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꿈이 있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 최재성(PAPER book)>
스포츠, 그것도 국내 프로 스포츠를 사랑해 마지 않는 나에게는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제일 좋아하는 프로 야구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님과 이만수 코치님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 만으로 말이다.
책은 스포츠 신문 기자 출신인 작가의 손끝에서 나온 이야기인지라 직접 선수와 찍은 사진도 게재 되어 있을뿐더러 실감나는 유년기를 보여주었다. 총 31명의 기라성 같은 스타 선수들을 주욱 살펴보니, 여러 종목에 걸쳐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만의 기준으로 31명을 분류해 보았다.
1) 구기 종목 VS 비 구기 종목
: 야구,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탁구 VS
등산, 복싱, 마라톤, 육상, 씨름, 쇼트트랙, 역도, 유도, 레슬링
2) 고려대 출신 VS 연세대 출신
: 고려대 8명 VS 연세대 3명
3) 야구 선수 VS 축구 선수
: 야구 선수 4명 VS 축구 선수 6명
4) 남자 선수 VS 여자 선수
: 남자 선수 29명 VS 여자 선수 2명
책을 읽을 때에는 먼저 읽고 싶은 사람부터 읽었다. 김성근 감독님, 이만수 코치님을 시작으로 야구인을 먼저 다 읽고 난 후 배구, 농구, 축구 등 구기 종목을 먼저 읽고, 다음으로 비 구기 종목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매 이야기마다 울컥하는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다. 어려운 시절에 대한 이야기, 어려운 시절을 극복한 이야기,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등등. 물론 가난하지 않고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서 성공한 사례도 더러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언제나 역경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절절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31명이나 다루느라 너무 이야기가 빈약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하지만 점점 읽어갈 수록 책을 쓰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 그리고 대한민국을 넘어서 해외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였고, 현재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스포츠인들의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을 좀 더 현실 속으로 들어가 더 자세하게 전달해 주려는 것을. 이것을 파악하고 나서는 책을 읽기가 조금 더 수월해 졌고, 매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성공의 비결은 바로 새벽운동.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나서 운동하고, 산을 뛰어 다니고, 남보다 더 많이 훈련하여 자신의 목표를 세워 꼭 채우고 이루는 승부 근성이 나왔다. 그들은 현재 선수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아도 새벽 운동이 습관이 되어서 아직도 지속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공통된 에피소드 중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유급(부정선수)에 대한 언급이다. 실력이 너무나 출중해서 같은 학교에서 더 오래 뛰게 하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마음으로 한 학년을 더 다녔던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게 불과 10, 20년 전인데 지금도 이런 유급사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집안의 반대나 지원에 대한 것도 언급하고 싶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예전에는 정말 운동하면 배불리 먹고 살기 힘든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강했다는 것과 운동에는 돈이 매우 많이 든다는 것 때문에 운동이 너무나 하고 싶어도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지금은 지원에 대한 개념이 확대되어 예전보다는 청소년 선수에 대한 지원이 많아졌다고 한다. 앞으로도 많은 선수들이 아낌없는 지원을 받아 이 책에 나온 것처럼 큰 선수가 되어 좋은 활약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내일의 선동렬, 내일의 차범근이 지금도 운동장에서 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또 매번 등장하는 이야기는 매 맞은 이야기. 현재도 운동 선수들이 매 맞으면서 훈련하는 것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 분들이 훈련했던 때에 비해서는 정말 양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오죽 힘들었겠는가. 이래저래 맞고 잘못된 훈련을 받기도 하고, 무리해서 부상도 입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정말 빨리 스포츠의학과 과학이 선진국 수준으로 어서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보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부상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내 나름의 구분을 지었듯이 스포츠와 고려대와의 관계는 정말 깊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학교를 아예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고려대 출신의 스포츠인들이 조금 눈에 띄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스포츠 스타인 빙상 요정 김연아를 보아도 그렇다. 여러 종목마다 명문중학, 명문고가 있겠지만 스포츠는 고려대가 약간 우세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여자 선수에 대한 이야기. 딱 2명이 소개 되었다. 현정화와 임오경. 임오경 선수는 발군의 실력으로 일본 리그에서 보여준 모습도 좋았지만 더더욱 놀라웠던 것은 임신한 몸으로도 경기를 뛰고, 출산 후 2주 만에 다시 경기장으로 복귀했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라고 생각했다. 현정화 선수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치바 멤버'에 대한 것. 남북 단일 팀 결성 20주년인 2011년에 탁구사에 남을 일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 너무나 아쉬운 것은 얼마 전 터진 연평도 사건이다. 며칠 안 남은 시점에서 터진 연평도 사건은 그토록 기대해 왔던 현정화를 비롯한 치바 멤버들에게 우리와는 또 다른 시점의 아픈 사건이 될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기에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웠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으로 또 한번의 감동을 선사해 준 추신수 선수와도 인연이 깊은(외삼촌) 롯데 박정태 선수의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지금 이 시즌에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을 책이라는 것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빛나는 플레이 뒤에는 언제나 역경과 시련, 고통을 이겨내는 인내,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이 있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할 것이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혹은 팀이 오늘 경기에서 아쉬움이 남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함부로 욕설을 하거나 비난을 하지 말아야겠다. 그들의 플레이에는 언제나 눈물과 땀이 서려있기에. 그리고 내일을 준비해야 하기에.
국제 대회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말고,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서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을 위하여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바람직한 스포츠 팬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