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중국 당나라의 문학가 겸 사상가인 한유의 사설(師說)에 보면 '옛날에 학자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다. 스승이란 도를 전하고 학업을 가르쳐 주며 의혹을 풀어주는 자이다....나는 도를 스승으로 삼는 것이니...도가 있는 곳에 스승이 있는 곳이다' 라는 글귀가 있다. 책 '스승'은 우리 국학자 27분의 스승상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스승의 면면이 근대 한국의 최고의 학자요 지식인이요, 지사다 보니 근대 한국 역사책을 보는 느낌이다. 초반에 소개 된 분들의 글을 읽다보면 일제에 저항한 독립 투쟁사요. 후반부로 가면 이승만 정권에 항거한 역사가 담겨있다.

 

인상 깊었던 두 분을 소개한다.

 

석전 박한영 - 부끄럽게도 처음 듣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다가옴이 다른 스물 여섯 분보 더 크다. 교학과 선학 모두에 조예가 깊었다하니 세속으로 치면 문무를 겸비했다. 불가의 지식에서 벗어나 당대에 중국이나 일본의 인문 서적들도 상당 수 확보하여 읽고 번역하여 잡지에 소개할 정도였다. 강원에서 후학을 양성했는데 고승 청담과 같은 승려 뿐 아니라 신석정, 김어수, 서정주, 김동리, 조지훈 같은 문인도 있고 신학문을 전공한 젊은이들도 있다. 근대 한국 불교의 교육 개혁에도 힘쓰고, 한용운과 함께 불교유신 운동에도 뜻을 둔다. 일제 강점기 조선 청년들에게 자아의 해탈과 민족이 해방, 약육강식의 서구 자본주의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것을 가르친다. 석전은 불가뿐 아니라 일제하의 대한민국에 있어서도 큰 스승이었다.

 

무애 양주동 - 자칭 타칭 인간국보 1호. 시인이요 이름난 영문학자요, 신라천년 사뇌가 25수를 처음 완독하여 국학의 길을 열고, '백묵만 쥐면 무당이 대를 잡은 것 같은 신바람'으로 교단을 지킨 정열의 스승. 무애 양주동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은 EBS에서 본 명사의 스승 '이어령' 편 때문이다. 동국대에 적을 두면서 서울대 출강을 가던 무애선생이  당시 서울대를 다니던 이어령과 만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 시대 최고의 석학 이어령은 스승으로 '무애 양주동'을 꼽았다. 항상 최고의 열정으로 강의를 하는 모습을 잘 연기해 놓았던 기억이 있다.

 

국학자 중심으로 책을 엮다보니 국학에 관심이 덜 한 사람들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 질 수도 있지만 적잖은 관심이 있으면 그 내용 하나하나가 근대 인물의 작은 평전 27편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가 직접 배우지 않았어도 가르침의 도가 있기에 스승으로 삼아도 좋겠다.

 

 

덧글 : '스승'을 읽다보면 이 책에 나오는 '스승'들은 20대 초반에 그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의 정규교육 아래에서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스케쥴이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기에는 너무 다른, 다양한 것들을 배워야한다.그리고  20대 초반이면 남자라면 군대 있을 나이다. 오늘의 교육이 너무 제너럴리스트를 양성하고 있는게야.

7월에 공주님을 얻게 되는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내가 평소에 책을 많이 구입하는것을 아는지라 어디에서 책을 사냐고. 인터넷 어느 서점에서 산다고 하니 알려줘서 고맙단다. 뭔 책을 살 계획이냐고 하니 '삐뽀삐뽀 119 소아과'. 친구의 설명을 조금 더 듣고 '삐뽀삐뽀 이유식'이라는 책과 함께 선물을 했다.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를 키우지 않는 나로서는 생소한 책이다. 근데 친구녀석 하는 말이 아이를 가지는 부모들의 필독서란다. 필독서.

아동 심리나 육아에 관한 많은 책을 저술하고 그 결정판 격인 0-6세를 위한 '신의진의 아이 심리백과'를 냈던 저자가 1년 6개월만에 초등학생을 위해 세상에 선보이는 책이다. '신의진의 초등학생 심리백과' - 초등학생 자녀들과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는 부모들을 위한 전술(?) 백과사전이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그 학년들이면 으레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사례들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막연히 이론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분야를 전공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겪었던 사례들, 병원에서 아동을 상담하면서 몸소 겪은 현장의 사례들로 이야기를 풀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를 무려 132개의 질문과 답을 통해 정리한 것이다. 내 아이의 구체적인 사례가 적용될 가능성을 많이 높인 책이다. 그래서 쉽게 다가오는 책이다.

백과 사전을 완독 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초등학생 학부형이라면 당장 내 아이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 아이도 이럴 수가 있겠구나, 이런 적이 있었지 하면서 책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장에 꽂아 두고 문제가 생기면 말 그대로 사전을 뒤지듯이 찾아보는거다. 물론 많은 내용을 숙지하여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을거다.

아직 아이를 키우지도 아니 낳아보지도 못했지만 나중에 아이를 키우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질 때가 있다. 책도 구해보고 자료도 찾고 다큐멘터리도 본다. 다양한 자료들을 접할수록 아이들은 사랑만으로 키울수는 없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 키우는데 정답은 없지만 문제에 대한 보다 나은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우리 아이가 훗날 건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행복한 어른이 되도록 인도할 수는 있다. 이 책은 그런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그것도 사례별로 친절하게. 초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필독서가 되리란걸 의심하지 않는다.

모 방송국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 아이를 사랑만으로 키울 수는 없다는 거다. 개중에는 부모가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다. 얼르고 달래도 그 때뿐이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이는 문제의 아이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상담을 받고 전문가의 조언과 처방 후,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변화를 모습을 보이면서 정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연발하게 한다.

말 한마디로 아이를 크게 키우는 '칭찬과 꾸중의 힘'은 저자가 미국에서 아동심리치료사와 가족치료사로 일하면서 상담과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인종과 계층을 막론하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똑같다. 아이의 행동은 부모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결과이고 그 사실은 상당 중 역할놀이를 통해서 드러난다.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칭찬과 꾸중을 아이는 역할놀이를 하면서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칭찬과 꾸중이 자녀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무조건 적인 칭찬은 아이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칭찬하는 이유가 없다면 아이는 칭찬에 무뎌지고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고,  또 칭찬중독으로 이어질 경우 칭찬중독이 될 수도 있다. 가족 테두리 안에서 경쟁자 없이 항상 칭찬을 받아오던 아이가 더 큰 사회(학교)속의 경쟁에서 칭찬받지 못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낙담하기 쉽다고 말한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 양육자는 여러명인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부부가 양육을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부모와 함께 그 역할을 보조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양육에 있어서 일관된 원칙을 세우고 양육자들이 원칙을 따르는 양육을 하도록 강조한다. 아이가 잘못을 해서 엄마가 아이를 꾸중하는데 아빠가 일방적으로 감싸고 돈다거나, 아이를 그 부모보다 더 안타깝게 여기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부모 앞에서 아이들 보호자 역할을 하면 아이들은 자기 편한데로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한다.

아이를 교육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즉 자존감이라고 말한다. 칭찬은 근거 있게,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칭찬을 하고,  꾸중은 있지도 않은 나쁜 결과를 과장하지 말고 있는 사실 그대로 꾸중하라고 이야기한다. 자존감이 큰 아이는 어려운 문제가 닥쳐도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로 문제를 받아들인다. 스스로를 믿는 결과다.

우리 이전의 부모들은 먹고 살기 바빠서, 못 배워서 등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 키우는데 답이 어디 있냐고 이야기 하곤 했다. 아이 키우는데 정답은 없지만 문제에 대한 보다 나은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우리 아이가 훗날 건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행복한 어른이 되도록 인도할 수는 있다. 이 책은 그런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그것도 사례별로 친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