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끌려, 내용이 간편해서 쉽게 손이 갔는데 <그래도 사랑>작가가 라디오 작가였다.
<최강희의 야간비행>, <장윤주의 옥탑방 라디오>등 내가 들은 라디오는 없지만 그래도 라디오 작가의 에세이가 좋다.
왠지 라디오의 오프닝을 듣는 느낌으로 술술 읽을 수 있어서인가?
반 개월 놀다 차근히 책을 읽으려니 에세이가 생각없이 읽을 수 있고, 편해서 좋은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울고 싶을 때도 웃어야 하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주저앉고 싶을 떄조차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써야 하는 것이다.
페이지 : 228

나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만 기존에 있던 물건, 사람을 중요시한다.
집착하는거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을 읽고 내 마음을 표현 해 준 것 같아 좋았다.
"마냥 새로운 것만 따라가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요'라고 대답할 겁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온 것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 따로 있습니다. 새로운 것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미덕이죠. 그중 하나가 편안함이고요. 저의 소파는 오래되어 가운데가 푹 꺼졌지만 제몸에 꼭 맞아서 거기 누워 책을 읽노라면 세상의 근심을 잊습니다. 아주 소박한 예일 뿐이지만요.
사랑에 있어서도 그렇고, 일에 있어서도 '새로운 것에 밀리면 어쩌나' 불안할 때가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아니예요. 중요한 것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일이고, 시간이 가르쳐준 깊이와 경험, 능력은 다른 것이 대신할 수 없다는 걸 알아가는 것입니다. '낡은 사람이 되지 않고 깊은 사람이 되는 중'이라고 믿으니까 한결 기운을 내서 일과 사랑 모두를 씩씩하게 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시간이 흘러 낡아지는 것과 깊어지는 것, p89)
뭐 사랑에 관한 내용이겠지만, 내가 새로운 것 보다 기존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비슷해서 공감이 갔던걸까.
새로운 것이 줄 수 없는 기존의 편안함,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감 등.

"언니의 연애가 자꾸 힘들어지는 이유가 뭔지 알아? 언니는 말을 너무 안 해. 내가 언니에게 '오늘 누구 만났어?'라고 물으면 '친구'라고 대답하잖아. 남자에게도 그러지? 그럼 남자는 혼자 상상을 하게 되어 있어 사랑에 있어서 가장 나쁜 것은 혼자만의 상상이야. 나쁜 쪽으로 흐르거든. 결국 남자는 불안해지고 힘들어하다가 스텝이 꼬이는 거지."(p.130)
연인사이가 아니어도 친구사이에도 공감가는 내용.

책 속에 하나의 소주제가 끝날 때 마다 책, 영화, 음악을 같이 얘기해준다.
얘기나온 김형경-좋은 이별, 다니엘 그라타우어-일곱번째 파도 등 책은 읽어본 적 없지만,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 셰임, 신세계, 아무르, 인셉션 등 본 영화는 많았다. 그래도 내용에 나온 우리는 사랑일까, 원 위크, 아이 엠 러브등은 보고싶다.
노래 또한, 가을방학-언젠가 너로 인해, 이적-내가 말한 적 없나요 또한 들어봐야겠다!

처음 이 책을 산게 2013년 서울국제도서전 때였던 것 같다.
제목이 마음에 들고, 신경숙 작가를 믿는 마음에 구입해두고,
한동안 방치하다 싶히 책꽂이에 내버려두었다.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보는데 노란 달이 참 예뻐 이 책이 생각이 났다.
그러고도 며칠이 흐르고야 책을 읽었다.
처음에 제목처럼 '달' 내용이 나올 줄 알았는데, 왠걸 짧은 단편 소설 모음집이었다.
그래도 가끔씩 나오는 고양이 그림도 마음에 들고,
가끔씩 나오는 일러스트 그림도 소소해서 좋았다.

 

	네가 미래에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네가 고통을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한 것들은 저절로 너의 행복을 넘어서 타인에게도 선하고 쓸모 있는 것이 될 거야. 그걸 믿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미래에 네가 그리는 그림이 너의 행복을 넘어서 타인에게도 선하게, 쓸모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페이지 : 31

 

 

때로 그렇잖아요. 자신의 내밀한 어떤 얘기를 잘 아는 사람에겐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요. 지금 내가 그런 모양입니다.(p.54)
이 부분 읽는데 "우아한 거짓말"이 생각났다.
책에선 발견못하고 영화에서 듣고 '아차!' 싶으면서도 격하게 공감되었는데,
나빼고 사람들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가진것일까.
문장이 참 비슷하다.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 금방금방 읽힌다.
두시간정도 시간내니 다 읽은 듯 싶다.
'이 부분도 좋네, 저 부분도 좋다.'싶지만,
딱히 메모해두고 싶은 부분도 없고, 기억에 남는 문장도 없었다.

30년 동안 꾸준히 살인을 해오다 25년 전에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 알츠하이머에 걸린 70세의 그가 벌이는 고독한 싸움을 통해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공포 체험에 대한 기록과 함께 인생이 던진 농담에 맞서는 모습을 담아냈다. 잔잔한 일상에 파격과 도발을 불어넣어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는 그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아,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하긴 시 말고도 인생에는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몇 가지 있지요.
페이지 : 12

소설은 150페이지 정도. 권희철 문학평론가의 해설과 작가의 말을 포함해도 고작 170페이지 조금 넘는다.
압축된 문장 덕분인지 흥미 돋는 내용 덕분인지 술술 읽히지만 마지막 장을 몇 장 남겨두고 이게 뭔가 싶어진다.
분명 나는 책을 다 읽었는데, 마지막 줄까지 다 읽었는데 혼란밖에 남질 않는다.

 

생각해보면 소설 중간 중간부터 혼란이 시작되었다.
p.43, p.85, p.108에는 김병수의 개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아직까지도 그 개가 김병수 개인지 긴가민가하기도 하다.
맞다했다가 아니라하고 또 마지막에는 김병수의 개가 맞다고 한다.

	무서운 건 악이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페이지 : 145

책 속의 주인공은 살인자이기도 하지만 수의사이기도하다.
수의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책 속 주인공 김병수는 70살의 살인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지적여보인다.
몽테뉴의 수상록,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금강경, 반야심경 등의 구절을 인용하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듣는다.
살인자라는 이미지가 나에게는 지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던 것 같다.