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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박이 오다 - 김달진 전집 아홉권

문학동네 설날맞이 이벤트 초대박 상품이 도착했습니다.

김달진 전집 아홉권입니다.

한권도 아니고 두권도 아니고 무려 아홉권!!

집에 도착한 지는 제법 되었는데

다른 포스팅과 귀차니즘에 밀려 이제야 올립니다.

김달진

청정한 시세계와 고아한 삶 그리고 탁월한 불경 및 한문학 번역으로 우리시대의 큰 봉우리로 자리잡은 월하(月下) 김달진(金達鎭) 선생은 1907년 경남 창원군 웅동면(현재 진해시로 편입)에서 출생, 1929년에 『문예공론』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시원 詩苑』『시인부락』『죽순』 동인으로 활약했다. 1939년 중앙불교전문학교를 졸업, 한때 입산하여 수도생활을 했으며, 일제 말 북간도를 찾아가기도 했다. 해방 후 동아일보 문화부에 잠시 근무하였으나 이후 문단에서 잠적했었다. 1960년대 이후 은둔하면서 동국대학교 역경(譯經)위원으로 불경 국역사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며, 1983년에는 불교정신문화원에 의해 한국고승석덕(碩德)으로 추대되었다. 저서로는 첫 시집 『청시靑?』(1940), 김달진 시전집 『올빼미의 노래』(1983), 장편서사시집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1984)가 있으며, 그 외 『장자』『법구경』『한산시』『당시전집』 등 동양의 고전과 『한국선시』『보조국사전서』,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등 다수의 책들을 한글로 번역했다. 직접 역해한 『한국한시』 전3권의 완간을 앞두고 1989년 6월 세상을 떠났다.

시인의 보다 자세한 연보는

김달진 문학관의 연보를 참조하세요

김달진문학관 시인의 연보

<<문학동네>>에서 펴낸 김달진 전집

흙장난 曰

출판사에서 많이 팔리지 않을 것이 뻔한 책을 한 두권도 아니고

전집으로 펴낸다는 것은 출판에 대한 사명감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달진 전집을 펴내며

『시인부락』의 시인이며, 승려이고 한학자였으며 향리의 교사였던 김달진 선생은 평생을 세간에서 멀리 떨어져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고고한 정신의 세계를 천착하였다. 영원한 세계, 절대적인 세계를 향한 동경과 세속의 명리에 대한 부정은 구도자로서 선생의 인간과 학문을 되새겨보게 만든다. 시대의 대세가 서구문화의 논리와 서구풍의 취향에 기울어져 있을 때 김달진 선생이 추구했던 세계는 매우 이채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김달진 선생의 시적 업적과 동양학으로 지칭될 불교와 한학의 섭렵은 80여 년에 걸쳐 축적된 것으로서 오늘의 우리에게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하나의 장관으로 비쳐질 것임에 틀림없다.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를 목도하고 있는 우리에게 선생이 성취한 지혜와 학문은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문학의 정신이 쇠퇴하고 새로운 과학기술 문명의 탄생이 예고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깊은 삶의 예지를 머금은 선생의 저작을 하나로 묶어 뜻있는 독자들에게 제공하여 새로운 인간학의 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절대적 진리인 도의 기준에서 볼 때 인간ㅇ느 하찮은 미물에 불과하지만 그 진리를 깨닫는다는 점에서 인간은 위대하다. 호화찬란한 과학문명 또한 참다운 의미에서 인간학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가공할 만한 괴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세기말적 해체와 혼돈의 와중에서 우리가 김달진 선생의 저작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와 슬기는 물질만능과 탐욕의 어둠을 밝혀줄 등불이 될 것임을 확신하는 바이다.

1권. 김달진 詩 전집

김달진 시인의 시를 모아 놓은 책입니다.

삼월 동풍에

뺨을 비비자.

장미꽃 향기를

눈물로 적시련다.

너무나 빛나는 삼월이기에

차라리 눈물로

이 봄을 적시련다.

삼월 동풍에

뺨을 비비자.

2권. 산거일기山居日記

김달진 선생의 산문을 모은 책입니다.

여러 산문 중에서 [산거일기]는

1973년 『불교사상』지에 연재된 글들입니다.

김달진 문학관에 가면 친필 원고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만간에 가서 보고 와야겠습니다.

그리고 뒷부분에 [나의 인생, 나의 불교]라는 글에

불교에 귀의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찢어진 벽지 사이의 초벌 신문지에서 뚜렷이 보이는 '佛'자를 발견하는 순간 나는 섬광처럼 마음속의 무엇인가에 강렬한 자극을 받았다. 이것은 막연하나마 어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무조건적인 절대에의 귀의 같은 황홀경이 아니었던가 하고 생각된다. 그 후부터 우리 배달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가호만을 기원하던 예배장(교회)을 멀리하게 되었고, 드디어 1933년 늦가을 선친의 심부름 가서 받은 소작료를 여비로 삼아 부모 처자를 버리고 고향, 김해를 떠난다.

강릉을 거쳐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다 눈을 만나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봄 금강산 유점사에 도착한 나는 석가탄신일인 4월 초파일(음) 김운악 주지스님을 은사로 애지중지하던 머리를 깎아버렸다.

3권. 손오병서孫吳兵書

손무(손자)와 오기(오자)의 병서를 풀어놓은 책입니다.

손자병법은 고등학교 때 범우문고판으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구절 하나 옮겨 봅니다.

그러므로 승리를 아는 길에 다섯 가지가 있으니, 싸워야 할 것과 싸워서 안 될 것을 알면 이길 것이요, 많고 적은 군사의 수를 알맞게 쓸 줄 알면 이길 것이요, 위아래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면 이길 것이요, 튼튼한 준비로써 준비 없는 적이 온느 것을 기다리면 이길 것이요, 장수가 능력이 있어 임금이 간섭하지 못할 때는 이길 것이니, 이 다섯 가지가 곧 승리를 아는 길인 것이다. 그러므로 내 이르노니, '남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위태하지 않을 것이요, 남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질 것이며, 남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위태하다' 하는 것이다.

뒷부분에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요약한 글이 있다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4권. 장자裝子

작가 김훈이 [책읽는 밤]에 나와서

가장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꼽은 책이

[파브르 곤충기]와 [장자]입니다.

[장자]하면 떠오르는 건 호접몽胡蝶夢.

장자裝子의 제물론齊物論 中에서

지난 어느 날, 장주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펄펄 나는 것이 확실히 나비였다. 스스로 유쾌하여 자기가 장주인 것을 몰랐다. 그러나 조금 뒤에 문득 깨어보니 자기는 틀림없이 장주였다.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꾼 것인가? 그러나 장주는 장주요, 나비는 나비로서 반드시 분간이 있을 것이니, 이를 일러 만물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다.

5권. 고문진보古文眞寶

고문진보古文眞寶는 송나라 황견이 편찬한 것으로 전집前集과 후집後集으로 나뉘는데

전집은 시가류, 후집은 주로 산문류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동양의 명저로 15세기 이후 한국의 유학자들에게 필독서로 읽혀왔습니다.

고문진보古文眞寶는 고등학교 때

본고사 한문 준비하면서 사용했던 교재라 제법 친숙합니다.

아래 명문당에서 나온 책이 제가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책입니다.

책 내용을 전부 공부한 것이 아니라

시험에 나올법한 명문들을 뽑아 강독했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김달진 선생의 고문진보는

저의 문화의 화수분 A兄의 서재에서 자주 보던 것이라 낯설지는 않습니다.

김달진 전집을 받고 난 후 A兄한테 물으니 당신이 본 책이 아니고

형수님이 공부한다고 본 책이라고 하네요.

명문당의 고문진보.

고문진보古文眞寶의 수많은 명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

한유의 사설師說입니다.

古之學者는 必有師니 師者는 所以傳道受業解惑也라 人非生而知之者인댄 孰能無惑이리오? 惑而不從師면 其爲惑也는 終不解矣라.
生乎吾前하여 其聞道也가 固先乎吾면 吾從而師之하고 生乎吾後라도 其聞道也가 亦先乎吾면 吾從而師之리니

吾師道也니 夫庸知其年之先後生於吾乎리오!是故로 無貴無賤하며 無長無少요 道之所存은 師之所存也라

옛날의 학자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다.

스승이란 도를 전하고 학업을 가르쳐 주며 의혹을 풀어주는 자이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아는 것이 아닌데, 누가 의혹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의혹스러우면서도 스승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의 의혹됨은 끝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앞에 태어나고 그가 도를 들음도 물론 나보다 앞섰다면 나는 그를 따라 스승으로 삼는다.

나보다 뒤에 태어났더라도 그가 도를 들음이 역시 나보다 앞섰다면 나는 그를 따라 스승으로 삼는다.

나는 도를 스승으로 삼는 것이니, 어찌 그 나이가 나보다 앞서 태어나고 늦게 태어남을 따지겠는가?

이런 까닭에 귀하다거나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할 것 없이 도가 있는 곳이 스승이 있는 곳이다.

한유韓愈의 사설師說中에서

6권. 한산시寒山詩

처음 들었습니다.^^

책에 있는 내용을 조금 옮겨봅니다. 같이 공부하는거죠 뭐^^.

한산은 어떤 사람인가? 『불교사전』(운허 용하 지음)에 의하면, 그는 중국 당나라 때 사람. 성명은 알 수 없고, 항상 천태 시풍현에 있는 한암寒岩의 깊은 굴 속에 있었으므로 '한산'이라 한다. 몸은 바싹 마르고, 보기에 미친 사람 비슷한 짓을 하며, 늘 국청사에 와서 '습득'과 함께, 대중이 먹고 남은 밥을 얻어 대통에 넣어가지고, 둘이 서로 어울려 한산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미친 짓을 부리면서도, 하는 말은 불도의 이치에 맞으며 또 시를 잘하였다. 어느 날, 태주자사 '여구윤'이 '한암'에 찾아가 옷과 약 등을 주었더니, 그는 큰 소리로 "도적놈아, 이 도적놈아, 물러가라" 하면서, 굴 속으로 들어간 뒤에는 그 소식을 알 수 없었다 한다. 세상에서 '한산', '습득', '풍간'을 삼성三聖이라 부르며, 또 한산을 문수보살의 재현이라 한다.

한산시寒山詩란, 바르게는 한산자시寒山子詩. 또 삼은시집三隱詩集이라 할 때에는 한산자와 풍간과 습득의 시를 아울러 말한다. 이 시집은 당나라 여구윤이 국청사의 중 '도교'를 시켜 한산과 습득의 행장을 조사해, 한산이 숲속의 석벽이나, 마을 인가의 마룻벽에 적은 시 삼백여 수와 습득의 시 약간을 얻어, 그것을 모아 한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7권. 법구경法句經

인도의 승려 법구(法救)가 인생에 지침이 될 만큼 좋은 시구(詩句)들을 모아 엮은 경전.

현철품5

활 만드는 사람은 화살을 다루며

배 부리는 사람은 배를 다루며

목수는 나무를 다루고

지혜 있는 사람은 자기를 다룬다.

8권.쉽고 뜻깊은 불교이야기

『쉽고 뜻깊은 불교이야기』는 시인이자 한학자이며, 승려였던 월하 김달진의 전집 중 여덟 번째 책으로, 『일곱 가지의 아내』, 『불교설화』, 『큰 연꽃 한 송이 되기까지』 등에 수록된 글 중 마흔일곱 가지 불교이야기를 엮었다. 본문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부 '기본 교리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사체(四諦)와 팔정도(八正道), 보시(布施), 지계(持戒), 출리(出離), 정진(精進), 감인(堪忍)과 같은 불교의 기본적인 교리를 붓다의 설법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하였고, 제2부 '부처님의 행적과 깨우침'에는 붓다가 출가한 이후부터의 행적을 따라 고난에 빠진 중생들을 구제하고 불법(佛法)에 귀의시킨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 책의 특징은 누구나 쉽게 불교의 교리와 부처가 행한 여러 가지 깨우침을 알 수 있도록 평이하게 서술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외아들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대신에게 ‘사랑은 원래 번뇌를 동반하는 것’이라고 위로해주고, 어머니와 딸에게 남편을 빼앗긴 기구한 여인이 무서운 인과의 법칙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야기 등 재미있고 간단명료하게 서술된 불교이야기를 통해 부처의 가르침을 전한다.

YES24에서 뚱쳐옴^^.

9권. 붓다차리타.

불교시인 마명이 궁정서사시로 풀어낸 붓다의 일생

『붓다차리타』는 서기 1,2세기경에 불교시인 마명馬鳴이 창작한 붓다 생애의 궁정서사시이다. 종래의 불교 저작은 대개가 무미건조하고 기술이 산만하거나 또 졸렬하였다. 그러나, 이 『붓다차리타』에 이르러 비로소 불전문학사상 인도 순문학의 여러 걸작에 견줄 수 있는, 순예술적인 한 걸작을 가지게 된 것이다. 또 종래의 붓다 전기는 대개가 조박할 뿐 아니라, 체계가 없는 단편적인 부분전이었으나, 이 『붓다차리타』에 이르러 비로소 불전문헌사상 어느 정도 정확한, 붓다의 완전한 전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최초의 석가모니 전기문 쯤 되는 책입니다.

그것을 김달진 선생께서 우리말로 쉽게 풀어 쓴 책입니다.

오늘 9권의 김달진 전집을 소개했습니다.

한 사람의 노력이라 하기에는 실로 대단합니다.

시전집, 산거일기, 손오병서, 장자, 고문진보, 한산시, 법구경, 쉽고 뜻깊은 불교이야기, 붓다차리타.

앞으로 나올 책들이 금강삼매경론, 보조국사전서, 한가로운 도인, 태고집, 허응당집, 백운경한집

진각구사어록, 당시전서, 한국한시(전3권), 한국선시(전2권)입니다.

김달진 전집은 총 22권입니다.

다수가 한학을 기본으로 역해譯解한 책들입니다.

어제 무릎팍도사의 김제동의 말이 생각나네요.

이만수 코치의 경력을 읽으면서

"읽기도 이렇게 힘든데 하기는 얼마나 힘들겠습니까?"라구요.

독음조차도 못 읽어 내려가는 우리는 참 부끄러운 겁니다.

우야든둥 문학동네 고맙습니다.!!^^

명함 클릭하시면 골라 읽는 재미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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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이 되어버린 삼성을 생각한다 - 삼성을 생각한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우리 나라'의 일부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을 처음 듣던 어린 시절에는 '기왕이면 부강한 나라면 더 좋지 않나' 또는 막연히 '아름다운 나라보다는 부강한 나라가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삼성에서 잘 나가던 이가 조직을 떠나 거대한 조직의 치부를 폭로했다. 검사출신의 저자는 검사생활에 회의를 느낄 즈음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다. 법 관련 일을 하지 않기로 하고 온 새 조직은 이전 조직의 관리(?)를 맡긴다. 김용철이 하루 아침에 바뀐 인물이라면 이 책은 현재의 가치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검찰 시절 그는 융통성 없는 검사였다. 검사는 융통성을 지니면 안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극히 제한적인 따뜻한 온정을 제외하면. 저자는 검사시절 너무 팍팍하다거나 인간미가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대학시절 룸메이트 선배를 기소하고 종조부를 체포하고 친동생과 처남을 구속한 일이 있다. 책의 내용처럼 소신있었던 검사라 믿고 싶다. 1장 제목이 "불의한 양심에도 진실은 있다"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진실은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말이 백범 김구 선생의 '내가 원하는 우리 나라'의 윗 구절이다. 아름다운 나라보다 부강한 나라가 더 좋은 나라일까? 반드시 나라가 부강해져야 국민이 행복할까? 그래서 삼성과 같은 초거대기업을 가진 우리는 그 혜택을 골고루 누리고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정의正義'와 '정도正道'의 문제다. 정도를 걸어 오늘의 삼성을 일구었다면 우리는 정말 축복받은거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지 못한데서 온다. 이긴 것이 정의라고 믿어버리는 우를 범할 우리 자신을 생각하면 숨이 탁 막힌다.

삼성에 관한 책이 처음이 아니다. 오래 전에 한국재벌 [이병철]을 읽었고 몇 년전에는 [삼성의 스타 CEO]를 읽었다. 그리고 오늘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고 느낌을 적는다. [호암 이병철]과 [삼성의 스타 CEO]와 오늘 내가 읽은 [삼성을 생각한다]는 나의 삼성에 대한 생각의 변화만큼이나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삼성 전체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삼성의 최고 경영진의 잘못을 지적한다. [삼성의 스타 CEO]에서 삼성을 위해 역량을 발휘하던 CEO들은 이 책에서는 "비자금 기술자"로 바뀌어 있었다.

책에서 설명하는 삼성은 언터처블untouchable이다. 너무 강해 건드릴 수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건드리면 다친다. 그런데 건드렸다. 결론은 삼성은 다치지 않고 저자는 모든 것을 잃었다. 정말 언터처블이다. 삼성은 우리 사회의 성역이 되어버렸다. 기업이 성역이 되어버린 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부자에 관한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나보다 열배 부자는 미워하고 나보다 백배 부자는 두려워하고 나보다 천배 부자는 그 집 일을 하여주고 나보다 만배 부자는 그 집 종이 된다. 큰 부자의 종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이 현실이 두렵다.

책에서 두 문장 옮기는 것으로 이 글을 갈무리한다.

p116.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라는 속세의 상식은 이분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분들은 종종 "우리는 늘 지는 싸움만 한다"고 말한다. 승리하는 불의보다 패배하는 정의를 택하는 게 이분들이다. (삼성 관련 재판 후 김용철 변호사가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

p391. 김용철 변호사 曰 "법은 현실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규범적인 정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현실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것은 법의 정신이 아니다. 법은 '이상적인 당위'를 선언해야 한다. '대부분 비리를 저지르는 게 현실이니까, 봐줘야 한다'라는 논리가 통하기 시작하면, 법이 제대로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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