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책을 받았을때의 그 무게감과 두께감은 어렵겠구나 혹은 어서 읽어보자 라는 느낌을 주었다. 한 장 한 장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삽화들을 먼저 보고 책 속에도 삽화들이 가득할테지만 미리 훑어보지 않았다. 나중의 즐거움을 위해서.

 그동안 스스로가 드라큘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것은 큰 오산이었으리라. 이 책을 읽어가면 읽어갈 수록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정말 사소한 것이었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해 주었다. 물론 드라큘라와 뱀파이어에 대해 연구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내용들은 숙지하고 있었다. 뱀파이어는 흡혈귀이며 밤에만 활동하고, 사람의 피를 원하고 힘이 세며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마늘을 싫어하고 십자가 등 성스러운 물체를 두려워한다는 것. 또한 이 뱀파이어를 제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심장에 못을 박는다는 것 등등 굳이 방대한 원작 소설 전부를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영화나 만화로 자주 접해서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여기 덧붙여 내가 새삼 알게된 뱀파이어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여 이 책에 대한 의견을 적어보려 한다. 소설은 조너선 하커라는 주인공이 부동산 업무 처리를 위하여 드라큘라 백작의 성으로 가게 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날짜는 5월 3일부터 시작한다. 책 내용의 마지막은 11월 6일 조너선의 부인이 된 미나 하커의 일기로 끝을 맞는다. 조너선은 드라큘라 성으로 가게 되지만 머무는 동안 온갖 괴기한 일을 당하게 된다. 정말로 다행이며 신기한 것은 조너선은 끝까지 드라큘라에게 당하지 않고 사람의 영혼과 육체 그대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이한 백작의 생활과 행동들 그리고 알 수 없는 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흡혈귀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늑대나 다른 동물을 부릴 줄 알며, 밤에만 활동하고 인간이 먹는 음식을 먹지 않는 등. 그리고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힘.

 소설은 일기와 편지 형식을 빌어 내용을 전개해 나가는데, 그 짜임새가 매우 치밀하기 때문에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소설이 전혀 묵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책을 먼저 읽기 시작하면 그 다음이 궁금해지기 때문에 금새 읽을 수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주인공이기도 한 조너선 하커의 여행에 대한 기록이 끝나고 나면, 조너선이 그리워했던 미나라는 여인의 일기와 편지가 등장하고, 미나의 친구인 루시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이 모든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관련되는 것인가 궁금해하며 읽어내려갔다. 우리가 뱀파이어에 관한 영화를 보면 항상 나오게 되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 여인. 이 루시와 미나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 루시는 안타깝게도 결국은 심장에 못이 박히게 되어 영원한 죽음을 얻는다. 하지만 미나는 다행히도 그녀의 남편과 루시의 남편이었던 아서(고달밍), 퀸시 모리스와 존 수어드 박사, 그리고 이름만으로도 정말 유명한 반 헬싱 박사의 도움으로 다시 인간의 영혼과 육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반 헬싱. 영화 제목으로도 있는 그 주인공이다. 책을 읽으면서 검색해 보았다. 반 헬싱. 바로 브램 스토커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이며 드라큘라와 연관지었을때 뗄레야 뗄 수 없는 숙적으로 등장하는 바로 그 인물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알게 된 것이다. 박사는 온갖 기록물과 문서를 통하여 뱀파이어를 어떻게 대해야 하고 어떻게 제거해야 할지를 알아내어 그를 지원하는 지원군들과 함께 드라큘라 백작을 제거하는 데에 성공을 하게 된다.

 이 성공담이 있기까지는 매우 기나긴 여정을 거친다. 오랜 기간동안 일기와 편지 기록들이 그들이 어떻게 힘써왔는지, 그리고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또한 간간히 등장하는 찰스 키핑의 일러스트가 그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가끔 섬뜩한 그림이 나올때면 나도 모르게 그쪽 페이지를 빨리 읽어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어서 읽어서 다음페이지로 넘어가 그 삽화를 오랫동안 보지 않도록. 다행히도 난 주로 낮시간에 책을 읽어서 다행히 밤에 두려움은 없었다.

 온갖 뱀파이어 로맨스물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 드라큘라라는 원작소설이 더 빛을 발하는 데에는 그 원인이 있으리라. 원작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과 로맨스로만 엮어가려고 하는 지금의 추세를 거스르는 원작만의 거칠음과 오리지널리티를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그 원인이다. 뱀파이어 소설을 좋아하는 그대여. 원작인 이 브램 스토커의 작품을 한 번 읽어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