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청소년을 위한 문학이라고 하는 것을 책을 자세히 살펴 보기 전에는 몰랐다. 그 정도로 내용이 매우 청소년을 넘는 수준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책 등에는 개암 청소년 문학이라고 써 있었고, 책 뒷표지의 소설에 대한 설명을 주는 부분에도 '청소년을 위한' 재미있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쓰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이 청소년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은 외딴 섬의 한 리조트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이 리조트에는 아버지와 16살 사춘기 소녀가 리조트를 경영하며 살고 있었고, 외딴 섬이었기 때문에 유명인사들이 대중의 눈을 피하기 위해 찾아드는 조용하고 경치좋은 장소이다. 이 곳에 어느 날 예약도 하지 않고, 어떻게 섬에 도착했는지 조차 알기 힘들며, 아버지만이 진상을 알고 있는 한 가족이 도착하게 된다.

그 가족이 도착하고서 리조트에서는 비키니에 목졸린 투숙객의 시체가 발견되는 등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사춘기 소녀인 애프라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비밀을 말해주지 않자, 스스로 사건의 진상과 그 수수께끼 같은 가족의 진상을 파헤치려 한다. 결국 어느정도의 실마리를 잡은 애프라. 그녀에게 세스라는 소년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음, 근데 이 세스라는 소년과의 풋내나는 로맨스는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 않았나싶다.

하지만 사건의 전개 속도나, 배경을 묘사하는 자세한 설명은 소설의 깊이를 깊게 해 주었다. 폭포 뒤에 있는 동굴과 늪지대를 건너는 장면, 그리고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 등은 직접 경험해 보거나 그런 자연경관을 직접 관찰하지 않는 이상 서술해 내기 힘든 장면이기 때문에 이러한 설명에는 매우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미스터리한 가족들에 대한 진상파악과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밝혀지면서 소설은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해 주었다. 결국 비키니에 목졸려 죽은 투숙객은 살해된 것인지 아니면 사고로 죽은건지는 밝혀 지지 않은 채 소설은 미스터리 가족들에게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점이 약간 아쉬운 점이다. 비키니 살인사건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면 이 비키니 살인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황이 나와주길 독자는 바랬을 것이다.

사건을 일인칭 시점에서 파악해 가는 전개가 매우 흥미로웠던 소설이며, 청소년의 또래인 16세 소녀가 경험하는 일은 결코 일반적이고 평범한 일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여가시간에 읽어보기엔 괜찮은 책일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엘리트주의에 가득찬 나라이다. 물론 미국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한국은 한국만의 색깔을 지니는 엘리트 집단이 존재하며, 그 엘리트 집단은 지금도 우리나라 정부기관 곳곳에 퍼져있다. 강남좌파. 소위말하는 진보 성향을 띠고 있지만 그들의 생활은 강남의 부유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부르주아 계급들이 부르짖는 진보라는 것이다. 부르주아가 진보를 말하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진보를 부르짖는 것은 원래 억압받았던 계급층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독립과 사회적 평등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부르짖었던 진보. 이 정신이 강남 스타일의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다. 그들은 정치권에서 보수 정당파들의 반대편에 서서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면서 정치권에 관심이 아예 없는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로 한국은 정치에 대한 뉴스가 매우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그만큼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정치권에 관심이 없는 사람 조차도 뉴스에 나오는 정치 뉴스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냥 혀를 차면서 신세 한탄을 해본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자신 조차도 정치에 대해선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그냥 나도 모르게 정치에 대한 비판을 하게 된다. 아직 정치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고, 더군다나 정당에 대한 생각을 가지면서 정당이나 지지하는 정치권 인사를 마음속에 간직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비판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정치가 솔직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사안은 서울시 무료급식에 대한 입장이다. 투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이 무료급식에 대한 토론이 굉장히 뜨거워지고 있다. 이 투표에 걸린 서울시장 오세훈의 입지가 어떻게 결말지워질지는 투표를 두고보아야 알 것이지만, 라디오를 들어도, 텔레비전을 보아도 요즘엔 다들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듣기위해 정치권 인사를 초청하고 말씀을 듣는다.

 

  책은 강남좌파란 어떤 것이냐는 간단한 정의부터 내려주기 시작하면서 강남 좌파의 성격과 지지되는 배경들, 그리고 현재의 입지와 함께 지나간 노무현 정권과 김대중 정권, 그리고 현재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처럼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관심과 이야기가 많은 시대가 있을까. 앞으로 더욱 더 많은 비판과 이야기가 가해질 것이지만 다음 선거까지 한국은 정치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의견 피력에 의해 시끌벅적 할 것이다.

 책의 마무리는 학벌 좌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끝을 맺는다. 능력주의의 사회분위기로 인하여 출신학교, 그리고 학연지연이 더욱더 강화되고 있다는 점. 또한 엘리트 의식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이 세태를 벗어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현재를 그려주고 있다. 좋은 학교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엘리트들이 이끌어가는 세상은 과연 스마트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좀 깊게 생각해 보게 해 주는 한 권의 책이었다. 

평소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작가 자체와 그의 작품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대학원에 가서도 그렇게 연구했나보다.. 일본에 아쿠타가와와 가장 닮은 한국 소설가라고 한다면 바로 '이상'이다. 요절했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그 천재성과 번뜩이는 시상과 구절들이 닮아 있다. 날카로운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도 닮아있다. 그래서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화여대에 가면 이상이 지은 건물이 있다. 갑자기 다른 층으로 가버리게 된다거나 이곳을 통과하면 저쪽으로 나온다든지. 이상의 머릿속에 들어와있는 듯한 그런 건물이다. 이상이 시인이기 이전에 그림을 좋아했고, 그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어서 진학한 곳이 바로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학과이다.

 

 책은 이상을 중심으로 구인회 회원들과 그의 가족사, 연애사, 고맙게도 더불어서 1930년대 근대식민시절의 경성의 모습과 유행등을 자세히 알려주고 보여주었다. 내 눈앞에 펼쳐진 소공동과 미츠코시 백화점의 옥상정원에 모인 모던뽀이와 모던껄들은 제 나름의 패션을 뽐내며 자신들이 살아가는 근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상이 왜 그렇게 기묘하고 기괴한 작품들을 세상에 발표 했는지에 대해서 책을 읽어갈 수록 이해가 되는 듯 하다가도 이게 과연 맞는것일까 하면서 책 끝까지 따라왔다. 이상의 분열과 이방인이라는 타인성을 따라가면서 그 자신이 나는 너무 일찍 20세기 세상에 태어났다고 하는 독백을 훔쳐 들었다.

 그의 가족사로 인한 트라우마와 그의 심장과 폐 속에서 꿈틀거리는 미래지향성이 그려내는 이상의 행동들과 기이한 발언, 그리고 13인의 아해들은 이상이 어떤 식으로 1930년대를 보아왔는지를 여실히 알려준다. 이상이 문단에 등단한 첫 걸음부터 그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였다고 한다. 그의 천재성은 천재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피하고 싶은 꺼리고 싶은 그 무엇이었다.

 

 책의 잘 짜여진 구성을 따라가다보면 이상도 만나고 그의 동거녀도 만나며 그의 부인도 만나고, 친구와 동료들도 만나게 된다. 3장은 바로 그 친구들, 소위 '모던뽀이'라고 불리웠던 예술인들에 대하여 조명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앞서가는 것이라면서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보여주었다. 일찌감치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머리를 자르고 양복을 입고서 외국 소설을 원서로 파닥여가며 읽었던 그들의 삶. 이상과 모던 뽀이들을 읽으면 우리 나라의 근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그 어떤 근대 자료보다도 더 재밌는 컨텐츠로 우리를 안내해주는 좋은 서적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