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갔을 때, 나는 정말로 선생님이 필요했다.
정말 인간적이고, 학생들과 함께하시는 분들을 뵈면, 교수님이라는 말보다 의도적으로 선생님이라는 말도 그분들께 마음을 전했다.
우리땐 적어도 그랬다.
최루탄이 난무하던 1988년 89년의 광주
그곳엔 누구나 대학에서 조금이라도 동아리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금남로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과 함께 해야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정말 누구나 거리로 뛰쳐나와서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구호를 외쳤었다.
교수님들은 강의를 휴강하고, 몇명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유독 우리를 눈물 짓게 만드셨던 '참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은 무척이나 건장하셨는데 다리 한 쪽을 저시는 분이셨고, 병으로 인해 손가락이 몇개 굽어서 칠판에 글씨를 쓰시기도 참 힘겹게 보이는 분이셨다.
그런 그분이 우리 학생들과 전경들이 대치하고 있는 그 한 가운데에 오셨다.
그때 한 급우가 전경들이 내리찍는 방패에 코뼈가 부러져 있는 상황이었다. 너무나 급박히 돌아가는 상황에 그 선생님이 저는 다리는 하고 오셔서
한참 대치하고 있는 그 가운데 누우신다.
그리고 나를 밟고 가라고 하신다. 우린 울었다. 울 수 밖에 없었다. 우리와 대치하고 있던 전경들도 방패와 몽둥이를 내리고 뒤로 갔다. 그렇게 그분을 학생들과 자신의 방법으로 함께 하셨다.
김난도 쌤!
한 번도 뵌적도 없고 왜 이렇게 회자가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 >
교수님이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진솔하게 쓸 수 있음에, 아직 선생님들이 남아 계심에( 우리 주위엔 아직도 드러나진 않지만 참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 감사하게 됐다.
젊기 때문에 아프다. 우리들은 참 많이 울기도 하고 객기를 부리기도 했다.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흐뭇한 미소가 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을 보면 참 맘이 아프다.
대춘기를 앓고 있는 아이들, 스펙에 목숨을 걸고 또다시 고입같은 시절로 회귀하고 있는 모습들
대한민국의 젊은이로 산다는 것은 너무 퍽퍽하다.
하지만, 그러한 퍽퍽함을 젊다는 이유로 실패도 해 보고 넘어져도 봐야 할 것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꽃은 저마다 피는 계절이 다르다.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동백은 동백대로, 자기가 피어야 하는 계절이 따로 있다. 꽃들도 저렇게 만개의 시기를 잘 알고 있는데, 왜 그대들은 하나같이 초봄에 피어나지 못해 안달인가? p 34
이 땅의 아직 자신의 때를 알지 못하고, 만나지 못해서 절망하는 청춘들이 더 힘을 내기를 바라면서 아직 대한민국은 살만한 곳임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