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일지 전혀 상상도 안갔다.
이 책이 단편 5개를 엮어놓은 것이라는 것도 몰랐다.

단편들은 각각 직장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로 어느정도 회사에서 경력이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과장이라든가 부장이라든가

주인공들에겐 새로운 대립구조를 이루게 되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그건 신입사원이 되기도 하고, 남녀간의 대립구조가 되기도 하며
같은 과 동료가 되기도 하고, 상사이기도 하다.

일본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과는 이러이러하게 해피 엔딩이다~'라는 식으로 단편들은 결판나지만
그 결과는 어찌되었던 다루는 에피소드들이 재밌었다.

처음엔 조금 시시하다 싶을 정도의 이야기였지만
4번째 단편부터는 나도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얘기도 있었고
뭔가 통쾌해지는 얘기도 있었다.
특히 고정관념과 봉건적 사고방식에 얽매인 사람들에게
오쿠다 히데오가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를 보여줘서
그 부분이 맘에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구가 있었다.

'alone'과 'lonely'는 비슷하지만 다른 말이라고.

혼자이긴 하지만 그게 항상 외롭다고는 할 수 없다
혼자가 좋아서 혼자를 택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연달아 읽었더니 
다른 사람의 문장도 그리워졌다.

그래도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정말 재밌고, 맛깔나는 것이다.
번역만 좀 제대로 된 것이 나왔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 책의 번역가인 양윤옥씨는 주된 등장인물로 4명을 꼽았다.

형사(, 시마자키 쿠니오, 스가 타다시, 요시코

책을 읽은지 얼마 안되어 '하얀 셔츠와 검은 바지'라는 인상착의에서
아 범인이 시마자키 쿠니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미리 읽은 친구에게 물었더니, 
'응 맞아, 걔가 범인이야. 미리 범인을 만들어 놓고 사건을 풀어나가지'라는 대답을 들었다.

범인을 미리 알고 있어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간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오쿠다 히데오는 참 글을 재밌게 쓰는 사람이다.
독자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 기법을 알고 있다.

게다가 소설의 진행이
과거를 넘나드는 시점이 맘에 들었다.
과거 어느 시점의 날짜에서 갑자기 한 달 후로 돌아왔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그런 것

1권에서는 주로 일명 '소카지로'라는 범인을 잡기 위해
다방면으로 형사들과 도쿄대 친구인 스가 타다시가 겪는 일들과
진상이 밝혀 지지 않았던 폭발 사건들,
그리고 시마자키 쿠니오가 왜 올림픽을 대상으로 몸값을 타려고 하는지에 
대한 뒷 배경들이 조금씩 나온다.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까지도 흥미롭게 그린 점이 맘에 들었다.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시마자키 쿠니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떤 경위로 경시감의 저택을 폭파시켰는지,
공범인 토메키치와 어떻게 만났으며, 
둘이서 어디를 폭파시켰는지,
그리고 누구를 죽이고, 어떤 루트로 몸값을 받아내려 했는지
그 세세한 부분까지 다 밝혀진다.

책의 결말에선 주인공인 쿠니오가 죽었는지 아님 그저 총상으로 끝났는지
딱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죽었으려니 하는 기분이 들 뿐이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다.
이런 식의 결말은 정말 좋은 추리소설 다운 것이다.

진지함과 해학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작가가
내놓은 과히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그 이전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 작품은 베스트 5안에 들 작품이지 않을까

제목에서 풍겨오는 것으로 책을 읽기도 전에,
’아, 올림픽을 인질로 테러를 일으키려 하는 얘기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목을 정말 잘 지은 소설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장편과 단편 두 장르를 넘나드는데,
장편과 단편의 스타일이 참 많이 다른 작가 중의 하나이다.

장편 소설은 정말 맛깔나고, 어떻게 이런 소재를 선택 했을까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반면 단편 소설은 조금 시시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는 내용들의 집약이 있다.

물론 작가가 점점 글을 써가면서 
나중에 펴낸 책일 수록 더 재밌어지는건 물론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올림픽이 일본에서 개최되는 것에 맞춘 배경이기에
시기는 조금 예전이다.
하지만 작가가 그 시절에 몇 살이었든(초등학생 정도였을 것이다)
올림픽이 막 개최되려는 시기를 잘 보여주는 것에는 정말 흥미 진진했다.

수도 고속도로가 깔리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무도관, 올림픽 경기장 등 신식 건물들, 모노레일,
그리고 신칸센의 개통등.

지금은 일본 여행의 명물이 된 곳들이 
이 소설에서는 갓 태어난 신생인 것이다.

그런 배경 묘사에서 우선 이 책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형사들과 공안부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자세하게 묘사한 것이 좋았다.

책의 내용 중 등장인물에 대해선 2권 리뷰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 보겠다.

책을 번역한 사람은 양윤옥이란 사람이었는데
조금 위화감이 느껴지는 일본어 투를 그대로 사용하는 곳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일본 소설은 번역본으로 읽기가 싫어진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