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넬리의 책을 처음 접했다.
  스티븐 킹의 소개와 함께. 소설 ’시인’을 시작한지 일주일. 출/퇴근시간에 정신 없이 읽었던 것 같다. 이야기의 전개속도도 빠르고 방대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짜임새가 있었던 소설이었다. 아침에 회사 사무실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의 기분이란. 무언가 큰 사건 하나를 해결한 느낌처럼 후련했다.
  범죄 추리소설을 다량으로 읽는 편이 아니었지만, 최근에 이런 소설 몇 개를 접해 본 뒤 더욱 범죄 스릴러에 빠지게 된 것같다. 예전에는 단순히 무섭다는 생각에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마이클 코넬리에 대한 책 소개를 인터파크에서 보고 작가의 작품에 대해 알아본 뒤 고르게 된 소설이 이것이었다. 
  작가는 시리즈 물을 여러편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 시인도 시리즈로 나온 것으로 안다. 잭 매커보이를 주인공으로 한 3권의 소설 중 하나라는 얘기를 접했다. 이젠 나머지 두 개의 이야기도 접해보려 한다. 

  스티븐 킹의 스토리 텔링의 힘을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이클 코넬리 식의 흐름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속도있는 전개감, 그리고 자세한 설명. 독자로 하여금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팽팽한 공기. 그리고 왠지 빠지면 서운한 로맨스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이 로맨스에 대한 얘긴데, 왜 이런 장면이 필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대중이 이런 것을 원하니까 라는 단순하고 확실한 결론이 내려지자 그러려니 했다. 
  소설의 막바지에 나오는 반전의 반전의 거듭됨. 처음에 생각했던 의심스런 인물이 반전 상황이 되었을때는 내가 그럴줄 알았다며 어서 어떤 결말을 보여주는지 궁금해 하다가, 마지막 반전에선 정말 예상치 않은 인물로 인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것도 작가의 치밀한 계획이었으리라 생각하며 그 전의 종적을 되씹어 보기도 했다. 뻔한 반전을 한 번 더 뒤집어준 마이클 코넬리. 마음에 드는 작가 리스트에 올려야겠다. 

  내용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범인인 아동성애자가 저지른 범행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뒷 배경이 부족했다는 것이 아쉬웠고, 그 이외의 많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더 연결고리가 되는 설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너무 잔혹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인지 그 부분은 접어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계속 마음에 걸리는데, 작가가 인용한 에드거 앨런 포우에 대한 설명을 좀 더 구체화 시켜주었으면 좋았으리라는 것이다. 유서로 남기게 된 문구를 쓴 원인과 그 해석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포우로 연결되는 연결 고리는 매우 흥미를 유발시켰으나 그 흥미를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했던 점이 책을 다 읽고서도 무언가 부족했던 부분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되는 듯 하다. 포우를 주된 주제로 파고 들었으면 더 훌륭하고 완벽한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스티븐 킹의 사계 중 봄, 여름을 읽은 건 작년이었다. 그 때는 아직 가을, 겨울은 나중에 읽어야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2011년이 되어 드디어 읽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에 4일간을 읽었는데, 스티븐 킹의 소설은 언제나 그렇듯 말발이 대단하다.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금방 술술 읽힌다는 매력이 있다. 대체로 나는 책을 읽을 때 분량은 별로 개의치 않고 오히려 두꺼운 장편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책은 스티븐 킹이 후기에서 밝혔듯이, 장편, 중편, 단편 중 중편 소설에 속하는 분량이다. 스티븐 킹이 즐겨 쓰는 공포 소설이 아닌 중편 소설 4편은 이렇게 사계라는 이름하에 출간되었다. 출간된지는 한참 되었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이번에 황금가지에 나오게 된 것이 두 번째라고 알고 있다.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것으로 사계를 다 읽었는데 정말 재밌다. 사계를 통털어서 얘기하자면 여름편으로 나온 '우등생'이라는 작품이 제일 재밌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나 '스탠 바이 미'는 익히 영화로 봐온 것이기에 영화를 다시 한 번 자세하게 본다는 느낌으로 봐서 그런지 그럭저럭 재밌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우등생'이라는 작품은 영화화 되긴 했지만 실제로 그 영화를 볼 수가 없어서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다. 

  '스탠 바이 미'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노래 스탠 바이 미랑 영화의 한 장면 중 구토 사건이었다. 그 장면만 지금 떠오른다. 다른 것은 다 제치고. 그래서 지금도 왠지 다시 보기가 꺼려지는 영화인데(개인적으로 구토 장면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도 책을 읽은 기념으로 다시 한 번 봐야겠다고 다짐한 영화 리스트에 올려 놓았다.
  
  겨울편으로 소개된 '호흡법'. 제목만 봤을 때는 이 호흡법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라마즈 호흡법'. 지금이야 매우 보편적으로 소개된 호흡법이기도 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찬반의 여지가 많았던 호흡법이었나보다. 이 호흡법을 하는 임산부 때문에 정신이 흐트러진 택시 운전사도 그렇고 그 것으로 큰 사건이 터지고, 하지만 하나의 생명은 태어났다는 것이니말이다. 
  스티븐 킹이 얘기해 주는 것이기에 더욱 이야기가 맛깔스러웠다. 그만큼 번역도 잘 해야 느껴지는 것이겠지만. 스티븐 킹의 최신작인 '언더 더 돔'이 3권짜리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최근에 접했다. 워낙에 이야기꾼이기때문에 읽고 싶은데 조만간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이런 스릴러 물이 너무 좋다. 한동안 이런 부류의 소설에 빠져 있을 것 같다.

  나는 인천 사람이다. 고향도 인천이고 지금도 인천에서 살고 있다.
  야구는 꼬꼬마 시절 아빠가 데려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도원구장이었고 소풍처럼 도시락을 싸들고 가족끼리 갔었다. 비가 오면 우리에게 우비를 씌워주면서까지 열성적으로 보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야구를 봤다.
  SK 와이번스는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팀이다. 최근 2007, 2008년과 바로 지난 시즌인 2010년 우승을 했다. 정말 최고의 야구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을 한 것이다. 다시 나를 야구장으로 불러들인 성적을 갖고 있는 이 팀이 2009년에는 정말 아쉽게도 준우승을 했다. 상대는 KIA 타이거즈.

  이 책은 2009년 우승을 놓친 한국 시리즈와 바로 전 플레이 오프를 다룬 이야기이다. 김정준 와이번스 전력분석팀장이 매 이닝마다, 그리고 매 타석, 매 공 하나 하나마다 어떠한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하고 작전을 세웠는지 낱낱이 보여주는 책이다. 팀의 전력이 이렇게 자세하게 공개되어도 되냐고? 당연하다. 그만큼 준비를 했다는 것이고, 완전한 탑 시크릿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정말 놀라웠고, 무서웠고, 그들의 생각에 큰 감동을 받았다. 경기장에서 볼 때나 집에서 경기를 관전할 때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 공 하나가 던져지기 전까지 수 페이지를 넘어가는 많은 생각들. 그 어느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이었다. 매 경기를 이런 식으로 해 나간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까지 느껴졌다. 
  
  야구가 복잡하고 여러 룰이 있고 여러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방대한 자료와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면서, 야구 이외에도 지금 열심히 보고 있는 배구와 농구 등에서도 이런 전력분석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프로팀에는 전력분석팀이 있다. 예로서 지금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로 배구팀인 대한항공 점보스의 이영택 선수는 은퇴 후 1년간 전력분석원으로 일하다가 다시 팀에 복귀하여 더 멋진 활약을 보여 주고 있다. 전력분석원으로 일했던 것이 컷는지 정말 은퇴 후 복귀했다는 선수라고 하기엔 공격이 정확했다. 
  남을 알아야 나를 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스포츠가 통계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로 어느정도 뚫을 수 있고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절절히 깨달았다. 

  올해 2011년 곧 야구시즌이 시작된다. 팀의 주요 선수들이 나가거나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그만큼 전력분석팀도 여러가지 상황을 짜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만이 아니라 나머지 7개 구단의 상황을 지금도 열심히 파악하고 있을 전력분석팀. 곧 치루어질 시범경기가 너무나 기대된다.
  겨울은 스포츠의 꽃이라며 배구와 농구가 하지만, 그래도 항상 야구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은 나의 야구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 달래주는 시원한 물 한잔 같은 책이었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