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었을 때 서점에 들르는 걸 참 좋아했었다. 이 책도 재미있어 보이고, 저 책도 재미있어 보이고. 근데 여러 문고본 중에서 유독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오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건 뭐야. 대체 이런 얘기가 어딨어" 뭐 이런식의 문구였다. 

  대체 뭐길래 하는 호기심 반으로 책을 사와서 열심히 읽었다. 책은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모두 다 호러였다.... 정말 오싹오싹하고 으스스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친구의 정보에 의해 이 책의 단편들로 옴니버스 영화가 나왔다는 것을 알고 집 근처 렌탈 비디오샵에서 디브이디를 빌려와 그날 다 봤던 것으로 기억난다.

  많은 단편들이 있었는데, 그 중 6편인가를 단편영화로 만들었던 것 같았고, 하도 예전이라 잘 생각이 안나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들은 'SEVEN ROOMS'와 '카자리와 요코'편이었다.  책 내용도 잘 기억나고, 영화 장면들도 잘 기억이난다. 워낙에 공포영화를 싫어라 하는 나였지만, 그것들은 꿋꿋이 끝까지 봤던 것 같다. 미리 내용을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 용기를 내서 말이다.

  시간은 흘러 내가 이 책과 영화를 접한지도 5년이 지났다. 최근에 나에게 재밌는 소설을 추천해 달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줬더니 반응들이 제각각이었다.
  "아니 뭐 이런걸 추천해줬어, 무서워 죽는줄 알았네" 
라는 반응도 있었고,
  "완전 재밌어, 아껴 읽고 있어 하나씩." 
  이라는 호응도 있었다.

  반응이야 어쨌건, 뭔가 특이한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꼭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선물 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일본에서 이 소설이 대 히트를 치고 있었을 때, 나는 책 표지만 보고서 이게 코믹한 내용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본 책 표지는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서커스 그네가 배경에 금색으로 있고, 어떤 귀여운 아가 사진이 등장해있는 그런 표지였던 것이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다시 발간이 되었을 때에는 그네를 타는 사람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때에도 이게 코믹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책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느날 이 책을 읽어봐야 겠다... 라고 생각한 것은, 이 책의 연결선 위에 있는 '인더 풀'이라든가 '면장 선거'라는 책 등을 접하고 나서부터이다. 인더풀은 영화로도 나왔는데, 오다기리 죠가 등장하는 영화였다. 꽤 인디적인 영화라서 그랬는지 일본 영화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하에 한 군데서인가 상영하는 곳에서 일부러 찾아가서 봤던 영화이다. 그래서 인더풀과 공중그네를 함께 보았다.

  소설에 등장하고 있는 만능 의사인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매우 강하고 확고해서, 영화에서 나오는 그 비리비리한 체격의 남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속으로 야유를 보내며 관람을 하긴 했지만, 영화는 영화대로 좋았고, 소설은 소설대로 좋았다. 음 그게 일본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면 특징이라고 꼽겠다. 대부분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에 대해선 실망을 하기 마련이지만, 왠지 일본영화는 영화도 영화대로 좋다라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매우 원작에 충실하면서 독자들의 기대와 바람을 저버리지 않고서 살포시 안고간다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환자의 설정들에 대한 이야기도 신선했을 뿐더러, 그 의사 캐릭터를 확고히 한 것에 대해선 정말 추천할 만 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주제 사라마구의 책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읽은 책이며, 또한 이 소설이 영화화되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할 즈음에 읽었던 책이다.
  
  우선 소설에서는 특이했던 점이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하나도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점이 가장 특이했고, 계속적인 마침표의 사용이 그러했다. 딱히 등장인물의 대사 부분이라 하여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았고 그대로 문장과 연결하여 마침표로 구분을 지었다. 그래도 독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어느 부분이 대사이고, 또 어느 부분이 해설인지 금방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내용은 어느 날 원인모를 바이러스에 의해 사람들이 실명을 하게 되고, 거의 모든 미국인들(전 세계인들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국얘기만 나오지 않았는가 하하)이 실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실명을 하지 않은 자들은 무력을 사용하여 실명한 자들을 통제했다. 정신병원 병동에 가둬버리는 통제를.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주인공 여자는 끝까지 실명을 하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자신도 실명한 것처럼 가장을 하고 같이 실명한 자들과 생활하게 된다. 
  그 곳은 이미 서열이 정해져 있었고, 또한 온갖 배설물등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인간이 모두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주제 사라마구는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상상력을 동원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놀랍고도, 또한 분했던 부분은, 여자들이 성폭행을 당하는, 성의 노예가 되는 부분이었다. 정말 그 부분은 계속 분노를 하면서 읽게 되었다. 물론 영화에서도 이 장면은 그대로 사용되었지만 말이다.

  영화도 소설을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이어서 그런지 책에서 내가 느꼈던 장면들보다는 조금 더 리얼리티했다. 우선 여주인공 선정은 좀 마음에 들었다. 

  소설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 할 부분은 역시 결말이겠지.. 왜냐; 뜬금없이 눈이 먼 자들이 뜬금없이 다시 눈을 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상력 하나는 인정해 줘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눈먼 자들의 위에는 원래 부터 눈이 멀었던 장님이 우위에 있다는 것. 그게 소름끼치게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