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골딩이라는 작가의 <파리대왕>의 제목은 많이 들어보았어도
그 내용이나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나에게 작가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 <피라미드> 들려졌다.
책 표지의 에곤 실레의 '자화상'이 왜 쓰였을까 책 마지막장을 덮고서야 이해했다.
뻥 뚤린 눈, 기괴하게 꺾인 머리, 깊은 주름과 푹 패인 볼, 앙상한 팔을 든 손.
주인공 올리가 속해있는 스틸본 사람들을 나타내줄 수 있는 그림에 적합했다.
소설 <피라미드>는 가상의 스틸본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올리버(올리)라는 '나'를 통해 그린다. 총 3가지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는 마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나타내듯 시간에 따라 흘러간다.
내용이 좀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뒷 부분에 있는 작품 해설을 읽고
어느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재밌는것은 윌리엄 골딩이라는 작가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서 검색을 했을때
윌리엄 골딩 "10대소녀 성폭행 하려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기사를 읽어보니 골딩의 전기를 쓴 존 캐리 교수가 골딩의 미발표 비망록에 적혀있는 것을 보고
밝힌 것이라고 했다. 소설 <피라미드>의 등장인물 이비가 아마도 실존인물인 도라인 듯하다.
골딩은 도라를 성폭행하려 했지만 실패하고만다. 하지만 소설 속의 골딩인 올리는
결국 이비로 분한 도라를 가지고 만다. 이 관계가 골딩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실제로 소설 속의 인물들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계급 사회에 살면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면서
남 앞에선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 욕망을 보이려 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작품해설에서도 나와있듯이 소설속 인물 중 이비와 바운스 부인만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타입으로 비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유리창 뒤 커튼을 살짝 젖힌 세모난 풍경으로 관찰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들.
마치 이비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언덕 위에서 범한 올리를 집 창문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봤던 올리의 아버지의 모습처럼 말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아주 잘하는 주인공은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는 등 뛰어난 인물이다.
집안은 상류층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약사 아버지를 둔 중류층.
올리의 눈을 통해 그려진 한 마을의 계급사회에선 헨리 윌리엄스가 하층에서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까지
크게 에둘러 보여준다. 마을의 슬픔과 그리고 냉정함과 몇년에 겨우 한번씩 치루어지는 음악회에서의 언쟁.
그저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성장하지 않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이 책 참 어렵다... 라고 느꼈다.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과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사건 전개는
3가지 이야기중 가장 스릴넘쳤던 이비의 세 자두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깔깔거리는 높은 웃음 소리가
오로지 건강한 정상적인 인물상을 보여주었다. 그 외엔 그 누구도 건강하지 않은 참 신기한 마을 스틸본.
자, 윌리엄 골딩이라는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유년기를, 또 청년기를 지내왔는지 알았다면,
그를 노벨상 수상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 <파리대왕>을 이젠 펼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