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좋은 책을 만납니다. 정재승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읽었던 소설입니다.

 

작년에 가장 핫한 소설 중 하나가 '아몬드'일 것입니다. 각종 공공도서관의 권장 혹은 추천도서로 올라갔고 판매량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권장하고 잘 팔리는 책이라면 긍정적 요소가 훨씬 많을텐데 말이죠. 아무튼 내내 외면하다가 지난 번에 책을 구입하며 같이 구입. 결론은 진작에 읽을걸 하는 후회 ㅎㅎ

 

따뜻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향하는 자신의 시선 혹은 생각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좋네요.

 

일렉시티미아. 책 날개의 설명에 따르면 감정표현 불능증입니다. 1970년대 처음 보고된 정서적 장애라고 하네요. 주인공 선재가 바로 이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편도체가 손상되거나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장애입니다. 그런데 바로 전에 읽은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에도 이 사례가 일곱 번째 발자국에 나옵니다. 편도체가 손상된 환자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그 사람을 감정을 읽지 못한다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대를 볼 때, 눈과 입 중심으로 보는데 편도체 손상 환자는 코와 귀를 본다고 하네요.(열두 발자국, 193쪽 부분 인용) 코와 귀에서 다른 사람을 감정을 파악할 수는 없겠죠. 감정을 느끼거나 받아들이는데 익숙하지 않다 보니 타인의 어디를 봐야 하는지를 판단하지 못한다 합니다. 소설에서는 이런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일렉시티미아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일상에서 불편하고 차별을 당할 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선재는 일렉시티미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맨 처음 발견한 이는 당연히 엄마. 엄마는 병원의 치료를 거부하고 정말 열성적으로 선재가 일반인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훈련에 훈련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죠.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재는 학교와 사회에서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지 못합니다. 결국 선재는 '괴물'이라는 또다른 명칭으로 불리게 됩니다. 하지만 엄마와 할멈의 지극한 사랑으로 큰 불편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재의 생일을 맞아 온가족이 외출을 한 크리스마스 이브날. 요즘 흔히 말하는 '묻지마 살인'으로 인해 엄마와 할멈을 잃고 맙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선재는 또렷하게 목격을 합니다.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눈물도 흘리지 못한 채...

 

그런 그에게 두 명의 친구가 나타납니다. 곤이와 도라. '곤이가 고통, 죄책감, 아픔이 뭔지 알려주려 했다면 도라는 꽃과 향기, 바람과 꿈을 가르쳐'(174쪽) 준 친구입니다. 곤이와 선재는 사실 악연으로 시작하죠. 선재가 곤이의 역할을 대신하여 곤이 엄마의 마지막 가는 길에 아름다운(?) 기억을 줍니다. 실제 아들인 곤이는 그 엄마의 마지막을 보지 못하고 장례식장에 참여하고요. (곤이가 왜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됐나 궁금하면 책을 읽어야 합니다 ㅎㅎ ) 자신의 역할을 대신한 선재와 같은 학교에서 만난 곤이는 적의를 드러내고 폭력을 행사하며 선재를 괴롭힙니다. 그러다 선재의 상황을 알게된 곤이가 선재의 헌책방에 찾아오면서 둘의 기이한 우정이 시작됩니다. 반면에 도라는 선재가 먼저 관심을 가진, 아마 유일한 대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리고 싶어하는 도라, 그것을 반대하는 가족. 선재는 그녀에게 왜 달리려 하는지를 가족 말고는 처음 물어봅니다. 그리고 둘은 조금은 가까워지고 선재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혼란스럽습니다.

 

가독성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자칫 어두운 내용으로 전개될 수도 있으나 오히려 소설은 경쾌하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그 바탕에는 문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짧은 문장, 감정이 부족한 인물이 바라보는 상황과 인물의 심리... 그렇기에 문체는 다소 객관적이고 감정이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런 문장은 인물의 상황과 심리에 녹아들게 합니다.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을 보며 더 큰 슬픔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감정의 객관화가 아니라 감정의 대리공감 혹은 감정의 일체화가 나타난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바로 이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선재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극적이거나 과장스럽지 않게, 천천히 시간을 들여 소설을 끌어나고 있는 것도 보기에 좋았습니다. 물론 마지막 부분은 다소 과장스럽고 극적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다 읽고 나면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지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 소설이 주로 성장 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재의 앞날은 여전히 불안하고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희망의 요소(그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가 있기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습니다. 밤이 깊어도 새벽은 오듯이 장애를 갖고 불안한 현실을 살고 있지만 그 또한 살아갈 것이기에 삶은 여전히 희망적입니다. 바로 그 점을 이 소설을 이야기합니다.

 

머리로 읽는 소설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미덕 중의 하나가 배려와 공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와 상관이 없는 이들, 나와는 거리가 먼 이들에게 과연 얼마만큼의 시선을 줬는지 그들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을 해 봤는지를 자문하게 합니다. 가난, 장애, 폭력...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단어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실에서 이것들을 멀리 하려고만 하지 그것을 가진 사람들에게 배려를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은 더더욱이겠지요. 바로 이런 면에서 이 소설은 우리에게, 우리 사회에게 더불어 산다는 것의 기본 가치를 일깨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뒤늦게나마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합니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기는 했지만...) 그리고 선재를 통해 나를, 우리를,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2018년이 거의 끝나가는 이 시점에 꽤 괜찮은 소설을 읽었다는 만족감이 가득한 오늘입니다.

 

까마득하게 오래 전, '과학콘서트'를 읽었습니다. 문과 출신이 제가 읽어도 과학 전반에 관해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던 책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정재승 교수의 책을 두 번째 만납니다.

 

열두 발자국... 책 제목에서는 박웅현 님의 '여덟 단어'가 연상됩니다. 책의 구성방식도 흡사합니다. 강연 내용을 그대로 들로 옮긴 것이며 저자의 관심사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점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두 책 모두 저자의 지명도가 책 선택에서 강력한 유인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식이 지혜로 바뀌는 열두 번의 놀라운 경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생각의 우주로 안내하는 최고의 명강의'

책 뒷면에 있는 광고 문구입니다. 사실 이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ㅎㅎ 그래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뇌과학이란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무난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줍니다. 아무래도 대중강연이다 보니 깊이있는 내용까지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같은 사람, 뇌과학에 대해 무지에 가까운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부보다는 2부가 더 좋았습니다. 1부는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선택과 욕망, 놀이에 대한 강연이 주가 됩니다. 2부에서는 뇌과학을 통한 미래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부는 인간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서 뇌가 어떤 역할과 결정을 하는지를 소개하는 것이고 2부는 보다 현실적인 내용. 주로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소개하는 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2부가 심리적으로 더 가까웠나 봅니다.

 

1부의 첫 부분(첫 번째 발자국)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그 중에서도 마시멜로 탑쌓기... MBA학생보다 유치원생이 마시멜로 탑을 더 높게 쌓습니다. 치밀한 계획보다 실제의 실행이 중요함을 일깨우는 실험입니다. 결국 '혁신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25쪽)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실제 우리 현실의 많은 상황에서 실천보다는 계획, 면밀한 사고를 중요시합니다.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특히 학교에서 말이죠. 암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학교 교육에 대해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결과입니다.

또 1부에서는 왜 인간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지(못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 인류는 원시 부족사회때부터 생존과 번식에 적합하게 뇌가 진화해 왔는데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도 이 전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나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대한 빠른 판단이 필요하고 이는 곧 직관을 믿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의사결정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며, 심지어 잘못된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을 부정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부족한 것이죠.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정재승 교수는 '내 의사결정에 대해서 확신하지 않고 끊임없이 회의하고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54쪽)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합니다. 회의... 부정적 어감이 있는 단어이긴 하지만 진리에 대해, 결정에 대해 회의한다는 것은 보다 나은 미래로의 작은 초석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회의하는 삶은 다름아닌 발전하는 삶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부의 마지막 부분에는 참 멋진 말이 등장합니다. '세상에 나온 우리는 적극적으로 방황하는 기술을 배워서 자기 나름대로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59쪽) 인생을 마라토너가 아니라 탐험가의 마음으로 살아가시길 기대합니다.(61쪽) 머릿속 지도를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만의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인생의 선택에 망설임도, 후회도 적어지겠지요. 그런 인생의 여정에서 단순히 완주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많은 것들에 시선을 주고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는 탐험가의 자세는 필수적일 것입니다.

 

다섯 번째 발자국에서는 우리 뇌의 새로고침이 가능한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있습니다. 짜장면 또는 짬뽕, 물냉면 또는 비빔냉면 등 우리가 식사할 때마다 갈등하는 수많은 메뉴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있습니다. 손님이 선택하는 메뉴의 순위입니다. 중국음식을 예로 들면 짜장면, 짬뽕, 볶음밥 순입니다. 그리고 순위가 하락할수록 정확히 1/2로 그 수치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고민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것을 뇌의 두 영역, 목표지향 영역과 습관 뇌 영역으로 설명합니다. 뻔하죠? 습관 뇌 영역의 영향으로 우리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말합니다.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습관은 안락하고, 포근하고, 안전하게 우리의 삶을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새로고침이 주는 뜻밖의 재미, 유쾌한 삶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라고...(154쪽)

 

여섯 번째 발자국의 내용은 상당히 뜨끔하게 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상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미신 따위는 내 삶의 영역에 들어올 수 없다고. 과연 그럴까를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 일상의 꽤 많은 미신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전혀 해당없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복을 원하고 불행을 원하지 않는 보편의 심리 때문에 미신이 횡행하고 아직까지 그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제 저자는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 하다'(179쪽)고 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이미 예측된 행복이라면 그 쾌감의 강도가 낮을 것이고, 예측할 수 있는 불행은 그 불행이 올 때까지의 심리적 긴장, 두려움은 말할 수조차 없을 것입니다. 또 예측가능하고 통제가능한 삶이라면 그 삶은 어떤 행복과 의미가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우리 삶의 불확실성 때문에 오늘을 최선을 다해 보내지 않을까요?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괴롭기도 하지만 한편 희망이 뭉게뭉게 떠오릅니다. 그렇게 우리는 불확실한 인생을 탐험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일곱 번째 발자국도 재미있습니다. 헬로 키티 아시죠? 그런데 이 헬로키티가 동양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서양에서는 별로라고 하네요. 그 이유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재미있으면서도 상당한 공감을 자아냅니다. 동양인은 사람을 볼 때 눈을 주로 보고, 서양인을 입을 주로 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헬로키티가 눈은 있고 입이 없습니다. 그래서 동양인은 헬로키티의 눈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투사할 수 있지만 서양인에게 눈이 없는 인형은 기괴할 뿐이랍니다. 더불어 우리의 이모티콘은 주로 눈을 모티프로 하고 서양인의 이모티콘은 입을 모티프로 한답니다. 그렇지 않나요? 상당히 설득력있는 분석입니다. 생각과 관점이 이렇게 다르기에 결론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세상과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창의적 사고가 발생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특정한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 부분과 부분을 고르게 엮을 수 있는 능력이 창의력의 바탕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또 하나를 말합니다. '창의적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순간이 있을 뿐입니다.'(220쪽)

 

음... 내용이 길어지네요. 나머지 부분도 꽤 재미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아직은 강아지와 건포도 3개 박힌 머핀을 구별하지 못한다거나 fMRI를 통해 사람의 생각을 어느 정도 형상화할 수 있다는 것.(사진으로 제시되는데 정말 놀라운 장면입니다. 사람의 사고가 기계를 통해 영상화된다니요... 영화 '인셉션'이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바탕에는 히피 정신이 있다는 것, 블록 체인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 일반인이 읽기에 흥미진진한 내용이 참 많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대한민국은 지난 70년 동안 인간으로 하여금 인공지능을 흉내내도록 교육해왔고 평가해왔'(241쪽)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답은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정확하게 찾는 교육만을 했다는 것이죠. 사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력고사에서 수학능력시험으로 시험의 명칭이 바뀌었을뿐(물론 형태도 바뀌기 했지만요)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찾는 시험이라는 점에서는 변화가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논리, 자신의 표현의 정말 중요하지만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 정답찾기만큼 명확한 것은 없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가 만연한 것 같습니다. 다양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둔 교육... 언제쯤 가능할까요?

 

과학 그 중에서도 뇌과학에 관련된 책입니다. 머리아플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꽤 재미있게 읽었고 유익한 정보도 많이 얻었습니다. 처음 언급했듯 강연록이라고 할 수 있기에 읽기에도 편하고 깊이도 상대적으로 얕습니다. 그리고 요새 화두 중의 하나인 블록체인,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충분한 정보도 제공하며 생각할 내용도 풍부하게 제시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뭐랄까? 에세이류에서 말하는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뻔뻔한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고... 기타 등등

- 그렇다고 아예 거부하는 것은 아니고... 특히 세심한 관찰이나 사색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문체의 글은 좋아한다. 특히 김훈 씨의 글을...

- 오랫동안 화제가 되고 또 그만큼 많이 팔린 책. 그럼에도 관심이 없다가 지난 번 책을 구입하면서 한 번 읽어볼까 하며 구입했다. 그리고 미루고 미루다 읽은 책.

- 특별한 감흥은 없다. 음... 아!... 그렇군... 정도의 반응

- 그래도 말은 그 사람의 얼굴과도 같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평소 거친 언어생활을 하는 나에게 뜨끔함을 안겨주는 책이기도 하고... 말을 사용함에 있어 충분히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이를 면밀히 실천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렇기에 화법 혹은 말하기 예절에 관한 책이 여전히 출판되는 것일테고...

- 감각적이라고 해야 하나? 문장을 상당히 잘 쓰는 작가라는 느낌이다. 길지 않은 문장으로, 적절한 비유와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글을 전개한다. 깔끔하다.

- 글의 내용은 굳이 언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쩌면 삶의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 인간과 인간, 그 관계의 시작과 끝은 언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 말 한 마디로 사랑은 시작되고 또 그 사랑은 끝을 보기도 한다. 이 책은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 장면을 클로즈 업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장면들이 꽤 많다.

- 책에서 제시되는 상황과 장면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문장이 주는 함의(含意)를 반추(反芻)하며 읽는 것도 좋다.

-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책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점점 우리의 마음에 여유와 사랑, 배려와 공감이 부족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반성을 하지만 실제의 일상에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각박한 삶.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일 것이다.

- 언어에 대한 에세이이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참 많다. 그 중에서 몇 개만 정리해 본다.

 

-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18쪽)

-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25쪽)

- 사과에 '하지만'이 스며드는 순간, 사과의 진정성은 증발한다.(54쪽)

- 눈문은 눈에만 있는 게 아닌 듯하다. 눈물은 기억에도 있고, 또 마음에도 있다.(129쪽)

- 그래, 어떤 사랑은 한 발짝 뒤에서 상대를 염려한다.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230쪽)

- 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 억지로 끌려가는 삶이 힘겨울수록, 누군가에게 얹혀가는 삶이 버거울수록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248쪽)

- 이름을 부르는 일은 숭고하다. 숭고하지 않은 이름은 없다.(2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