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추천에 의해 읽은 책입니다.

사실 우리의 일상사 모든 것들이 프레임으로 재단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프레임이란 용어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책에서 다루는 프레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참고로 초판은 2007년에, 제가 읽은 책은 2016년에 발행된 재판(2판)입니다.

 

저자가 1장과 6장을 집중적으로 읽기를 권했으니 아무래도 여기에 맞춰서 리뷰를 쓰도록 합니다.

 

1장은 '프레임에 관한 프레임'이란 제목입니다. 프레임의 역할과 다양한 맥락에서 프레임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프레임은 맥락, 정의, 단어, 질문, 은유, 순서, 욕망, 고정관념이다 등으로... '프레임은 뚜렷한 경계없이 펼쳐진 대상들 중에서 특정 장면이나 대상을 하나의 독립된 실체로 골라내는 기능'(23쪽)을 하며 '우리가 지각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선택적으로 제약하고 궁극적으로는 지각과 생각의 결과를 결정.'(27쪽)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프레임의 정의에 관해서는 짧은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여기에는 저자의 사례나 그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를 차용하기도 합니다. 단어 하나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의 심리적 반응이 달라지기도 하고 질문의 속성에 따라서도 반응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프레임을 결정짓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매체로 TV를 꼽습니다. 너무나 뻔하고 당연히 알고있다는 생각하는 사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일상에서 TV의 역할을 모른 체하거나 경시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되고 문자 검색에서 영상검색(유투브 등)으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일상의 많은 시간을 TV와 함께하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프레임의 수단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1장의 마지막에서 '프레임은 결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설계의 대상'(66쪽)이라고 말합니다. 현실을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나의 의지에 의해서 충분히 설계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단순히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위치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현실을 바라보라는 말로 받아들였습니다.

 

2장에서 눈에 띄는 문장은 '상위 프레임에서는 Why(왜)를 묻지만 하위프레임에서는 How(어떻게)를 묻는다'(72쪽)는 것입니다. 상위 프레임이 비전을 묻고 이상을 세운다면 하위프레임은 구체적 절차부터 묻는다는 것입니다.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의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크고 넓게 보는 시야를 가진다면 사소한 실수나 절차상의 문제에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왜? 하고 자주 물으며 생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삶을 바르게 사는 지혜이자 근본적인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5장도 인상적입니다. '지금보다 더 자주 평균으로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외와 우연을 인정해야 한다'(144쪽)고 말합니다. 세상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뭐 하나 배울 것 없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부정적 사람들을 구분하고 나는 우리는 그런 부류와 다르다고 심리적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말과 행동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행해진 상황을 본다면 조금더 관대해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복종연구실험)을 예로 들면서 '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프레임하고 있었는지를 이해해야만 행동의 본질을 정확히 알 수 있다'(164쪽)고. 어떻게 보면 사람에 대한 평가는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고 판단하면 됩니다. 하지만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대화와 행동의 계기와 맥락, 심리 등 복잡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짧은 순간의 판단(사람 프레임)보다 깊은 사고와 관찰을 통한 판단(상황프레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6장의 시작을 위해서도 5장이 필요했습니다. 6장은 '사람 프레임을 남용하면 문제의 개선보다 문제적 인간을 처벌하는 선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상황 프레임을 남용하면 문제의 개선이 전적으로 외부에 있다는 운명론적 시각을 갖기 쉽다'(169쪽)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타인에게는 상황이다란 인식을 가지면 다른 사람의 행동이 바로 '나'라는 상황때문에 기인한다는 깨달음'(170쪽)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지혜와 인격의 핵심이라고...

 

재미있으면서 아!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문장도 있습니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너의 한마디는 있어도 너의 인생에 힘이 되어준 나의 한마디는 없다'(172쪽)는 말. 자신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현실. 인간은 누구나 인간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고 나 또한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고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나에 대한 타인의 영향에는 민감하지만 타인에게 향하는 나의 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타인에게 미치는 나의 영향력을 인지한다면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는 '나'를 만나지 않을까요? 결국 내가 바로 '상황 그 자체'이고 나는 누군가에게 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또하나의 프레임'이란 인식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 장들도 읽으면서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합니다. 결과론적 사고의 착각 혹은 위험성, 미래에 대한 근거없는 낙관 혹은 착각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명명(이름붙이기)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돈의 가치 등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손실에 대한 원초적 거부의 예, 소유효과(판매가격과 구매 가격의 차이)의 예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마지막 10장은 사족의 느낌이 강합니다. 요새 유행하는 계발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OO를 해라/하지마라' 류의 지침들... 잘 나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인 헛발질의 느낌? 아마도 출판사의 입김이 들어간 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책 내용 전체를 마무리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제게는 썩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프레임이란 단어가 이렇게 일상을, 세상을, 나를 지배하고 있던가 하는 자문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긍정적 프레임의 효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고 내 자신의 프레임을 돌아보게 하고 뭔가 바꿔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갖게 하는 책입니다. 나온 지가 꽤 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결코 어색하지 않고 꽤 많은 깨달음을 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마음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바뀌지 않고 끊임없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결국 언제 어디서나 실천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바로 '나로부터의 실천...'

 

 

-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 이어서 읽는다. 역시 가독성은 무척 좋다.

- 1982년 호주에서 발생했던 리네트 도슨 사건을 모티프로 창작된 소설이라고...

- 아내와 별거하며 홀로 살아가는 조 올로클린. 그 앞에 나타난 피범벅의 소녀. 그녀는 딸 찰리의 친구인 시에나. 그리고 이어지는 전직 형사이자 시에나의 아버지인 레이 헤거티의 타살. 그의 옷에는 시에나의 피 묻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너무나 뻔한 전개일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상황이 왜, 어떻게 발생했을까? 이것이 문제.

- 시에나의 정신감정을 담당하는 조 올로클린. 상담의 과정에서 그는 소녀가 누군가를 보호하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드러난 물적 증거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

- 탐문을 하는 과정 중에 만나는 학교의 상담교사인 애니 로빈슨(조는 그녀와 뜻밖의 하룻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ㅎㅎ), 연극을 지도하는 고든 앨리스, 또다른 살인용의자 노벅 브래넌...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애니와 그든의 과거사...

- 미투 운동과 함께 그 어느때보다도 성과 성평등(성차별), 성범죄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이 때, 아동 성학대를 다루는 이 소설이 전혀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 결국 하나의 상처를 덮기 위해 또다른 상처를 만들고 그 상처는 씻을 수 없는 진한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

- 한 사람의 욕망과 그 욕망의 비뚤어진 실현이 가져오는 도미노 효과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전작과 마찬가지로 소설의 중반 이후 범인이 드러나기에 마지막 결말은 다소 싱겁게 느껴진다.

- ​아내와 별거한 후 여전한 거리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딸과도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조. 거기다 몸의 마비를 가져오는 파킨슨씨 병은 나날이 심해진다. 그의 주변에는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상대가 없다. 책을 읽다보면 조에 대한 안쓰러움이 배가된다.

- ​전작과 마찬가지로 범인은 피해자의 심리를 아주 능숙하게 조정한다. 차이가 있다면 '산산이 부서진 남자'는 아이의 엄마, 이번 책에서는 미성년인 소녀가 피해자일 뿐. 그리고 전작의 엄마들은 자살을 하고 이번 책의 소녀는 가해자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가지고 그를 보호하려 한다는 것.

- 심리적으로 제압된 상대에 대한 가학적인 학대, 그런 행위들 당하고도 가해자를 잃을 수 없다는, 가해자는 절대 그럴리 없다는 절대적인 믿음. 그리고 가해자를 빼앗길 수 없다는 욕망... 여기서 비극이 파생된다.

- 여기에 마약과 극우주의자가 양념처럼 첨가되고 조의 아내에게 다가오는 남자까지 등장하니 소설의 재미는 확보된 셈.

- 그러고 보니 '내 것이었던 소녀'란 제목은 상당히 잘된 의역인 셈. 원제는 'Bleed for me'

- 조 올로클린이란 멋진 캐릭터는 여전히 훌륭하지만 읽은 두 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중반 이후의 늘어짐은 많이 아쉽다.

- 그렇기에 당분간 마이클 로보텀을 만날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

- 그래도 평균 이상의 재미와 구성을 보여준다. 한 번 쯤은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 저자의 방대한 철학적 사유를 기축사화(정여립 모반 사건)에 연계에서 소설로 형상화한다.

- 정여립이란 인물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소설로 형상화하기에 꽤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양반이면서도 모든 계층을 아우르고자 했던 대동계의 중심인물. 그 죽음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려진 게 없기에...

- 그래서 작가의 시도는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 거기에 영웅적 면모를 보이는 주인공이 결합하고 대동계의 시작과 끝을 추적하는 역사 소설. 비록 결말은 이미 알고 있지만 얼마나 그들의 삶과 희망을 구체화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터...

- 결론적으로 말하지만 저자의 욕심은 너무 과했고 역량은 부족했다. 정여립과 주변 인물의 삶과 저자의 철학적 사유는 하나로 융합되지 못하고 따로놀고 만다. 더구나 맥락없는 사유의 전개는 읽기에 피곤함을 더한다.

- 오히려 자신의 철학, 특히 동양 철학에 관한 에세이나 전문서적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 차별을 해소하고 모두가 평등한 대동 세상을 바라는 화자의 바람... 얼마나 멋진 소설의 모티프인가? 거기에 주인공인 청풍의 사랑까지 곁들였으니 이를 제대로만 엮으면 평타 이상의 소설은 됐을텐데...

- 다만 청풍은 무협지의 주인공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더구나 청풍이나 아버지나 신분에 부합하지 않는 높은 철학적 사유를 보인다. 소위 말하는 상놈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식견. 이를 뒷받침하는 계기나 사건이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설프고...

- 그래도 저자의 사고의 깊이와 넓이는 감탄을 자아낸다. 상당히 오랜 시간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

- 꽤 시간을 들여서 읽었기에 작품의 완성도가 더 아쉽게 다가온 책이다.

- 예나 지금이나 민중은 평등의 세상을 꿈꾼다. 애초부터 출발지가 다른 세상이기에 성취의 결과도 차이가 나는 세상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그리고 신분과 재력, 명예 등에 의해 결코 피해를 보지 않는, 모두가 인간답게 대우를 받으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대동의 세상... 정여립과 수많은 화자의 바람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여전히 답이 없다.

- 그렇기에 민중의 비참한 삶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그것의 좌절에 더 비중을 두고 조금만 더 밀도있게 그려냈다면 상당히 괜찮을 소설이 되었을텐데...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 분량이 너무 많다. 철학적 사유의 내용을 대폭 줄였다면 가독성이 꽤 올라갔을 듯... 하지만 저자는 이 부분을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거다. 결국 가독성과 대중성을 뺏기고 저자의 심리적 만족에만 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

- 일독을 권하기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는 책. 그래도 기축사화와 정여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다. 그리고 동양 철학에 관심을 가진 이들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