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손뜨개는 고무뜨기만 한번 해본 초보중 왕초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욕심만 앞서서 자꾸 이런 실용서를 사게 된다. 특히나 스코틀랜드의 장갑이라 하니 너무 궁금해서 구매해버렸다. 받아봤는데 사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예상처럼 그렇게 초보를 위한 책은 아닌 것 같고 일단은 도안이 있는  스코틀랜드의 장갑들을 간단히 소개해주는 책자라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하지만 나는 만족한다. 사실 방법이 자세히 나와있다고 해도 내가 과연 장갑을 떴을 지는 잘 모르겠다. 막연히 가지고 있는 작은 소망일 뿐.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패턴의 스코틀랜드 풍 장갑은 보고있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언젠가 나도 이 장갑을 뜰 수 있는 실력이 오겠지. 책도 적당히 얇아서 부담없이 보기에 딱 좋다. 고수분들이라면 장갑 도안을 보고 손쉽게 뜰 수도 있을 것 같다.

허세를 뺀 진짜 디자이너에 대하여 말하는 책인듯 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디자인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책이다.
리카르도 팔치넬리, 이 이탈리아의 디자이너는 어머니께 아직도 항상 듣는다는 얘기가 '도대체 니가 하는 일이 뭐라는거니' 였던 것 같다. 
보통의 사람들이 디자인을 한다고 했을 때 굉장히 아름답고 뭔가 미적으로 굉장한 작업을 해야만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디자인이라는 것은 우리의 생활 어디에나 곳곳에 배어 있다. 심지어 우리가 사용하는 노트의 줄간격조차 디자인의 일부라 볼 수 있는 거다. 디자인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편집디자인으로 치자면 화려한 표지 디자인과 전체적인 균형과 가독성을 고려하여 디자인해야하는 내지 부분이 있다. 보통 책의 경우는 그래도 내지를 디자인했다고 보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반 소설의 내지처럼 글만 빼곡히 있는 부분도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디자인의 일부인것이다. 이런 경우는 보통의 사람들이 디자인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내용을 정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독자가 읽기 불편함이 없도록 디자이너가 글자의 서체부터 자간 줄간격등을 세밀하게 조정하여 탄생한 어쩌면 장인정신으로 작업된 부분이 내지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접근한 이 책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와 매우 인상깊었다.

인문학쪽으로는 문외한인 내가 이름을 듣고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구입하게 된 책, 또 다른 출판사의 책이 있었는데 합본으로 된 이 책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게 ？榮？. 번역도 안정적이란 구매 후기도 영향이 컸다. 사실 생각보다 너무 두꺼워서 처음 받자마자 자신감을 상실했지만 고전인 만큼 한번에 다 이해하려 들지 말고 틈틈히 짬짬이 읽어서 내 영혼의 지식을 살찌워야겠다. 일단 고전에 걸맞는 표지 디자인과 왜인지 모르게 완독하고 싶은 오기가 생기는 책이다. 당대의 사람들에게 금기로 여겨졌던 만큼 굉장히 흥미를 끄는 시각으로 역사와 문화를 바라 보는 책같다. 저자가 시대를 너무 일찍 타고 태어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용은 방대하지만 사실 짧게 짧게 내용들이 이어져 있어 읽기에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짬짬히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고 있는데 흥미롭고 문화에 대한 근원과 지식이 더 넓어진 느낌이라 요새는 조금 어깨가 으쓱해진다. 요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전공 분야와는 상관 없이 교양을 쌓기에 정말 좋은 책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