오염되어 먹을 수 없었고 들판의나무와 물들도 오염되어 자라지 못하고 시들어 죽어갔다. 오염 물질의 문제뿐 아니라 그것을 처분하는 과정에서의 실수가 더 큰 재앙을 불러온 경우다.
원진레이온 공장의 이황화탄소 사건. 주식회사 '원진레이온'은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인견사(비스코스레이온)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인견사는 펄프에서 실을 뽑아내는데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양의 이황화탄소등 강력한 화공약품이 들어간다. 특히 이황화탄소는 제2차 세계대전때 독일군이 신경독가스의 원료로 사용했던 치명적 유해 물질이다. 원진레이온의 직원들은 언어 장애가 일어나고 기억력이 감퇴하고 정신 이상이 오고 성 불능이 되고 콩팥기능에 자애가 생기는 등 고통을 받다가 목숨을 읽었다. 중학교 즈음으로 기억난다. 연일 방송과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던 기억이. 기술 시간에 천의 종류를 공부했는데 레이온을 배우면서 '원진레이온'이 언급이 되었던 사실을.
러시아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 사건. 초등학교 때로 기억된다. 소련에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다면서 비 맞으면 안 된다고 방송에서 떠들던 기억이. 그 후 환경과 관련된 전시회를 가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진이 체르노빌 이후 태어난 기형아 사진이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관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죽음의 땅이 된 곳을 보고 있자니 미래 과학 공상 소설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과열로 4호기 원자로가 폭발했고, 8톤 가량의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수천 톤이 철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원자로 차단벽이 단 몇 초만에 산산조각이 났고, 원자로 내부의 핵연료는 수천 도의 온도에서 핵화산같이 불타 버렸다. 일본 히로시마 원폭 투하때보다 천배나 많은 방사능 물질이 이곳에서 방출되었다.
2007년 12월 7일 서해안 태안반도에서 크레인 바지선과 유조선이 충돌해 유조선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그 때 유출된 기름의 양이 1만 5천톤이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잘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오염된 바다는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1978년 3월 16일 미국 아모코 석유 회사의 유조선 아모코카디즈 호가 프랑스의 브리태니포트샬 연안에서 암초와 충돌했다. 배는 서서히 기울어 갔고 배에 만재되어 있던 22만톤의 중동산 원유가 유출되었다. 사상 최대의 기름유출 사고다.
1989년 3월 24일 미국의 대형 유조선 엑손발데즈 호가 암초에 부딪혀 탱커에 구멍이 뚫렸고 4만톤이 넘는 기름이 유출되었다. 이 사고로 3천여 마리의 바다수달과 300여 마리의 물개, 30여 마리의 고래를 비롯하여 청어와 연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3만여 마리의 바다새와 250여 마리의 대머리독수리 등이 죽었다. 뿐만 아니라 사고 일대의 어업은 완전히 황폐해졌고, 해역의 토지는 기름으로 오염되어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걸프전 때 이라크는 해안에 있는 유전을 폭파하여 100만톤이 넘은 원유를 유출시켜 페르시아만을 오염시켰다. 서방국가들을 위협하는 수단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상 최대의 원유 유출사건이 아모코카디즈 호 사건의 22만톤이라고 했는데 페르시아만은 100만톤이 넘은 원유가 흘러들었따. 페르시아 연안은 모래와 개펄이 혼합된 '사브카'라는 도특한 습지여서 매우 다양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는데 원상태로 회복하기 까지 얼마나 오랜 기간이 걸릴지 예측할 수조차 없을만큼 참혹하게 파괴되었다.
세계 최대의 인공저수지인 중국의 쌴샤댐 건설로 물의 흐름이 늦어서 자정 작용 능력히 현저히 떨어지고 수질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다. 잘못된 댐의 건설로 엄청난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이집트의 나일강의 아스완 댐이다. 나일강의 범람을 막고 100억kw가 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댐이다. 1971년 완성된 이 댐을 이집트인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나일강의 범람이 가져다 주었던 비옥한 흙과 영양분은 댐이 가두어 놓은 낫세르호에 가라앉았고 댐 하류에 있는 토지는 메마르고, 지중해의 물고기마저 줄어들었다. 비료를 주지 않아도 비옥했던 농토에는 인공 화학 비료를 줘야 농사가 가능해졌고, 농지가 사막화되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농토 밑으로 배수로를 만들어 물을 보내야만 했다. 이 비용이 댐의 건설비와 맞먹는다고 한다.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댐 상류지역에 3000년이나 된 이집트 고대 문명인 누비안 유적지가 있었다. 이 댐의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한 누비안 유적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이 후에 유네스코의 세계유산협약이 맺어지고 세계유산 등재가 시작되었다.
초딩 5학년에게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히기 위해 고른 책이었는데 의외의 소득이다. 정보도 되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읽으키기에도 충분한 책이다. 최고의 환경 보호는 가능하면 인간이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 지나간 역사는 내일의 교훈이다. 이 책에 환경에 대한 많은 교훈이 담겨 있다.
환경과 관련해서 내게 가장 큰 공명을 울려준 그림 한장이다. 1988년 6월 21일 한겨레 그림판이다. 88년이면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데 그 때 저 사진을 본 것은 아니고 고등학교 때 본 사진이다. 퀴즈 아카데미라는 대학생들 퀴즈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때 대학생이 뽑은 시사만화가로 박재동 화백이 나왔다. 그의 작품(?)들이 소개되면서 보게 된 그림이다. 죽은 자식의 주검을 안고, 매연을 뿜는 공장 굴뚝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어미 개구리의 모습.
한겨레 그림판은 [제억공화국]이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나왔다. 위 그림은 이 책에서 가져온 것이다. 잠시 훑어봤는데 지금 내놔도 여전히 촌철살인이라 할 그림들이 있었다. 역시 박재동 화백 최고.
세계적환경오염의대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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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
박재동,
흙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