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연대 - 21세기, 소설의 운명

 

  4장으로 이루어진 이 글에서 김영찬은 작금의 한국 장편소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근대와의 단절은 2000년대 소설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 장편들은 르네쌍스를 맞은 듯 봇물터지고 있으나, 그 실상은 결여되어 있는 단편의 연장선과 같은 느낌을 주는 장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견과의 비교대상으로서 한기욱의 비판과 김형중의 현대소설 정의를 인용하고 있다. 특히 한기욱의 의견에 대한 반박은 그 분량이 많았다. 이 내용을 보면서 생각난것은 작가들이나 비평가들이 했던 소설 논쟁들이다. 그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이웃나라 일본의 근대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타니자키 준이치로가 서로 이야기의 플롯이라는 것에 대한 논쟁을 이런 문학 잡지를 통해 나눴던 것이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두 비평가의 논쟁은 현대 소설의 앞날에 더 큰 자양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그 내용에 있어서 억지스러움이나 아집이 섞여 있더라도 말이다.

  2011년 독서의 지표는 영화화된 소설의 인기(도가니), 지속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활동, 스티브 잡스의 힘이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독서량이 매우 저조한 한국에 있어서 이런 도서류의 판매와 그 성과는 장편의 시대를 불러일으킨 출판사의 의도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로서 독서량이 좀 더 늘어난다면, 책 읽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안 읽히거나 못 읽혔던 작품들이 세상의 빛을 보는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집: 한중일 작가가 말하는 동아시아문학

 

  3명의 한국 작가와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말하는 동아시아문학에 대한 특집이 있었다. 거의 10개월이 지나버린 일이었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우선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사태가 제일 먼저 화두에 오르게 되는 것이리라. 총 5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한국 작가들의 얘기와 중일 작가들의 얘기의 중심이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작가들이 얘기한 동아시아문학에 대한 것에는 일본이나 중국에서의 개인적 체험과 자신이 알게되고 겪은 중일 작가 개인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에 반해 중일 작가들의 얘기 속의 중심은 동아시아문학포럼이었다. 그것은 딱히 어느쪽에 초점을 더 두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깊이나 진정성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썼느냐, 아니면 동아시아에서 일어나는 문학적인 교류에 관해서 썼느냐는 이 잡지의 성격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일본의 작가가 한국의 잡지에 기고한 글이기 때문에 당연히도, 매우 자연스럽게 한중일을 아우를 수 있고 문학적인 이야기를 화두에 두는 이야기, 곧 2012년에 열릴 동아시아문학포럼에 대한 내용을 쓸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일 것이다.

  그에 반해, 한국 작가들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바탕이 된 이 글들에선 오히려 동시대성과 현장감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상대적으로 중국의 문학 사정에 대해선 어둡기 마련인데, 그래도 모옌과 옌렌커의 등장은 공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모옌은 <붉은 수수밭>, <술의 나라> 로 유명하며 최근에는 <하늘을 나는 신부>라는 작품이 한국의 한 잡지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옌렌커의 작품 <류향장>도 최근에 한국에 소개되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동시대성을 띠고 있는 작가들의 한 마디가 현재의 동아시아문학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딱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문학이라고 하는 장르가 가지는 특성을 찾고 있었다. 역사와 문학 이야기는 왜 진지한가? 왜 무겁게 느껴졌는가?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서로가 유기체로서 움직여야 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는 특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